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충돌 예고' 비대위-정부..가늠조차 어려운 개성공단 재가동

나석윤 기자 입력 2016. 5. 31. 18:5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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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달 들인 통일부 지원안, 결국 입장차만 확인 비대위, 수용 거부에 방북 신청까지 예고 北 미사일 등 긴장 여전..단기 내 재가동 어려울 듯
31일 오전 서울 영등포구 여의도 중소기업중앙회에서 열린 '개성공단기업 비상대책위원회 총회'에 참석한 개성공단 관계자가 회의 전 생각에 잠겨 있다. 2016.5.31/뉴스1

(서울=뉴스1) 나석윤 기자 = 개성공단 비상대책위원회(이하 비대위)가 정부의 지원안을 거부하면서 두 당사자 간 갈등이 정점으로 치닫고 있다.

정부가 지난달 27일 내놓은 지원안과 입주기업들 주장의 시각차가 큰 데다 비대위가 공단 내 유형자산 점검 등을 이유로 방북 신청을 준비하고 있어 갈등의 골은 더 깊어질 조짐이다.

정부가 두 달여(3월 17일~5월 10일)에 걸쳐 실태조사를 한 뒤 발표한 지원안은 입장차를 확인하는 차원에 그쳤다. 비대위가 지난달 31일 서울 여의도 중소기업중앙회에서 열린 총회에서 지원안 수용을 거부하면서 피해 보상과 관련해 풀릴 듯 했던 매듭은 더 꼬여버렸다.

정기섭 비대위 대표 공동위원장이 수용 불가를 결의하며 "더는 정부에 기대할 부분이 없다"며 "입법을 통한 보완이 아니면 실질적인 보상은 받지 못할 것"이라고 주장한 것도 향후 첨예한 갈등을 예고하고 있다.

비대위의 개성공단 방문 요청도 뇌관이다. 현재 124개 입주기업이 제품 생산을 위해 설치·운영한 시설은 공단에 방치돼 있다. 정부의 가동 중단 발표(2월 10일) 당시 미처 준비할 새도 없이 몸만 빠져 나와서다.

입주기업들은 중단 장기화가 불가피한 가운데 장마까지 앞두고 있어 이대로 시설을 방치하면 훼손이 심해질 수 있다고 우려한다.

공단 입주기업 한 대표는 "장마로 습도가 높아지면 장비에 녹이 많이 슬기 때문에 점검을 더 자주해야 한다"며 "지금처럼 아무 조치도 못한 채 놔두면 기계는 기계대로 훼손돼 팔지도 못한다"고 아쉬워했다.

또 다른 업체 대표도 "시설 피해도 피해지만 다 완성하고도 (가동 중단으로) 납품하지 못한 제품들은 원청업체에서 받아주지도 않을 텐데 어떻게 처리해야 할지 막막하다"고 하소연했다.

정기섭 개성공단 비상대책위원회 대표 공동위원장이 31일 오전 서울 영등포구 여의도 중소기업중앙회에서 열린 '개성공단기업 비상대책위원회 총회'에 참석해 인사말을 하고 있다. 2016.5.31/뉴스1

정부가 비대위의 방북 요청을 허락할 가능성은 거의 없다. 통일부는 지난 3월에도 비대위의 방북 요청을 불허한 바 있다. 북한의 핵 실험과 미사일 발사 등 안보 불안 요인이 많아 입주 기업인들의 신변을 보장할 수 없기 때문이었다.

북한이 지난달 31일에도 탄도미사일을 발사하는 등 위협 수위를 높이고 있고 핫라인 등 연락채널도 사실상 단절된 상태여서 비대위의 요청을 받아들이기는 어려운 상황이다.

한반도 긴장 고조, 정부와 비대위 사이 갈등 심화로 공단 재가동 논의는 뒷전으로 밀린 상태다. 일각에서는 가동 정상화가 해를 넘길 것이라는 관측도 나온다. 현재 입주기업 대부분도 이번 중단 기간이 2013년(4월 8일~9월 15일 중단) 때보다 길어질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개성공단기업협회 관계자는 "정부와는 재가동에 대해 논의한 적이 없고 (정부에서) 먼저 얘기를 꺼내는 경우도 드물다"며 "기업들의 추가 피해를 줄일 수 있는 방법은 공단 재가동 뿐인데 지금 같아선 올해 안에 문을 열 수 있을지 장담하기 어렵다"고 말했다.

익명을 요구한 한 대학교수는 "현 정부가 북한의 군사적 도발과 긴장 조성에는 단호히 대처하겠다는 뜻을 분명히 하고 있어 가까운 시일 내에 국면이 전환될 가능성은 낮다"며 "다만 보완책이 미진한 상황에서 개성공단 문제를 정치·군사적 관점에 결부시켜 기업의 피해를 키우는 일은 되짚어볼 대목"이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전례를 보면 남북 사이에 긴장이 누그러질 때는 또 빠르게 관계가 회복되는 경우가 많았는데 이런 상황이 만들어지면 가장 먼저 논의될 부분이 개성공단"이라고 전망했다.

한편 정부는 지난달 27일 공단 중단에 따른 피해 규모를 입주기업 신고액(9446억원)의 82%인 7779억원으로 확정했다. 재정 5200억원을 투입하는 한편 원자재 등 유동자산을 교역보험 형태로 구제하는 대책도 내놨다. 정부가 인정한 투자자산은 5088억원, 유동자산과 위약 및 현지 미수금은 각각 1917억원과 774억원이었다.

seokyun198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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