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몹쓸짓 한 어른들 때문에.. 아이들 학교 어떻게 보내나"
[동아일보]
“애들을 어떻게 학교에 보내야 할지 모르겠습니다.”
학부모 등 주민 3명이 20대 초등학교 여교사를 성폭행한 사건이 일어난 전남 섬마을의 한 주민은 5일 힘없는 목소리로 이렇게 말했다. 다른 주민들도 “(창피해서) 교사들 앞에 얼굴도 못 들게 됐다”며 “차마 입에도 담지 못할 짓을 저지른 어른들 탓에 아이들까지 피해를 볼까 봐 걱정”이라고 입을 모았다.
사건 발생 후 소문을 듣고 설마 했던 주민들은 전모가 공개되자 큰 충격을 받았다. 주말 동안 관광객이나 출향민들이 섬을 찾았지만 분위기는 뒤숭숭했다. 한 주민은 “어디 가서 ○○도 출신이라는 걸 얘기도 못 하겠다”며 “외지인이 사건을 물어보면 ‘어느 섬인지 모른다’고 둘러댔다”고 말했다. 또 다른 주민은 “무슨 일이 일어났는지 알고 싶지도 않다”며 아예 입을 닫았다. 전남도교육청과 해당 지방자치단체에는 항의 전화가 폭주했다. 도교육청 관계자는 “가해 주민들을 비난하고 여교사를 걱정하는 전화가 계속 걸려 오고 있다”고 말했다.
섬 지역 학교에 근무하는 교사들의 열악한 근무 환경도 문제로 지적됐다. 현재 전남 지역 공립교사 1만3550명 가운데 섬 지역에서 일하는 교사는 5개 시군 1021명에 이른다. 이 가운데 여교사는 9.2%인 94명이다. 전남의 또 다른 섬에서 근무하는 40대 남성 교사는 “광주(光州) 집까지 거리가 워낙 멀어 길게는 한 달 넘게 집에 가지 못할 때가 많다”고 호소했다. 도교육청 관계자는 “이번 사건으로 섬 지역 기피 현상이 더욱 심해지고 기존 교사들의 사기와 열정도 떨어질 것 같아 걱정”이라며 “어려운 환경에서 공부하는 섬마을 아이들에게 상처가 될 수도 있다”고 우려했다. 교육부는 7일 시도교육청 담당자 회의를 열어 도서벽지에 있는 학교 관사의 보안 실태 점검과 여교사 신규 발령 배제 방안 등을 논의할 계획이다.
한편 사건을 수사 중인 전남 목포경찰서는 지난달 21일 오후 11시부터 다음 날 오전 2시 사이 여교사를 성추행하거나 성폭행한 혐의(성폭력범죄의 처벌 등에 관한 특례법 위반)로 학부모 박모 씨(49) 등 3명을 구속했다고 5일 밝혔다. 박 씨는 학교 관사에서 여교사를 성추행한 혐의고, 김모 씨(39) 등 2명은 각각 성폭행한 혐의다. 경찰에 따르면 이들은 식당에서 만난 여교사에게 집에서 담근 술 10잔을 마시도록 권했다. 이어 구토를 하고 정신을 잃은 여교사에게 각각 ‘챙겨 준다’ ‘보살펴 준다’ ‘식당에 둔 휴대전화를 갖다 준다’는 명목을 내세워 범행을 저질렀다. 경찰은 박 씨가 성추행 직후 동네 후배이자 학부모인 김 씨에게 전화해 “관사에 가 봐라”고 말한 것에 따라 미리 공모했을 가능성도 배제하지 않고 있다.
목포=이형주 기자 peneye09@donga.com / 이은택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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