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엑스맨: 아포칼립스] 아포칼립스, 고조선이야 뭐야

아이즈 ize 글 dcdc 2016. 6. 1. 09: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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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이즈 ize 글 dcdc

작년 9월, KBS [해피투게더3]에 박현빈이 나와서 신혼부부를 향해 이것저것 훈장질을 하다 김새롬에게 “고조선이야, 뭐야?”라는 말을 들었었다.  [엑스맨: 아포칼립스]도 그런 영화다. “고대 메소포타미아 문명이야, 뭐야?”

[엑스맨: 아포칼립스]의 악역은 아포칼립스다. 다른 뮤턴트의 신체와 능력을 빼앗아가며 문명의 흥망성쇠를 결정했던 태초의 뮤턴트. 그리고 이 태초의 꼰대, 살아있는 고조선은 문명사회를 증오한다. 지금의 세상은 약자들 때문에 타락했으며 문명은 이들을 배제하는 것을 막는 방해물이라며, 세상을 붕괴시킨 후 강자만의 이상향을 건국해야만 한다고 주장한다.

이런 악당은 이미 [엑스맨] 시리즈에서만도 한 다스는 있었다. 핍박받는 소수자 그리고 유전자에 대한 고민을 지속한 이 프랜차이즈에는 작품마다 우생학적 착각과 적자생존을 제대로 이해하지 못한 악당들이 꼭 한둘은 나왔다. 사자가 토끼를 잡아먹는다고 더 진화한 종이던가? 적자생존의 적자는 강한 자가 아니라 적응한 자다. 그리고 종의 적응은 다양성을 담보로 한다. 다름이 축복이고 변화가 기적이다. 하지만 수많은 창작물에서 단어의 뜻조차도 모르는 수많은 악당들은(때로는 몇몇 작가들마저) 질리지도 않고 무식을 자랑하길 반복했다. 동일한 주제를 이만큼이나 반복했는데 아직도 할 이야기가 남았을까 싶지만 이게 또 그렇지가 않다. 소수자들의 입장과 이들에 대한 인식이 계속해서 바뀌어왔듯이 [엑스맨: 아포칼립스]는 변한 시대의 변한 태도를 보여준다.

모든 뮤턴트의 아버지를 자임하는 아포칼립스는 이 시대에 뒤처진 서글픈-그렇지만 동정할 필요는 없는 아버지를 대변한다. 고대 이집트 시절에도 이미 꼴 보기 싫다고 고려장을 당했던 이 아버지는 80년대에 부활해서도 별반 다를 바 없는 취급을 받는다. 사상에 공감하기보단 떨어지는 떡고물에 신이 난 부하 몇 명을 등에 업고 새 시대를 만들겠다고 설치지만 그래 봤자 넌 또 배신당할 거라고 놀림을 받고 실제로도 그렇게 된다. 이런 사람과 진지하게 대화를 나누기에는 우리의 문명과 이성은 이미 충분히 많은 길을 지나왔고 브라이언 싱어는 이를 잘 알고 있으니까 말이다.

[엑스맨: 퍼스트클래스]의 능력에 비해 부족한 경험에 휘둘리던 젊은이들은 시리즈를 거쳐 성장한 어른이 되었다. 다음 세대의 아이들은 이들을 존경하고 어른이 된 주인공들은 이 아이들을 돌봐야 한다는 책임감에서 힘을 얻는다. 미스틱은 [엑스맨: 데이즈 오브 퓨처 패스트]에서의 활약으로 뮤턴트들의 영웅이 되었고 프로페서X는 자비에 영재 학교를 훌륭히 운영하고 있다. 매그니토는 악역이 되어야만 그 헬멧을 씌울 당위성이 생긴다는 농간 때문에 성장의 기회를 박탈당했지만 다른 길을 고민했고 실천했음도 분명하다. 그리고 이 성숙한 성인들에게 있어 아포칼립스와 같은 꼰대는 정말이지 “고조선이야, 뭐야?”일 수밖에 없는 것이다.

그렇기에 [엑스맨: 아포칼립스]는 기존의 프리퀄 시리즈와는 달리 복고를 지향하지 않는다. 복고는 기본적으로 현재의 시점에서 과거의 아름다움을 발굴하고 미화하는 과정을 거치지만 [엑스맨: 아포칼립스]는 2010년대에서 바라본 1980년대가 아니라 그냥 1980년대 그 자체를 담는다. [엑스맨: 아포칼립스]는 다른 프리퀄 작품들과 달리 과거에 기대 역사적 사건들을 뮤턴트들과 결부시켜 재해석할 필요성이 없다. 이제는 그들이 역사고 그들이 주인공이다. 역사는 재해석되지 않고 재구축된다. [엑스맨: 데이즈 오브 퓨처 패스트]에서 미스틱이 뮤턴트로서 인류 앞에 당당히 자신을 밝힌 그 이후로 이들은 더 이상 자신을 이끌어줄 고조선 아버지 따위야 신경 쓸 필요도 없는 성인이 되었다.

영화의 시사회 이후 많은 평론가들이 낙제점을 주었다. 확실히 블록버스터 무비에게 기대되는 액션성에는 모자라고 악역도 카리스마가 부족함은 부정할 수 없다. 낭만적인 복고 감성이 아닌 본격적인, 뮤턴트들이 완벽히 사회의 일부가 된 과거를 재구성하는 것에 중점을 둔 화면도 촌스럽다는 지적을 피하기 어렵다. 몇몇 사건과 상황은 그저 편의성 좋게 해결을 하고 많은 지점이 원작 코믹스에 대한 이해에 기대는 모습 역시 큰 단점이다. 하지만 팬으로서는 이 6편에 걸친 시리즈의 마침표에 고마운 마음뿐이다. 빈약한 악당에 대비되는 자신만만한 주인공들의 모습 때문이다. 방황하고 괴로워하던 이들 모두 마침내 긍지를 얻었다. 미로에서 헤매던 시절이 없었다면 얻지 못했을 깨달음이다. 억눌림도, 겁먹은 시선도 이젠 없다. 찰스 자비에는 자신이 지웠던 과거를 되살린다.

[엑스맨] 1편의 마지막 장면은 에릭 랜셔와 찰스 자비에의 문답으로 끝이 난다. “언젠가 저들이 어리석은 법안 따위를 들이밀며 자네와 자네의 아이들을 데려갈지 모른다는 악몽으로 한밤중에 깨어난 적은 없었나?”라는 질문. “있었지. 그러나 나는 그들의 어리석음을 동정할 뿐이라네”라는 대답. 품위 있고 고상한 태도이지만 동시에 두 남자 모두 스스로의 선택 한구석에 의혹을 지우지 못했음도 느껴진다. 그리고 이 확신 없는 우울한 태도는 이후 시리즈의 갈등이 지속되고 반복되게 만드는 가장 큰 동력이었다. [엑스맨: 아포칼립스]의 마지막 장면에서 문답은 다시 한 번 16년이라는 세월을 지나 동일한 인물들의 동일한 문장으로 반복된다. 약간의 덧붙임과 함께 말이다. 이 기나긴 인고 끝에 이들의 문답은 이전과는 완전히 다른 의미를 품고 있다. 오랜 성장통 끝에 당당히 말할 수 있게 된, 자긍심으로 가득 찬 대답이었다. never forget. mutant and prou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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