검댕물 빼고 光 냈다, 영월의 변신

영월/정성원 기자 2016. 6. 6. 03: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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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탄광촌 이미지 벗고, 태양광·드론 등 새 먹거리 찾아] 공장 설립 친화성 지자체 중 1위.. 보름 걸리던 민원을 3일內 처리 아시아 최대 태양광발전소 등 에너지 신산업으로 재도약 꿈꿔

영월은 '슬픔의 역사'를 간직한 땅이다. 숙부인 수양대군(세조)에게 왕위를 넘겨주고 유배됐다가 죽임을 당한 조선 6대 왕 단종의 묘 장릉(莊陵)이 이곳에 있다. 매년 4월 말이면 이 비운의 임금을 기리는 단종 문화제가 열린다.

영월은 탄광의 도시였다. 박정희 대통령 집권기였던 1960년대 말엔 석탄 산업을 앞세워 국가 근대화에 앞장섰다. 하지만 탄광업은 1980년대부터 사양길에 접어들었다. 2003년엔 마지막 남은 영월 광업소마저 문을 닫았다. 한때 광부 8600여명 등 11만명까지 육박했던 인구는 4만명까지 떨어졌다.

깊고 푸른 산과 계곡, 휘돌아치는 물굽이 속에 펼쳐진 한반도 지형, 방랑시인 김삿갓의 고향, 석회석 동굴 등의 고장으로 명맥을 이어가던 영월이 2000년대 중반부터 용틀임을 시작했다. 지역에 활력을 불어넣기 위한 승부수는 기업 유치였다. 2006년 취임한 박선규 군수는 "첫째도, 둘째도 일자리"라며 팔을 걷어붙였다. 영월은 지난 2006년과 2013년 영월읍 팔괴리에 총 40만㎡ 규모 농공단지 2곳을 조성했다. 현재 29개 업체가 입주해 있고, 올해 말 식품 제조업체 2곳이 새로 들어올 예정이다.

화장품 회사 아모레 퍼시픽에 비자나무 열매, 콩 등 농산물에서 추출한 원료를 납품하는 ㈜두래는 지난해 말 경기도 군포에 있던 생산 공장을 영월로 옮겼다. 공장 설립 승인을 받기까지 걸린 시간은 단 이틀이었다. 김종완 규제개혁팀장은 "적극적으로 기업을 유치하기 위해 전담 공무원 6명을 두고 '원스톱 서비스'를 제공하고 있다"면서 "보름 이상 걸리던 복합 민원을 사흘 안에 처리하는 것을 목표로 삼고 있다"고 말했다. 영월의 이런 '친기업 환경'이 알려지면서 지난 2006년 62곳이었던 지역 기업체 수는 112곳(4월 말 기준)으로 배 가까이 늘어났다. 일자리 창출 효과는 1700여명. 지역 내 총생산액(GRDP)도 2006년 8751억원에서 2013년 1조895억원으로 올라갔다.

영월은 작년 말 대한상공회의소가 전국 228개 지자체를 대상으로 한 기업 만족도 평가에서 공장 설립 친화성, 기업 체감도 부문 1위를 차지했다.

영월은 신산업을 일으켜 한 번 더 도약하겠다는 꿈을 꾼다. 내년 7월 영월군 주천면 일원에 준공되는 한국가스안전공사 에너지안전실증연구센터는 영월에 이미 306억원의 직접 투자 효과를 안겼다. 이곳은 국내 유일의 초고압·저온장비 시험장이다. 에너지안전실증연구센터가 운영되면 시험·인증·연구부서가 동반 이전하고, 관련 산업이 육성되면서 연간 1100억원의 경제 파급 효과와 4000여명의 직·간접 고용 유발 효과가 있을 것으로 기대를 모은다.

영월은 지난해 10월 국토교통부가 선정한 무인비행기(드론) 활용 신산업 분야 안전성 검증 시범 사업 대상 지역이기도 하다. 영월읍 덕포리 일대 95㎢의 공역(空域)은 반경 1㎞ 안에 높이 30m가 넘는 장애물이 없어 드론 비행 장소로 최적지란 평가를 받고 있다. 국립산림과학원·대한항공·CJ대한통운·KT·항공대 산학협력단 등 15개 사업자의 47개 드론 기종이 내년부터 이곳에서 재난 구호·측량·물품 배송·고층시설물 안전진단 능력을 평가받는다. 군은 드론 관련 기업의 창업도 유도해나갈 계획이다.

영월은 아시아 최대 규모이자 세계 최초 영농복합형인 태양광발전소도 갖추고 있다. 지난 2013년 12월 영월솔라테크·KDB금융그룹·한국수력원자력·한국남동발전과 함께 '영월 에너지스테이션'이라는 회사를 만들어 남면 연당리, 창원리 일원 110만㎡ 부지에 총 1400억원을 들여 태양광 발전소를 세웠다. 발전소(발전용량40MW·약 1만2000가구의 하루 전력 사용량)의 연간 매출액은 190억원이다. 박선규 군수는 "행정 제도를 더 개혁하고, 기업 유치를 장려해 영월을 '한국에서 가장 기업하고 싶은 도시'로 만들어 나가겠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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