편의점 결제 59%가 5000원 미만.. 속 끓는 카드사

김동욱 입력 2016. 6. 1. 04:4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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카드 편의점 결제액 2년 만에 88%↑

소액결제, 밴 수수료 떼고 나면 카드사 손해

野 ‘편의점ㆍ병원도 우대 수수료율’ 법안 이달 발의

카드사 “정치권이 수수료 체계 흔들어” 반발

직장인 김윤호(32)씨는 아침 출근길에 나설 때면 편의점에 들러 800원짜리 물 한 통을 산다. 소액이지만 김씨는 계산할 때 현금 대신 카드를 종업원에게 내민다. 이전엔 물 한 통 사면서 카드를 내미는 게 눈치가 보여 일부러 과자 하나라도 더 골라 계산대로 향했지만 지금은 거리낌 없이 지갑 속 카드를 꺼낸다. 김씨는 “지갑에 현금이 있더라도 거슬러 받는 동전을 호주머니에 넣고 다니는 게 불편해 편의점에선 1,000원짜리 물건도 카드로 계산한다”고 말했다.

카드사들이 편의점 때문에 속앓이를 하고 있다. 전체 카드결제 금액 중 편의점이 차지하는 비중은 나날이 커져 가고 있지만 소액결제 비중이 워낙 높아 이런저런 수수료를 떼고 나면 손에 남는 돈은 별로 없기 때문이다. 특히 20대 국회가 본격 출범하면서 카드사들은 더 긴장하는 모양새다. 카드수수료율을 최고 0.7%포인트 내리는 내용을 골자로 한 수수료율 개편안의 잉크가 마르기도 전에 국회가 편의점처럼 소액결제가 많은 병원, 약국과 같은 가맹점에 대해 카드수수료를 깎아주는 법안을 추진하려는 움직임을 보이고 있어서다.

31일 본보가 대형카드사 A사에 의뢰해 편의점의 카드결제 비중(올해 1~4월)을 금액대별로 나눠 분석한 결과에 따르면 카드결제 10건 중 6건은 결제금액이 5,000원 미만(59.02%)이었다. 특히 3,000원 이상~5,000원 미만은 31.95%로 이 구간의 카드결제 비중이 2014년 1~4월(21.64%)보다 47.7% 증가한 것으로 나타났다. A카드사 관계자는 “지난해 1월부터 담뱃값이 인상되면서 3,000원 이상~5,000원 미만 이용 비중이 확대됐다”고 말했다. 김씨처럼 1,000원 미만의 물건을 살 때 카드로 긁는 비중도 2.05%에 달했다. 전체에서 차지하는 비중이 크지는 않지만, 2년 전 같은 기간과 비교하면 21.9% 늘어난 수치다.

2013년 5조3,000억원 수준이던 편의점 카드결제금액이 지난해 9조8,000억원으로 88% 뛰었지만 카드사들은 달갑지 않은 모습이다. 물건값의 2%를 수수료로 챙겨도 카드 결제대행사인 밴사에 100원 안팎의 수수료를 주는 구조를 감안하면 카드결제 금액이 5,000원 미만인 경우 카드사가 손해를 볼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한 카드사 관계자는 “카드결제 금액이 5,000원 미만이면 카드사가 손해를 보기 때문에 편의점을 찾은 고객들이 백화점 등을 찾도록 마케팅을 강화하는 등 손실 보전책을 강구할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카드사들의 더 큰 걱정은 20대 국회에 있다. 야당 의원들이 다시 카드 수수료를 개편하려는 움직임을 보이고 있어서다. 이학영 더불어민주당 의원실 관계자는 “편의점이나 병원처럼 소액결제가 많은 가맹점에도 우대수수료율을 적용할 수 있도록 관련 법안을 6월 중 발의할 예정”이라고 말했다. 카드사들은 반발하고 있다. 한 카드사 고위 임원은 “정치권이 가맹점 수수료 체계를 흔들고 있다”며 “이런 식으로 차이를 두면 모든 가맹점에 우대 수수료율을 적용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이재연 한국금융연구원 선임연구위원은 “지금의 수수료 갈등은 카드사들이 밴사에게 줘야 하는 밴수수료가 건당 100원으로 고정돼 있기 때문에 생기는 현상이다”며 “정치권이 이런 본질은 따지지 않고 수수료를 법으로 낮춰 해결하려니 시장에서 문제가 생기는 것”이라고 말했다.

김동욱 기자 kdw1280@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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