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유만 잡고.. 화력발전소 미세먼지는 '나 몰라라'

2016. 5. 31. 18:4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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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멍 뚫린 정부 대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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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민건강을 위협하는 미세먼지 대책을 논의 중인 정부가 미세먼지의 최대 주범으로 꼽히는 화력발전소는 놔둔 채 경유(디젤)차 문제에만 매달려 빈축을 사고 있다. 정부가 경제성 논리를 우선해 낡은 석탄 화력발전소 등을 계속 운영하거나 늘리면서 마치 경유차 운행만 줄이면 미세먼지 문제가 풀릴 것처럼 호도하고 있다는 지적이 많다.

31일 환경부 등에 따르면 미세먼지 핵심 대책으로 디젤 엔진을 사용하는 경유차량이나 경유값에 세금이나 환경개선부담금을 더 부과하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

인천시민사회단체 회원들이 31일 인천시 남동구 인천시청 앞에서 서울시가 인천시와 경기도의 경유버스 서울 운행을 제한하는 방안을 검토 중인 데 대해 반박 기자회견을 갖고 철회할 것을 촉구하고 있다. 이들은 “미세먼지 때문에 인천 경유버스의 서울 운행을 제한한다면 미세먼지가 훨씬 더 많이 발생하는 인천 발전소에서 생산되는 전력의 서울 공급을 중단해야 할 것”이라고 주장했다.
인천=연합뉴스
미세먼지 확산 요인으로 지목된 경유차의 구매량과 운행량을 손쉽게 줄일 수 있기 때문이다. 반면 환경 전문가들이 경유차보다 미세먼지를 유발하는 문제가 더 심각하다고 지적하는 화력발전소 감축에 대해 정부는 어떤 논의도 하지 않고 있다. 환경부와 산업통상자원부 측은 “정부 내에서 미세먼지를 줄이기 위해 노후 석탄화력발전소를 폐지하거나 가동을 중단하고 리트로피팅(장비 교체 또는 리모델링)하는 방안을 논의한 바 없다”고 밝혔다. 지난 10일 박근혜 대통령이 “미세먼지를 줄이기 위한 특별한 대책을 세우라”고 지시한 뒤 환경단체 등에서 화력발전소 대폭 감축을 촉구했지만 정부가 귀를 닫고 있는 셈이다. 

그러나 화력발전소가 대기질에 미치는 악영향은 엄청나다.

지난해 감사원의 용역을 받은 한국대기환경학회의 연구보고서를 보면, 충청지역에 집중된 화력발전소에서 4∼10월 내뿜은 대기오염 물질이 수도권 대기오염에 미친 미세먼지 기여율은 18∼21%, 초미세먼지 기여율은 21∼28%에 달했다. 전국 석탄화력발전소 53기 중 절반에 가까운 26기가 수도권과 가까운 충청지역에 몰려 있기 때문이다. 지난해 한국환경정책평가연구원의 ‘국내 화력발전소 운영에 따른 대기질 영향’ 보고서는 추가 건설될 화력발전소에서 배출되는 초미세먼지로 연간 조기사망자가 최대 1144명이나 될 것이라고 추정했을 정도다.

정작 차량 운행으로 인한 국내 미세먼지 발생량은 전체 미세먼지 발생량의 11%에 불과하다.

클릭하면 큰 그림으로 볼 수 있습니다.

최근 수도권 대기환경 개선사업에 대한 감사를 진행한 감사원도 “수도권 미세먼지 농도에 영향을 미치는 충남지역 화력발전소 등에 대한 관리 대책이 마련되지 않았다”고 지적했다.

전문가들이 경유값 인상 같은 손쉬운 대책 대신 미세먼지 배출원별 발생량을 정확히 파악해 근본적인 대책을 마련하라고 목소리를 높이는 이유다. 그러나 정부는 지난해 확정한 제7차 전력수급기본계획에서 화력발전소의 설비용량을 2014년 기준 2만6247㎿에서 2029년 4만4018㎿로 70% 확대키로 해 비판을 받았다.

이지언 환경운동연합 에너지기후팀장은 “석탄화력발전소를 축소하지 않는 미세먼지 대책은 허울뿐인 겉치레에 불과하다”며 “발전소 미세먼지 탓에 연간 1000명가량이 일찍 사망하게 된 상황에 대한 근본적인 대책을 세워야 한다”고 지적했다.

조병욱 기자 brightw@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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