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베 조형물 훼손 행위, 일베와 무엇이 다른가?"

김현섭 2016. 6. 1. 11: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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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뉴시스】김현섭 기자 = 일명 '일베 조형물'로 불리며 논란이 되고 있는 홍익대 조소과 4학년 홍기하(22)씨의 작품 '어디에나 있고, 아무데도 없다'. (인터넷 캡처) 2016.6.1 afero@newsis.com

작품 만든 홍익대 홍기하씨 "작품 훼손도 표현의 자유지만 책임은 져야"
홍대 조소과 학과장 "이분적 대립을 걱정하며 제시한 조형언어"
진중권 교수 "일베보다 더 무서운 게 이런 짓 하는 놈들"

【서울=뉴시스】김현섭 기자 = 홍익대학교 조소과가 1일 '일베(일간베스트) 조형물' 훼손 사태에 대해 우려를 표시했다.

조형물을 만든 4학년 홍기하(22)씨는 공식 입장을 통해 "작품에 대한 비난은 열린 마음으로 받아들이고 있으며 작품을 훼손하는 것도 표현의 자유라고 생각한다. 하지만 그에 대한 책임은 져야할 것"이라며, "작품 훼손 행위도 일베가 하는 것과 다른 점이 무엇인가 생각해볼 수 있는 지점"이라고 말했다.

홍씨는 "작품의 제목이 '어디에나 있고, 아무데도 없다'이다"라며 "사회에 만연하게 존재하지만 실체는 없는 일베라는 것을 실체로 보여줌으로써 이에 대한 논란·논쟁이 벌어지는 것이 작품의 의도"라고 설명했다.

이수홍 학과장은 성명서에서 "해당 조형물의 제작 의도는 일베에 대한 찬반 입장을 표현한 것이 아니라 현재 우리 사회에 존재하는 '가치의 혼란, 극단적 대립, 그리고 폭력성 등' 일베 논란에 대해 근본적인 물음을 던지는 작품"이라며 "(훼손 행위는) 우려스럽고 안타깝다"다고 밝혔다.

이 학과장은 "사회 변화와 동시에 이분적 대립이 심각해지는 현상을 걱정스럽게 여기며 던진 조형언어"라며 "학생들 지도하는 교수의 입장에서도 그 원인과 현상에 대한 담론은 건강한 논의라고 생각한다"고 강조했다.

이어 "논란을 위한 논란을 생성하기 위한 의도가 아니고 사회에 대한 한 미술학도의 관심이라고 여겨달라"고 촉구했다.

한편 진중권 동양대 교수는 이날 자신의 트위터에 관련 기사를 링크하면서 "일베보다 더 무서운 게 이런 짓 하는 놈들입니다"라고 비판했다.

진 교수는 "작가의 의도와 상관 없이 작품에 '일베 옹호'라는 딱지를 붙이는 해석적 폭력에 물리력을 동원한 실력 행사까지…"라며 "어떤 대의를 위해서 남의 표현의 자유를 폭력적으로 짓밟아도 된다고 믿는 자들이야말로 민주주의의 적들"이라고 덧붙였다.

앞서 홍씨는 최근 정규교과수업 '환경조각전' 과제로 극우 커뮤니티인 일베의 회원인증으로 통용되는 손 모양의 조형물을 제작했다.

이 작품이 학교 정문에 설치되자 일부 학생이 계란을 던지는 등 논란이 가열됐고, 급기야 이날 새벽에 조형물이 파손되기에 이르렀다.

마포경찰서 관계자는 "작품을 넘어뜨려 깨뜨린 이들은 홍대 남학생 2명과 공익근무요원 1명"이라며 "재물손괴 혐의로 조사를 받았다"고 밝혔다.

경찰 관계자에 따르면 이들은 조형물 파손 행위에 대해 "떳떳하다"는 취지로 진술했다.

afero@newsi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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