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성대상 범죄 엄단?..여성혐오 '쏙' 빠진 정부 종합대책

양은하 기자 2016. 6. 1. 19: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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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부, 화장실 분리 설치·CCTV 확충·정신질환자 관리·엄격 처벌 대책 발표 전문가 "여성 차별구조 문제제기 목소리 무시..차별금지법 마련해야"
황교안 총리가 1일 오전 서울 세종로 정부서울청사에서 최근 여성을 상대로 한 '묻지마 범죄'가 사회적 파문을 일으킨 것과 관련해 관계 부처 장관회의를 주재하고 있다. 2016.6.1/뉴스1 © News1 이동원 기자

(서울=뉴스1) 양은하 기자 = 정부가 여성 대상 강력범죄에 대해 무관용 원칙을 적용해 처벌한다는 내용을 골자로 한 여성 범죄 종합대책을 내놓은 가운데 이를 두고 비판이 제기되고 있다.

강남역 살인사건 이후 성차별에서 비롯된 여성폭력에 대한 공포를 호소하는 여성들의 목소리가 높았는데 이번 정부 종합대책에는 이같은 대책이 빠지고 가해자와 잠재적 범죄자에 대한 관리·감독에 초점이 맞춰졌다는 것이다.

정부는 1일 오전 황교안 국무총리 주재로 제4회 법질서 관계장관회의를 열고 '여성대상 강력범죄 및 동기 없는 범죄 종합대책'을 논의·확정했다. 이번 대책은 강남역 화장실 살인사건, 부산 길거리 무차별 폭행사건 등 최근 여성을 대상으로 한 잇단 강력범죄를 예방하기 위해 마련됐다.

대책안에는 여성 대상 강력범죄 피의자에게 형량 범위 내 최고형을 구형하고 구형보다 낮은 형 선고 때는 적극 항소하는 등 처벌을 강화한다는 방안이 담겼다.

이외에도 ΔCCTV 확충 등 범죄안전 사각지대 해소를 위한 환경 개선 Δ정신질환과 알코올 중독에 대한 치료지원 강화 Δ재범방지를 위한 치료와 관리 강화 Δ범죄 피해자에 대한 다각적인 지원 Δ양성평등문화 조성 방안 등이 포함됐다.

이에 대해 전문가·여성단체들은 문제의 본질을 보지 못한 제한적 대책이라고 비판했다. 이나영 중앙대 사회학과 교수는 "강남역 사건 이후 거리에 나온 사람들은 개별적 가해자를 엄격하게 처벌해 달라는 게 아니라 여성을 차별하는 구조 전반에 대해 문제를 제기했다"며 "잠재적 가해자와 가해 경험자를 관리·감독하겠다는 안전대책은 효과가 제한적"이라고 지적했다.

정신질환자에 대한 치료지원을 강화한다는 방침에 대해서는 '낙인찍기'라는 지적이 나왔다. 조재연 한국여성의전화 인권정책국 국장은 "화장실 분리 설치, CCTV 확충 등 물리적 환경 개선이나 정신질환자, 알코올 중독자 관리·감독 방안은 폭력의 원인을 특정 장소, 특정 사람으로 보는 것"이라며 "이는 평범한 사람을 괴물로 만들 우려가 있고 폭력의 책임을 다른 곳으로 돌리는 것과 같다"고 말했다.

이들은 특히 강남역 살인사건 이후 수많은 여성이 여성 혐오에 대한 대책이 필요하다고 지적했지만 관련 방안이 중점적으로 다뤄지지 않았다고 지적했다.

여가부가 내놓은 양성평등문화 조성 방안에는 방송통신심의위원회와 협업해 '방송심의에 관한 규정' 중 양성평등 심의 조항을 3개에서 5개로 구체화하고 포털사이트 자체 필터링 기준에 혐오표현 등을 포함하도록 권고한다는 방안이 담겼지만 역부족이라는 지적이다.

권박미숙 한국여성민우회 소속 활동가는 "여성들의 공분은 죽임을 당하는 폭력뿐 아니라 일상에서 모욕적 발언, 무시에 전반적으로 노출된 상황에서 비롯됐다"며 "성평등에 관련 대책에 대한 고민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이 교수도 "우리 사회에 자리잡은 위계적 젠더 질서를 해체하려면 제대로 된 교육과 성별, 인종, 성적 소수자 등 약자에 대한 혐오를 제재할 수 있는 차별금지법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letit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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