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기상이변 징후?'..때 이른 무더위에 벌레떼 도심 '습격'

2016. 6. 3. 17:3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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야간 야구경기 취소·시민 불편·농작물 피해 속출 곤충전문가 "기온 영향에 생육환경 적합, 대발생"
춘천의 야구경기장에 나타난 나방떼./자료사진
야구장 조명 아래 모여있는 나방떼./자료사진
춘천 사회인 야구대회 경기장 상공에 떠다니는 나방떼./자료사진

야간 야구경기 취소·시민 불편·농작물 피해 속출

곤충전문가 "기온 영향에 생육환경 적합, 대발생"

(전국종합=연합뉴스) 때 이른 무더위가 이어지는 '기상이변'에 곤충이 대거 출몰, 도심 곳곳을 습격하고 있다.

곤충전문가들은 예년보다 일찍 찾아온 이상기온에 번식환경이 맞아 떨어졌기 때문으로 보고 있다.

조기 고온현상은 애벌레에서 성충, 유충으로 이어지는 곤충의 세대 순환 기간을 줄이고 있다.

유례없는 벌레떼 출현에 시민들은 불쾌감을 호소하고 농업인들은 농작물 피해에 애를 끓이고 있다.

급기야 야구경기도 열리지 못하는 등 여러 곳에서 적지 않은 피해를 주고 있다.

기상이변이 가져온 곤충 대발생 조짐인지, 미래 자연재해 가능성에 대한 충분한 논의가 필요한 시점이다.

◇ '치워도 치워도' 끝없는 날벌레 떼…야구경기도 방해

호수를 끼고 있는 강원 춘천시는 요즘 나방떼 습격에 시달리고 있다.

산간지역에서 주로 관찰되는 2∼3㎝ 크기의 '연노랑뒷날개나방'이 떼를 지어 도심 곳곳에서 나타나고 있다.

춘천시가 제거작업에 나섰지만 좀처럼 사라지지 않아 '나방과의 전쟁'이 일주일째 계속되고 있다.

강원도 산림개발연구원 장석준 녹지연구사는 "통상 10∼15일 정도면 이 나방이 번식 기간이 끝나는 만큼 다음 주께 상당수가 자연적으로 사라질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도심 한복판에 수백만 마리가 몰려드는 장면은 해외 토픽으로만 보는 흔치 않은 모습이지만, 춘천은 연일 나방떼가 가득이다.

이 나방은 밤에 활동하는 탓에 낮에는 해가 들지 않는 곳에 새까맣게 모여있다가, 밤이 되면 각 가로등 조명 아래 몰려든다.

특히 야간경기가 열리는 야구장 조명은 나방들의 집단 놀이터.

상상을 초월하는 개체 수가 뒤덮여 조명을 무용지물로 만들 정도다.

밤새 불을 켜놓는 편의점이나 식당에서는 아예 문을 열지 못하는 처지다.

임시 '처방'으로 방제약을 뿌려보지만 농약 성분이 섞인 탓에 인적이 드문 아침 시간대만 작업이 제한적으로 이뤄지고 있다.

게다가 이 나방은 천적도 없는 것으로 알려져 제거에 골머리를 앓고 있다.

원주 복개천과 강릉 남대천 등 강원 지역 주요 도심 하천을 중심으로 깔따구와 하루살이 떼도 어제오늘 일이 아니다.

벌레들의 기습에 야간경기가 취소되기도 했다.

야간 경기장 조명 주변에 먹구름이 몰리듯 나방이 날아들면서 경기장을 관리하는 춘천시도시공사가 2일 예정된 사회인 야구대회를 취소해 달라고 요청한 것이다.

동호회원인 박모(39) 씨는 "경기를 하면서 입으로 나방이 들어가는 경우는 처음"이라며 "많아도 너무 많아 경기를 도저히 치를 수 있는 상황이 안되었다"고 말했다.

◇ 생육 적합 기후·개체 수 증가…농작물 피해 속출

충북 영동지역 과수원에는 갈색여치가 예년보다 많이 출현, 농작물을 갉아먹는 피해를 주고 있다.

영동읍 비탄·산이리와 심천면 각계리 일대 복숭아·포도밭에는 몸길이 2㎝ 안팎의 갈색여치가 복숭아 열매와 포도 새순 등을 먹어 치우고 있다.

복숭아 농사를 짓는 김모(45·심천면 각계리) 씨는 "심할 경우 복숭아나무 1그루에 10여 마리가 달라붙을 정도로 심각하다"며 "심지어 열매를 보호하기 위해 씌워놓은 봉지 속으로 파고들어 가는 경우도 있다"고 말했다.

갈색여치는 우리나라 중·북부지역 산림 등에 서식하는 토종 곤충이다.

봄철 야산 등지에서 부화해 농경지로 이동하는데, 생육하기 적합한 기후 여건에 개체 수가 급속히 불어난 것으로 예측된다.

경북 예천에서는 평년보다 1달가량 일찍 부화한 메뚜기떼가 논에 있는 모를 갉아먹는 피해가 잇따르고 있다.

메뚜기는 보통 6월 하순께 부화하지만, 이상고온 등의 영향으로 대량 부화한 것으로 보인다.

경북도농업기술원은 조만간 피해규모 파악과 무인항공기 등을 동원한 방제작업에 나설 계획이다.

경기지역은 올해 들어 외래해충(매미충)인 꽃매미, 미국선녀벌레, 갈색날개매미충이 확산하는 분위기다.

평년보다 기온이 높은 데다 강수량이 많아 매미충이 조기 부화 했기 때문으로 분석된다.

매미충은 농작물의 양분을 빨아먹고 많은 배설물을 배출해 생육이나 상품성을 떨어뜨린다.

꽃매미는 지난 2006년 안성에서 최초로 발견된 이후 올해 들어 연천, 파주, 가평 등에서 늘고 있다.

올해 발생 면적은 106.6ha로, 지난해 70.6ha에 비해 크게 늘었다.

월동 알을 채집해 분석한 결과 생존율도 81.2%로 매우 높다.

원산지가 북미대륙인 미국 선녀벌레는 경기도 11개 시·군 25ha 이상에서 발생해 인삼, 포도 등의 피해가 우려된다.

미국선녀벌레의 발생 면적은 지난해 15ha에 비해 많이 증가했다.

갈색날개매미충은 8개 시·군 5ha 이상에서 발생, 블루베리 등의 피해가 심각하다.

이 또한 발생 면적이 지난해 3ha에 비해 넓어졌다.

고랭지 밭이 많은 평창 대관령과 정선에는 진딧물이 예년보다 일찍 발생해 농민들이 애를 태우고 있다.

진딧물은 5∼6월 발생하지만, 올해는 4월 하순부터 발생하기 시작했다. 대관령의 4월 평균 기온은 평년보다 2도 이상 높았다.

◇ 이상기후에 대발생 징후 잇따라…앞으로가 걱정

곤충전문가들은 기온이 올라간 영향으로 일부 곤충이 일찍 발생한 건 맞지만, 대발생은 전반적인 생육조건이 맞아 떨어졌기 때문이라고 입을 모은다.

이상 고온 현상과 봄철 잦은 비가 곤충들이 번식하기 좋은 환경을 조성했다는 것이다.

나방떼가 기승을 부린 춘천의 경우 지난달 총 강수량은 109.1㎜로 지난해 같은 기간 34.7㎜보다 3배가량 많았다.

적당한 양의 비가 내려 나방이 생육하기 좋은 환경을 만들었다.

특히 이 나방은 애벌레 단계에서는 주 먹이인 참나무류에서 서식하는데, 잎을 갉아먹는 피해가 작은 것을 볼 때 외부에서 날아온 것이라는 전문가 예측도 나오고 있다.

꽃매미가 확산 중인 경기지역은 올 3∼5월 평균 기온이 12.8도, 강수량은 78mm로 각각 평년보다 1.8도, 14.2mm 상승했다.

이 결과 매미충의 부화 시기가 지난해보다 1∼2일 빨라진 것으로 보인다.

아직 피해가 크지 않지만, 인천시 농업기술센터는 최근 기온이 높아짐에 따라 강화, 계양, 남동, 서구 등지의 농가를 찾아 예찰 활동을 강화하고 나섰다.

고추 생육에 영향을 주는 총채벌레나 벼농사에 악영향을 끼치는 미국 선녀벌레의 개체 수 증가를 주시하고 있다.

총채벌레는 초여름 기온이 높아지면 본격적으로 활동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충남농업기술원 관계자도 "육안 관찰 결과 총채벌레와 진딧물 등 곤충 개체 수가 평년보다 많이 늘어났고, 출현 시기도 열흘가량 빨라진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농업기술원 측은 화학 약제의 주기적인 살포를 통해 총채벌레를 제거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하지만 방제작업과 관련해 농약 성분이 포함된 탓에 환경오염을 고려, 무분별한 방역을 경계하는 목소리도 적지 않다.

박규택 한국과학기술한림원 곤충학 박사(강원대 명예교수)는 "최근 기후가 따뜻해져 곤충이 외국에서 한반도로 유입되는 등 기상이변으로 인한 변화에 주목할 필요가 있다"며 "앞으로 곤충의 대발생으로 자연재해가 일어날 가능성이 없는지 전문가 논의가 필요한 시점"이라고 말했다. (박병기, 손현규, 백도인, 강영훈, 한종구, 최수호, 이상학)

hak@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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