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건 블랙박스] 300억 대출 사기 공장이 된 어느 신협

윤주헌 기자 2016. 6. 1. 03: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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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동산 서류 위조 대출 브로커 일당, 공범은 신협직원 감사 받았지만 4년간 적발 안돼.. '깡통 신협' 돼 결국 합병 추진

지역 신협의 직원과 공모해 4년 동안 수백억원대 불법 대출을 받은 일당이 검찰에 붙잡혔다. 이들이 대출받고 아직 갚지 않은 금액은 이 신협 총 대출액의 84%에 달한다. 금융기관 한 곳이 불법 대출조직의 사금고처럼 쓰인 것이다.

서울서부지검 형사3부(부장 고은석)는 지난 2012년 7월부터 올해 4월까지 서울의 한 신협을 비롯한 여러 금융기관으로부터 약 323억원의 불법 대출을 받은 혐의로 전모(37)씨 등 3명의 대출 브로커를 구속 기소했다고 31일 밝혔다. 불법 대출을 도운 이 신협의 부장 김모(60)씨와 과장 고모(38)씨도 함께 구속됐다. 전씨 일당이 불법 대출받은 금액의 90%가 넘는 299억원이 이 신협에서 나왔다.

검찰에 따르면, 전씨 일당은 위조한 전·월세 계약서와 가짜 재직증명서로 불법 대출을 받았다. 신협 직원인 김씨와 고씨는 불법 대출을 알고도 이를 신고하지 않고 오히려 범행에 가담했다고 검찰은 밝혔다. 이들은 부동산의 담보가치를 부풀린 허위 담보평가서를 만들어 대출이 승인되도록 도왔다고 검찰은 밝혔다. 김씨는 해당 신협에서 재무·회계·인사 등 모든 업무를 총괄하는 위치였다. 김씨와 고씨를 포함해 이 신협에 다니는 직원은 4명에 불과했고, 이사·감사 등은 실무에 관여하지 않았기 때문에 선임자인 김씨가 신협을 마음대로 주무를 수 있었다고 한다.

검찰은 이 신협이 어디인지 공개하지 않았지만, 본지 취재 결과 서울 은평구의 은평중앙신협인 것으로 확인됐다. 이 신협은 분기마다 결산 공시를 했고, 지난 3월엔 회계법인으로부터 외부 감사까지 받았다. 그러나 4년간 누구도 불법 대출을 적발하지 못했다. 신협중앙회 관계자는 "외형상 문제 될 부분이 없었다"라며 "임직원이 마음먹고 범행을 계획하면 사실상 금융 당국에선 알기 힘들다"라고 했다.

이들이 불법 대출한 돈 중 회수되지 않은 금액은 총 218억원이다. 지난해 말 기준 이 신협의 대출금 총액 257억원의 84%에 달하는 돈이 이들에게 나간 것이다. 이 신협의 자산은 310억원에 불과하다. 신협중앙회는 "주변에 있는 우량 신협과의 합병을 추진 중이다"라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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