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취재파일] 미얀마, 파격적인 '전액 지불' 평가전 제안한 이유

문슬기 기자 입력 2016. 5. 31. 18:5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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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풋볼리스트=파주] 문슬기 기자= 미얀마가 항공권과 체재비 등 전액을 지원하면서까지 한국과의 평가전을 원했다.

한국 여자축구국가대표팀이 31일 오후 경기도 파주에 위치한 파주 국가대표팀트레이닝센터(NFC)에 모였다. 오는 6월 4일과 7일에 미얀마 현지에서 열리는 친선 미얀마전을 위해서다. 윤덕여 감독은 미얀마 초청으로 진행되는 이번 평가전을 통해 신예 선수들을 대거 테스트할 계획이다.

# 초청 어떻게 잡혔나?

한국과 미얀마의 가장 최근 만남은 2014년 5월 15일 `2014 아시아축구연맹(AFC) 여자 아시안컵` 본선에서 이뤄졌다. 한국은 베트남 호치민에서 미얀마를 상대해 12-0으로 대승했다. 체력과 실력에서 모두 밀린 미얀마는 한국과의 격차를 절감했다.

두 팀이 2년 만에 다시 붙는다. 이번엔 한국이 미얀마 양곤으로 찾아간다. 만남은 한국과 평가전을 가지길 원했던 미얀마의 끈질긴 구애로 성사됐다. 연 초부터 한국에 러브콜을 보냈던 미얀마는 3월에 본격적으로 초청 메시지를 보냈다. 국제축구연맹(FIFA) A매치 기간을 활용한 평가전이었다.

처음엔 체재비만 지원할 계획이었다. 평가전을 요청했다고 하더라도, 호스트(Host)가 초청국에게 모든 걸 다 지원할 필요는 없다. 항공권 등은 제외하고 체재비 정도만 지원하는 게 일반적이다. 체재비엔 현지 숙박 호텔, 숙식, 교통 수단 등이 포함된다.

체재비만 해도 만만치 않다. 대한축구협회 관계자는 "지역 물가에 따라 다르지만 현지 호텔과 숙식 비용이 생각보다 많이 든다. 호텔 미팅룸 대관 등도 고려해야 한다. 경기장으로 이동하는 버스와 장비 트럭 등도 체재비에 포함된다. 여자 대표팀 선수단과 코칭스태프 인원이 30~35명이다. 미얀마 현지에서 6박 7일로 머물기 때문에 어림잡아도 1500~2000만 원은 들 것"이라고 설명했다.

당초 한국은 A매치 기간을 이용해 강팀과 붙길 원했다. `2016 리우 올림픽` 본선을 대비한 계획이었다. 하지만 올림픽 본선행이 좌절되면서 계획이 틀어졌다. 접촉했던 몇몇 국가들이 올림픽에 나서는 팀들이었기에 평가전을 잡는 게 쉽지 않았다. 접촉했던 상대국들은 함께 올림픽에 나설 수 있는 팀을 원했다. 실전을 대비하기 위해서였다.

계획이 틀어지면서 다른 대안이 필요해졌다. 상대국을 찾지 못했다고는 해도, 한국이 따로 돈을 들여서까지 미얀마로 갈 이유는 없었다. 평가전은 실력을 점검하고 실전 경험을 쌓기 위한 무대다. 보다 객관적으로 평가하기 위해선 우리보다 강한 팀과 붙어야 한다. 그러나 미얀마는 한국이 상대하기엔 아직 아쉬운 수준이다. FIFA 랭킹에서도 차이가 크다. 한국이 17위, 미얀마가 44위로 두 배 이상 벌어져 있다.

한국이 초청 거절 의사를 보이자 미얀마는 다급해졌다. 미얀마는 오는 7월 말 자국에서 `2016 아세안축구연맹(AFF) 여자 챔피언십`에 참가한다. 이 대회엔 태국, 베트남, 필리핀, 싱가폴, 등 총 8개국이 참가한다. 미얀마는 B조에 속해 호주 U-20대표팀, 말레이시아, 동티모르와 붙는다. 우승을 노리는 미얀마는 최적의 스파링 파트너로 한국을 꼽았다.

미얀마는 항공권과 체재비 전액을 지원하는 조건을 내세웠다. 미얀마로 가는 항공권은 왕복 40만 원 정도다. 한국의 이동 인원이 30명이라고 가정했을 때 대략 1200만 원의 항공비가 든다. 여기에 체재비까지 더하면 부담이 적지 않다. 그러나 한국과 평가전을 치르기 위해선 아깝지 않은 지출이라 판단했다. 한국이 한 푼도 들이지 않고 미얀마 원정 평가전을 갖게 된 배경이다. 한국 여자대표팀이 전액을 지원받고 원정 평가전을 갖는 건 이번이 처음이다.

미얀마와 한국에 모두 `윈-윈`한 결과다. 윤덕여 감독도 만족하는 부분이다. "올림픽을 앞둔 시기라 강팀과 평가전을 잡는 게 쉽지 않았다. 대표팀은 한 번 모이기가 쉽지 않다. 때문에 경험을 쌓기가 어렵다. 자칫 A매치 기간을 별다른 성과 없이 보내야 했을 수도 있었다. 다행히 미얀마가 좋은 조건으로 초청해 A매치 기간을 효과적으로 활용할 수 있게 됐다."

# 미얀마 평가전, 한국이 얻어야 할 것은 무엇?

이번 대표팀은 상당히 낯설다. 최초 발탁된 선수만 여섯 명이다. 선수단 연령대도 확연히 낮아졌다. 1980년대생은 한 명도 없다. 김도연, 전가을, 조소현 등 1988년생이 주류였던 기존 대표팀과 차이가 있다. 막내 축에 속하던 장슬기(22)도 이곳에선 중고참이다.

세대교체를 염두에 둔 변화다. 윤 감독은 미얀마에서 새로운 조합을 선보일 계획이다. 2019 월드컵, 2020 올림픽 등 먼 미래를 내다보고 어린 선수들에게 기회를 주고자 한다. 김정미(32), 전민경(32), 윤영글(29) 등이 맡았던 골키퍼 포지션을 강가애(26), 정보람(25), 김민정(20) 등으로 교체한 이유도 여기에 있다.

윤 감독은 미얀마전을 원활한 세대교체의 시작점으로 보고 있다. "두 차례의 미얀마 친선전은 타이틀이 걸린 경기가 아니다. 그러나 우리도 분명히 원하는 것을 충족해야 한다. 오랜 시간 세대교체에 대해 고민해 왔다. 아예 확 바꾸겠다는 것은 아니다. 향후 열릴 월드컵 예선과 동아시안컵 등에서 성공적으로 신구 조화를 이루기 위해선 지금부터 준비해야 한다. 기존 선수들의 실력은 충분히 아는 만큼 이번 미얀마전에선 새로운 선수들을 집중적으로 평가하고 싶었다."

새로운 선수들의 합류는 임선주(26)와 같은 기존 선수들의 경쟁의식도 고취시킨다. 임선주는 "미얀마전에서 새로운 선수들이 많이 발탁될 거란 건 예상하고 있었다. 항상 대표팀에선 동생 취급을 받았던 나도 이제 고참급이 됐다. 아래서 올라오는 선수들에게 밀리지 않으려면 더 열심히 해야 한다. 서로 좋은 경쟁이 됐으면 좋겠다"며 각오를 다졌다.

한편 문미라(24), 손화연(19)과 함께 공격수로 발탁된 이금민은 당일 파주 NFC에 소집됐으나, 족저근막염으로 명단에서 제외됐다. 31일에 소집해 2일 미얀마로 출국해야 하는 빠듯한 일정이라 대체 발탁은 없다.

사진=대한축구협회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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