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민연금, 어린이집·요양시설에 투자?

채종원 2016. 5. 31. 18: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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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금공단 용역보고서 논란"보육·재활병원·요양시설 등 10년간 20조 투자해 고용유발..年1.5조 보험료 수입증가 추정"정부 "국민연금 복지활용 안돼" 입장 정면충돌..파장 커질듯
국민연금을 동원해 임대주택 등 '공공복지' 사업에 투자하는 게 합당한가에 대한 논쟁이 뜨거운 가운데 어린이집, 노인 요양시설 등 공공시설 확충에 투자하는 게 바람직하다는 국민연금공단의 외부 용역 보고서가 나왔다. 이는 국민연금의 공공 분야 투자에 반대하는 정부의 공식 입장과 배치될 뿐만 아니라 오히려 더불어민주당 등 야당 요구에 더 가까워 논란이 예상된다.

지난달 31일 매일경제가 입수한 '국민연금기금의 공공사회서비스 인프라 투자' 용역 보고서에 따르면 국민연금기금 20조원을 향후 10년간(2017~2027년) 보육·재활·노인 요양 시설에 투자할 경우 고용 확충 등으로 연금 수입이 매년 1조5000억원 증가하는 효과가 발생할 것으로 추정됐다. 한마디로 투자 효율성이 높으니 연금을 투자하는 게 바람직하다는 얘기다.

이 보고서는 국민연금공단과 국민연금연구원이 주은선 경기대 교수 등 외부 연금 전문가들에게 의뢰해 작성됐다. 보고서는 "국민연금을 공공 인프라스트럭처 투자에 활용하는 것은 저출산·고령화라는 인구구조의 문제 해결을 위한 사회적 개입"이라며 "국민연금의 지속 가능성을 강화하는 데 도움이 될 것"이라고 판단했다. 연간 적정 투자액은 8200억~2조4000억원으로 제시했다.

특히 재정적 부담이 커 정부가 보수적 입장을 취할 수밖에 없는 국공립 보육시설 확대에 국민연금이 적극적인 역할을 해야 한다는 주문까지 내놨다.

전체 보육시설 중 국공립 비중이 5%에 머물고 있는 소위 '5대95' 현상을 깨기 위해 2017년부터 2027년까지 최대 13조5000억원을 투입하는 게 바람직하다는 것이다. 이럴 경우 2014년 말 기준 2489개에 불과한 국공립 어린이집이 2027년 1만개가 넘게 되고 전체 보육시설에서 차지하는 비중도 30%까지 높아질 것으로 내다봤다.

또 노인들을 위한 요양원 건립을 위해 같은 기간 약 4조5000억원을 투자하면 현재 2.22%에 불과한 국공립 요양시설이 10%까지 늘어날 것으로 봤다. 이럴 경우 국공립 시설의 혜택을 보고 있는 노인 비율이 현재 5%에서 25.5%까지 확대될 것으로 내다봤다. 아울러 현재 6개에 불과한 재활병원도 같은 기간 1조5000억원만 투자하면 13개까지 늘어난다고 추산했다.

연구진은 이 같은 공공투자가 결국 연금 수입 증대로 이어질 것으로 분석했다. 보고서는 "2027년까지 인프라 투자로 인한 직간접 고용유발효과가 최대 7만1000명"이라며 "이 같은 고용창출효과를 통해 국민연금 수입이 증가해 제도의 지속 가능성을 높이고 국민의 노후 소득 보장을 강화시킨다"고 적시했다. 공공투자로 얻는 연금 추가 수입액은 연간 1조5000억원으로 추정했다.

하지만 그동안 보건복지부가 "정부 예산 대신 국민연금을 복지 재원으로 끌어다 쓰는 것은 수익성이나 안정성 측면에서 바람직하지 않다"는 주장을 펼쳐왔다는 점을 감안하면 이번 보고서로 인해 상당한 논란이 예상된다.

정진엽 복지부 장관도 "국민연금의 공공투자는 신중하게 접근해야 한다"고 누차 강조했다. 최근 국민연금을 '공공임대주택' 사업에 활용하자는 더불어민주당의 20대 총선 공약에 대해서도 정부는 계속 미온적인 태도를 보여왔다.

한편 국민연금 관계자는 "외부 용역 보고서는 참고 자료일 뿐 반드시 정책으로 채택할 필요는 없다"며 일단 선을 그었다.

이 보고서는 최광 전 국민연금공단 이사장 시절 의뢰해 문형표 이사장이 취임한 지난해 말 나왔다. 다만 국민연금은 "보고서가 문 이사장에게 보고되지 않았고 아직 실행 여부는 검토되지 않았다"고 말했다.

더불어민주당 박광온 국민연금 공공투자특위 위원장은 그러나 "국민연금의 공공투자가 연금 수익성 증대로 이어진다는 우리의 주장이 검증된 것"이라며 반겼다.

[채종원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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