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롯데면세점 로비 정운호, 신영자측에 17억 준 정황"

김세웅 2016. 6. 2. 17: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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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 이사장 출국금지..檢, 롯데호텔 면세사업부 등 압수수색
네이처리퍼블릭 대표 정운호 씨(51·수감 중)가 "내 업체를 롯데면세점에 입점시켜 달라"며 신영자 롯데장학재단 이사장(74)에게 7억원 등 모두 17억여 원의 금품을 건넸다는 진술을 검찰이 확보하고 본격 수사에 나섰다.

서울중앙지검 방위사업수사부(부장검사 박찬호)는 2일 오전 9시 서울 소공동 롯데백화점 본점의 롯데호텔 면세사업부와 신 이사장 자택 등 6~7곳에 검사와 수사관 등 100여 명을 보내 압수수색을 벌였다. 신 이사장의 장남 장 모씨(49)가 대표를 맡고 있는 해외 명품 화장품 유통업체 B사도 압수수색 대상에 포함됐다.

검찰은 브로커 한 모씨(58·구속 기소)를 통해 정씨로부터 면세점 입점 대가로 합계 17억원 상당의 금품을 받았다는 혐의(배임수재)를 신 이사장에게 적용하고 출국금지했으며 압수물 분석이 끝나는 대로 소환 조사를 벌일 예정이다. 신 이사장은 면세점 사업부의 등기임원이며 신격호 롯데그룹 총괄회장(94)이 첫째 부인이었던 고 노순화 씨와 사이에서 낳은 롯데가(家) 장녀다. 신동빈 롯데그룹 회장(61)과 신동주 SDJ코퍼레이션 회장(62) 형제의 배다른 누나다. 검찰은 최근 정씨와 그의 부탁을 받은 군납 브로커 한씨로부터 "신 이사장에게 금품 로비를 벌였다"는 진술을 확보하고 관련 계좌 추적을 통해 신 이사장의 혐의를 포착한 것으로 알려졌다.

관련 계좌 추적에 따르면 네이처리퍼블릭은 2014년 8월부터 신 이사장 아들인 장씨가 대표를 맡고 있는 B사에 매달 수천만 원씩 모두 7억원의 금품을 보낸 것으로 나타났다. 검찰은 이 돈이 정상 거래를 가장한 네이처리퍼블릭의 면세점 입점 로비 대가라고 보고 있다. 특히 B사가 장씨 명의 회사지만 신 이사장이 실질적으로 운영을 책임졌고, B사에 입금된 돈도 결국 신 이사장 개인에게 전달된 것으로 검찰은 보고 있다.

검찰 조사에 따르면 네이처리퍼블릭은 2010년 롯데면세점 본점에 입점했고 정씨는 한씨와 위임 계약을 맺고 롯데면세점에 새 매장을 열거나 이미 입점한 매장을 좋은 자리로 옮기기 위해 롯데 측과 협상을 했다. 한씨는 계약 조건으로 각 매장에서 매달 발생하는 매출의 3~4%를 수수료로 받기로 했고, 다달이 최대 4000만원이 한씨에게 지급된 사실도 확인됐다. 한씨는 이 계약에 따라 2014년 7월까지 약 20개월 동안 10억원이 넘는 돈을 받았으나 네이처리퍼블릭은 이 무렵 돌연 한씨와의 계약을 일방 해지하고 B사에 직접 수수료를 지급하기 시작했다. 그러나 정씨와 한씨 간의 계약에 밝은 한 관계자에 따르면 B사는 네이처리퍼블릭 면세점 입점이나 매장 위치를 변경하는 데 실질적인 역할을 한 게 없고, 실제로 2014년 8월 이후 위치가 변경된 매장도 없다고 한다.

검찰 관계자는 이날 "지난달 초 방산 비리로 한씨를 체포했을 당시 신 이사장을 둘러싼 롯데면세점 입점 로비 의혹을 언론이 보도해 수사에 착수하게 됐다"고 밝혔다. 수사 착수 시기와 관련해서는 "롯데 쪽에서 관련 자료를 많이 폐기하고 증거 인멸에 나서고 있다는 첩보가 입수돼 더 이상 기다릴 수 없었다"고 설명했다.

[김세웅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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