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정부 "선박 대형화 해운업 살린다"선박펀드 20억弗로 확대

구경우 기자 2016. 5. 31. 18:5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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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로벌시장서 해운 경쟁력 강화, '수주 가뭄' 조선시장에도 단비, 전체자금 30% 정부 부담, 10%는 해운사가 직접 참여, 60%는 시중자금 투입키로
0115A03 초대형선박

정부가 국내 해운사들의 경쟁력 강화를 위해 마련할 선박펀드 규모를 12억달러(약 1조4,000억원)에서 두 배 수준인 20억달러(약 2조2,000억원) 이상으로 확대하기로 했다. 국내 선사들이 용선료 인하와 부채 비율을 낮춰 회생에 접어들게 됐을 때 선대에 20척의 초대형 선박을 채워 글로벌 경쟁력을 갖추게 하겠다는 것이다. 국내 조선3사에 일감을 줘 조선업 구조조정에 따른 실업을 줄이는 효과도 있다.

정부 고위관계자는 31일 “현재 12억달러 수준에서 20억달러 수준으로 확대하는 방안을 추진할 것”이라며 “이렇게 되면 국내 선사들이 20척가량의 초대형 컨테이너 선박을 확보할 수 있게 된다”고 말했다.

선박펀드는 지난해 12월 경제관계장관에서 산업은행과 해운사·시중은행 등이 참여해 12억달러 규모로 조성하기로 했다. 하지만 12억달러로는 글로벌 선사들이 합병과 초대형 선박 발주로 덩치를 키우는 전략에 대응하기 힘들다는 게 정부의 판단이다.

연료효율이 높고 한 번에 많은 컨테이너를 실을 수 있는 초대형 선박을 운항하면 수송원가를 낮출 수 있다. 글로벌 대형선사들은 이미 1만8,000~2만TEU(1TEU=20피트 컨테이너 1개)급 초대형 선박을 잇달아 발주하며 ‘규모의 경제’로 컨테이너 운임료를 낮추는 상황이다. 컨테이너 운임 시황을 보여주는 상하이컨테이너운임지수(SCFI)는 520선으로 지난해 평균(724.2)보다 30%가량 하락했다. 이 같은 업황을 감안할 때 중대형급 선대가 중심인 현대상선(011200)과 한진해운(117930)은 구조조정을 하더라도 도 글로벌 경쟁에서 밀릴 가능성이 높다.

12억달러로 확보할 수 있는 컨테이너선은 10척 수준. 하지만 초대형 선박 10여척을 채우는 것만으로는 대형화한 해운 시장에서 살아남기 힘들다는 시각이 많다. 실제 초대형 선박 수십척을 보유한 글로벌 선사와 비교해 우리 양대선사의 열세는 뚜렷하다. 지난해 말 기준 현대상선은 초대형 컨테이너 선박으로 분류할 수 있는 1만3,000TEU급 이상 선박이 9척, 한진해운은 10척이다. 해운업계 관계자는 “초대형 컨테이너 선박은 기준을 낮게 잡아도 1만4,000TEU급 이상”이라면서 “이 기준을 적용하면 우리 양대선사에 초대형 선박은 하나도 없는 셈”이라고 설명했다. /세종=구경우기자 조민규기자 bluesquare@sedaily.com

최근 몇년간 우리 양대 선사가 영업난에 허덕인 사이 글로벌 선사들은 투자를 통해 대형선박 위주로 체력을 끌어올렸다. 세계 최대 해운사인 덴마크 머스크는 1만8,000TEU 컨테이너선만도 20척, 1만5,000TEU급은 8척을 보유하고 있고 스위스 MSC도 1만9,000TEU급 선박 6척, 1만5,000TEU선 6척을 운용한다. 여기에 머스크는 1만9,000TEU급 선박 11척, 1만4,000TEU급 9척을 발주했다. MSC도 1만9,000TEU급 선박은 10척을 용선할 것으로 알려졌다. 1만7,000TEU급 선박 9척을 가진 프랑스 CMA-CGM도 1만8,000~2만TEU급 선박 5척을 발주한 상황이다. 중국 코스코차이나시핑도 2만TEU급 초대형 컨테이너선을 11척 발주했고 6척을 용선할 계획이다.

선박펀드 확충은 양대선사 체제를 재편해 하나의 대형 국적선사가 탄생하는 상황에 대비하려는 목적도 있다. 정부 관계자는 “만약 양대 국적선사가 합병한다 해도 초대형 선박 10여척만으로는 글로벌 경쟁에서 살아남기 힘들다”며 “초대형 컨테이너 선박 20척은 채워야 하나의 글로벌 선사들과 경쟁할 국적선대를 만들 수 있다”고 설명했다.

업계는 선박펀드를 이용해 올해부터 발주를 시작하면 2018~2019년에는 초대형선박을 시장에 투입할 수 있다고 내다봤다. 국내 대형 조선업체 관계자는 “1만4,000TEU급 선박을 올해 건조하면 2018년 하반기께 인도가 가능하다”면서 “2020년까지는 20척의 건조를 마무리할 수 있다”고 전했다. 20척이 확보되면 양대 국적선사의 1만3,000TEU급 이상 선박은 글로벌 대형선사 수준인 40여척까지 확대된다.

초대형선박 발주는 수주가뭄과 혹독한 구조조정을 겪고 있는 조선업에도 단비가 될 것으로 전망된다. 글로벌 무역감소로 올 4월 기준 전 세계 선박 발주량은 114척(389만CGT)으로 지난해 같은 기간(473척, 1,047만CGT)에 비하면 3분의1토막이 났다. 그나마 나온 선박 물량 가운데 절반(59척)을 중국이 싹쓸이하고 우리 조선사가 수주한 물량은 9척에 불과하다. 선박펀드로 20척의 초대형 컨테이너선을 발주하면 물량감소로 도크가 비는 것을 막을 수 있다. 이를 통해 정부는 대우조선해양과 삼성중공업·현대중공업 등의 구조조정발 실업을 최소화할 수 있다는 진단이다. 또 다른 정부 관계자는 “중국과 일본 조선소들도 국내 발주 물량이 대부분”이라며 “우리도 선박펀드를 이용해 국내 조선사로 발주하는 물량을 늘려 해운과 조선업의 위기를 동시에 막아야 한다”고 말했다.

선박펀드는 오는 8월께 조성될 것으로 보인다. 전체 자금의 30%는 KDB산업은행과 수출입은행, 자산관리공사와 산은캐피탈이 부담한다. 10%는 해운사가 참여하고 나머지 60%는 시중은행 등 일반 기관투자가들이 자금을 투입할 계획이다. 양대 국적선사(현대상선·한진해운)가 선박펀드를 이용하려면 출자전환과 함께 채무 재조정으로 부채비율을 400% 이하로 낮춰야 한다. 선박펀드는 초대형 선박을 발주해 현 글로벌 가격 수준에서 양대선사에 선박을 용선할 방침이다. /조민규·이종혁기자 세종=구경우기자 bluesquare@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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