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히든트랙] 과열됐던 광주-수원FC, 존중 되찾다

한준 기자 2016. 6. 1. 14: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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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풋볼리스트] 한준 기자= 광주FC와 수원FC는 닮은 점이 많다. 재정 상황은 열악하지만 공격적인 축구로 K리그클래식(1부리그)에 승격했다. 기술 보다는 조직력과 활동량, 투쟁심을 바탕으로 승리 방정식을 만들었다. 승격 이후에도 내용과 결과 양 면에서 인상적인 모습을 보였다. 현실적인 목표는 두 팀 모두 잔류다.

그런 양 팀의 부딪히면 경기는 격해졌다. 스타일 면에서나, 순위 경쟁 측면에서 불꽃이 튀는 지점이 많다. 남기일 감독은 "서로 상황이 비슷하다 보니 과열되는 부분이 있다"고 했다. 지난 주말 광주월드컵경기장에서 열린 두 팀의 시즌 두 번째 맞대결은 다른 때보다 더 뜨거웠다. 뜨거운 경기는 낯뜨거운 상황으로 마무리됐다.

#왜 그렇게 뜨거웠을까

일은 경기 종료 휘슬이 울리는 순간 발생했다. 수원FC 공격수 김병오가 시도한 킥이 광주 수비수 박동진을 향했다. 볼을 맞은 박동진이 쓰러졌다. 종료 휘슬이 울린 이후에 상대 선수를 향한 킥으로 김병오는 경고를 받았다. 양 팀 선수들이 몰려 들었고, 벤치 사이에도 언쟁이 오갔다.

논란이 확산된 것은 조덕제 수원 감독이 남기일 광주 감독을 향해 던진 욕설이 'JTBC3 FOXSPORTS' 중계 방송을 통해 팬들의 귀에 생생하게 전달됐기 때문이다. 수원FC를 대표하는 선수와 감독의 행동에 질타가 쏟아졌다.

때론 여러 우연이 겹쳐 큰 오해가 되기도 한다. 1차적으로 문제가 된 것은 휘슬이 울린 뒤 박동진을 향한 김병오의 킥이다. 하필 공을 맞은 선수가 인천유나이티드와 직전 경기에서 상대 선수에게 팔꿈치 가격을 당해 몸 상태가 좋지 않던 박동진이었다.

경기 내내 몸싸움과 충돌이 많았다. 수원에서 열린 시즌 첫 대결 당시에도 그랬다. 광주 관계자는 남 감독이 수원전을 대비하기 위한 비디오 미팅을 하다 거친 파울이 많은 것을 재확인하는 과정에서 마음이 상했다고 전했다. 선수층이 두텁지 않은 광주 입장에서는 선수의 부상을 야기할 수 있는 행동에 민감하게 반응했다.

상대가 거칠다고 생각하는 것은 수원FC 측도 마찬가지였다. 누가 먼저인지 분간하기 어려운 격렬한 충돌 속에서 다른 경기보다 몸싸움이 격하고 빈번하게 나왔다. 그러던 와중에 경기 종료 휘슬 이후의 킥은 감정 다툼의 발화점이 됐다.

남 감독은 이 상황이 발생하자 수원 벤치 쪽으로 두 팔을 벌려 들며 항의했다. 여기에 조종화 수원 수석코치가 반응했다. 남 감독과 조 수석코치는 동갑내기 친구다. 감정이 격앙된 상황에 거친 말과 손짓이 오갔다. 이 모습을 조 감독이 목격했다. 남 감독의 발언과 손짓이 자신을 향한 것이라고 생각할 수 있는 상황이었다. 한참 연배가 높은 조 감독도 감정이 상했다.

#오해를 푼 남기일, 공식 사과한 수원FC

수원 측은 의도적으로 상대 선수를 향해 공을 찬 것은 아니라고 설명했다. 결론적으로 두 팀 사이 감정의 앙금은 풀렸다. 경기가 끝나고 이틀 뒤인 5월 30일, 남 감독이 조 감독에게 전화를 걸어 자초지종을 설명하고 사과 인사를 전했다. 감독들의 모임 자리에서 재차 인사를 나눴다. 조 감독도 남 감독의 전화를 받고 자신의 행동에 대해 사과했다. 서로 쌓였던 오해를 풀었다.

두 팀 사이의 감정이 풀렸다고 모든 문제가 해결된 것은 아니다. 승격팀 돌풍을 일으키던 수원의 도전기에 흠집이 났다. 승부에 대한 과한 집착이 어긋난 열정이 됐다는 지탄을 받았다. 김병오는 5월 31일 오후 자신의 페이스북 계정을 통해 사과문을 게재했다.

"상대 선수에 대한 존중이 없는 불필요한 동작이었으며, 자제했어야만 하는 행동이었다. 이번 잘못을 통해 나 자신을 되돌아보고 반성하겠다." 김병오는 변명이나 해명 대신 인정과 반성으로 사과의 뜻을 전했다. 이어 1일 낮 조덕제 감독이 공식 사과했다. 수원FC 홈페이지에 게재했다.

"경기 종료 직후 김병오 선수의 불필요한 행동이 광주 선수단을 자극시켰고, 이로 인해 양팀 선수단 일부가 실랑이를 벌이게 되었습니다. 저는 팀을 이끌어가는 감독이자 축구계 선배로서 선수들을 다독이고 진정시켜야 했으나 광주 벤치가 보여준 불필요한 동작과 항의에 저 역시 감정을 추스르지 못하고 흥분하여 팬분들을 실망시켰습니다."

조 감독은 배려와 존중이 없다면 경쟁도 축구도 의미가 없다는 메시지를 남겼다. 다시는 이런 일이 벌어지지 않도록 하겠다며 고개를 숙였다.

"그간 20여년 동안 지도자 생활을 하면서 축구인으로서 상대방을 배려하고 존중하는 마음을 가지고 항상 경기에 임했습니다. 다만 이번 일을 통하여 선수와 선수 사이에 신뢰와 존중이 필요하듯 팀과 팀 사이에도 서로 배려하는 모습과 존중, 이해 등이 필요하다고 느꼈습니다. 특히 격렬한 운동인 축구에서 상호 존중하고 배려하는 `리스펙트 정신`을 바탕으로 서로가 신뢰하고 이해하는 문화를 만들어 K리그 부흥을 이어나가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이번 일을 계기로 상대를 존중하고 배려하는 마음을 잊지 않으며, 같은 일이 반복되지 않도록 더욱 조심하겠습니다."

뜨거운 충돌과 사건이 라이벌을 만든다. 그 또한 의미 있을 것이다. 하지만 잊지 말아야 할 것은 건강한 경쟁이다. 상대에 대한 존중심을 잃지 않고 스포츠 본연의 의미를 훼손하지 말아야 한다는 것이다. 광주와 수원은 아주 뜨거웠고, 더 이상 엇나가지 않았다. 힘겹게 클래식에 올라온 두 팀 감독과 선수단, 구단 관계자들은 공든 탑이 허무하게 무너지지 않도록 하기 위해 빠르고 명쾌하게 대처했다.

사진=한국프로축구연맹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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