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임희윤 기자의 싱글노트]나의 혼을 뺀 시끌벅적 콘서트들
미국 전자음악가 원오트릭스 포인트 네버의 앨범 ‘Garden of Delete’ 표지. |
‘과학 콘서트’ 붐이 일더니 ‘신문 콘서트’를 지나 얼마 전엔 ‘기생충 콘서트’라는 책까지 나왔다. 콘서트의 참된 의미가 욕본다. 사단법인 한국침해사고대응팀협의회(CONCERT·CONsortium of CERTs)에 탄원서를 넣기 직전 마음을 추슬러 책상 앞에 앉았다.
뭔가 지루하고 어려워 보이거나 지나치게 고상한 콘텐츠에 ‘콘서트’를 무턱대고 붙여서 이미지를 부드럽게 하려는 일련의 시도가 요즘 있다. 편안하게 앉아서 책 읽고 강의 듣는 즐거움이 어찌 콘서트 보기의 고단한 쾌락에 비할까. 그간 나는 온갖 콘서트에 일천 회 이상 참석했다. 정신이 제대로 박힌 콘서트라면 매우 시끄럽고 정신이 없으며 보기 불편해야 한다. 가장 시끄러웠던 콘서트들을 일별해본다. 이는 타살굿판에 날고기를 거는 데 준하는 뿌리 지키기 의식쯤 되리라.
2013년 2월, 아일랜드 록 밴드 마이 블러디 밸런타인의 서울 공연장. 문 앞에 안내문이 붙었다. ‘…편안한 관람을 위해 제공해 드리는 귀마개 사용을 적극 권장합니다.’ 전기기타의 과도한 노이즈를 앞세운 밸런타인은 비행기가 이륙할 때 나는 130dB(데시벨) 이상의 콘서트 음량으로 ‘지구상에서 가장 시끄러운 밴드’로 불린다. 해외에선 공연장이 흔들려 분진이 쏟아지거나 벽돌이 떨어진 적도 있다. 나눠준 귀마개를 끝끝내 안 낌으로써 진실한 콘서트 마니아임을 증명하려던 기개가 마지막 곡 크레셴도에서 무너졌다.
2014년 2월, 영국 록 밴드 모과이의 서울 공연은 밸런타인의 아성을 넘었다. 이런 공연에서 귀마개 착용에 적절한 순간은 기타가 한 음을 길게 끌기 시작하는 때다. 모과이는 두 대의 기타를 이용한 원격 고문을 즐겼다.
임희윤 기자 imi@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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