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디어마이프렌즈 돋보기④] '국민 할배' 신구의 54년 광대 인생

강주일 기자·온라인뉴스팀 민경아 joo1020@kyunghyang.com 2016. 6. 3. 21: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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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구/경향DB
tvN <디어 마이 프렌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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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구/KBS2 <사랑과 전쟁>
신구/온라인커뮤니티
신구/CJ E&M
[디어마이프렌즈 돋보기④] ‘국민 할배’ 신구의 54년 광대 인생

“나이 먹었다고 우습게 보지 말란 말이야, 니들이 연극을 알아?”

배우 신구가 62세의 연출가 김철리에 호통쳤다. 할 수만 있다면 연극만 하면서 살고 싶다는 신구는 ‘꽃할배’가 아닌 tvN <디어 마이 프렌즈>를 통해 ‘국민 아버지’로 안방극장을 찾았다.

신구는 극중 문정아(나문희)의 남편이자 짠돌이에 잔소리도 많고 가부장적인 아버지 75세 김석균 역을 맡았다.

신구는 <디어 마이 프렌즈>서 수시로 버럭하지만 뒤에서 장애가 있는 동생을 극진히 살피는 모습으로 감동을 전달했다. 특히 신구는 <디어 마이 프렌즈> 6회서 수많은 대한민국 딸들의 눈시울을 붉히게 했다. 신구는 자신만의 서툰 방식으로 입양한 딸을 사랑했지만, 딸은 이런 아버지의 마음을 야속하게도 알아주지 못했다.

대한민국 아버지의 모습을 있는 그대로 보여주는 신구, 그가 대중에게 진실된 메시지를 전달하기까지 어떤 연기인생을 걸어왔을까.

■아나운서에서 연극무대까지
신구는 경기고등학교 출신에 성균관대 국문학과에 입학한 인재였다. 그는 서울대 상대를 가고 싶어했지만 계속된 불합격 소식에 낙담했다. 이후 군대를 다녀온 신구는 아나운서 학원을 다니다 우연히 쳐다 본 신문 귀퉁이 작은 광고 하나가 그의 인생을 바꿔놨다. 신구는 2013년 경향신문과의 인터뷰서 “남산 드라마센터 배우 아카데미서 1기생을 모집한다는 광고였다. 이거다 싶었다”고 연기를 시작하게 된 이유를 밝혔다.

이후 신구는 서울예대에 입학해 스승 동랑 유치진(1905~74)으로부터 연기를 배웠다. 본명이 신순기였던 그는 스승으로부터 ‘구’(久)라는 이름을 받아 신구라는 이름으로 본격적인 연기 인생의 시작을 알렸다. 신구는 유치진의 연극 <소>에서 성질 고약한 아버지 역으로 분했고, 이것이 그의 첫 무대였다.

■신구, 배우로 인정받다
신구는 배우라는 직업을 가족들에게 인정받지 못했다. 그러던 중 신구는 최고 권위의 동아연극상에서 세 번의 남자연기상을 수상하면서 배우로 인정받기 시작했다. 신구는 연극 <나도 인간이 되련다>의 인민위원장 역, <포기와 베스>의 크라운 역으로 1966년 제3회 동아연극상 남자연기상을 수상했다. 이어 연극 <욕망이란 이름의 전차>의 스탠리 역을 통해 또다시 1969년 제6회 동아연극상 남자연기상을 거머쥐었다. 신구는 경향신문과의 인터뷰서 <욕망이란 이름의 전차>를 가장 기억에 남는 작품으로 손꼽았다. 그는 “유치진 선생이 저를 하와이 대학의 이스트 웨스트 문화센터에서 1년간 공부하게 하셨는데, 귀국하고 나서 바로 했던 작품이죠”라며 당시를 회상했다. 두 번의 연기상을 수상한 신구는 멈추지 않았다. 신구는 연극 <사랑>에서 해리 역으로 1971년 제8회 동아연극상 남자연기상에 세 번째로 이름을 올리게 됐다.

신구는 이후에도 세 번의 한국연극영화 TV예술상 연기상과 1999년 제35회 백상예술대상에서 연극 <느낌 극락같은>으로 연극부문 최우수연기상을 수상하며 그렇게 연극 무대 위 광대가 됐다.

■연극무대에서 안방극장으로
신구는 1969년 서울중앙방송(KBS 한국방송공사) 특채로 뽑혀 연극무대와 안방극장을 오가며 연기에 몰두했다. 신구는 1972년 드라마 <허생전>으로 브라운관에 데뷔해 이후 드라마 <물무늬> <소망> <개국> <토지> <여명의 그날> <왕과 비> 등 셀 수 없이 많은 작품에 출연했다. 또 신구는 드라마 <학교1> <토마토> <웬만해선 그들을 막을 수 없다> 등을 통해 서민적인 아버지의 모습을 보여주며 ‘국민 아버지’라는 수식어를 얻었다.

뿐만아니라 신구는 KBS2 <부부클리닉 사랑과 전쟁>에서 1대 조정 위원으로 “4주 후에 뵙겠습니다”라는 유행어 아닌 유행어를 만들어냈다. 마치 SBS <그것이 알고싶다> 김상중의 “그런데 말입니다”처럼.

■‘구야형’으로 불리기까지
신구가 수많은 작품 속에서 등장했지만 젊은 층과 소통의 매개체 역할을 한 것은 이 광고가 아닐까. 신구는 2002년 배 위에서 대게를 깔고 누운 채로 햄버거 광고 속에 등장했다. 당시 이 광고는 헤밍웨이 소설 <노인과 바다>를 패러디한 것으로 신구의 “니들이 게맛을 알아”라는 대사 한마디로 엄청난 파장을 몰고 왔다. 이 대사는 지금까지도 밥상 위 올라온 대게를 보는 수많은 이들에 웃음을 짓게한다.

신구는 무대 위 광대가 아닌 ‘국민 할배’로 다시 시청자를 찾았다. 신구는 tvN <꽃보다 할배>를 통해 배우라는 타이틀을 버리고 ‘국민 아버지’ ‘국민 할배’의 모습으로 청춘들에게 많은 메시지를 전했다. 신구는 여행 중 에펠탑을 바라보며 “제일 부러운 건 청춘이야. 아름답고 가능성이 얼마든지 있으니까. 제일 부러운 게 젊음이야. 젊을 때 한껏 자기가 하고 싶은 일들을 해야 할 것 같아”라며 젊은 청춘들에게 조언했다.

인간 신구의 진실된 메시지 때문이었을까. 그의 <디어 마이 프렌즈>속 연기는 수많은 시청자를 반성하게 한다.

나이를 세는 것이 싫다는 신구는 그 좋아하는 술잔을 내려놓으며 “이 정도가 딱 좋네. 내일도 연습해야하니까”라는 말로 매일 연기 인생을 살아가고 있는 현재진행형 광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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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주일 기자·온라인뉴스팀 민경아 joo1020@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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