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세먼지 깜깜이 대책
◆ 미세먼지 대책 혼선 ◆
"경유차와 화력발전소만 다 없애면 모든 게 해결되는 건가요? 실제 비중이 전체로 보면 얼마 안 되지 않나요?"(기타 부처 관계자)
오는 5일 박근혜 대통령의 귀국을 앞두고 '특단의 미세먼지 대책'을 요구받은 정부부처들의 긴장감이 높아지고 있다. 하지만 대책은커녕 주먹구구식 논쟁만 반복되고 있다. 관련 부처들은 '미세먼지의 주원인이 무엇인지'에 대한 합의조차 이르지 못한 것으로 확인됐다. 심지어 목표로 하는 대상이 미세먼지(PM-10)인지, 초미세먼지(PM-2.5)인지, 질소산화물(NOx)인지도 헷갈리는 형국이다. 정책의 기준이 될 통계치가 불분명하기 때문이다.
환경부 고위 관계자는 지난달 31일 "최근 2013년 기준 전국 대기오염물질 배출량이 집계됐는데 수도권에서 경유차가 내뿜는 미세먼지 비중이 30%에 이르는 것으로 추정된다"며 "초미세먼지는 화학반응을 일으켜 생성되는 2차 반응이 중요한데 이를 감안하면 경유차의 배출 비중은 더 높아질 것"이라고 말했다.
문제는 환경부조차 '경유차 30% 비중'에 대한 명확한 근거를 제시하지 못한다는 데 있다. 경유차량 대수를 합쳐 계산한 비중은 24%지만 여기에 각종 모델링 산식을 어떻게 설정하는지에 따라 수치가 달라지기 때문이다. 환경부로부터 경유 가격 인상, 발전소 저감시설 설치 등을 요구받은 기획재정부와 산업통상자원부 등 관련 부처들은 '경유차와 화력발전소가 어느 정도 문제를 일으키는지 알아야 대책을 세울 것 아니냐'며 급진적인 정책을 시행하는 데 반대하고 있다. '무엇이, 어느 정도 문제를 일으키니, 얼마만큼 줄여야 하는지'에 대한 근거가 있어야 움직일 수 있다는 것이다.
이런 상황이다 보니 국무조정실 주재로 이뤄지려다 돌연 연기된 관계기관 차관급 회의는 아직도 일정이 잡히지 않은 것으로 확인됐다. 실무자들 간의 협의가 어느 정도 이뤄진 후 회의를 개최하기로 했는데 근거자료에 대한 부처 간 불신의 골이 깊기 때문이다.
2006년에도 '확산모델'을 적용한 환경부가 서울시 미세먼지의 66%가 자동차 때문이라고 발표했지만, '수용모델'을 적용한 서울대 연구팀과 대기환경학회는 자동차 기여율이 10~15%에 불과하다고 발표해 파문이 일었다.
경유차에서 발생되는 미세먼지 수준이 얼마인지에 대해서는 확산모델과 수용모델별로 수치 차이가 크게 날 수밖에 없다. 수용모델이 실제 공기 중의 화학성분을 분석하는 방식인 반면 확산모델은 자동차, 공장 등 배출 원인별로 수치를 입력해 값을 구하는 방식이다. 한마디로 어떤 가정으로 미세먼지 통계를 잡느냐에 따라 값이 달라지기 때문이다.
환경부가 근거로 제시하는 국립환경과학원의 통계는 오염물질을 배출 원인별로 개수를 세어 입력하는 '확산모델' 방식이다. 경유차의 미세먼지 기여도는 경유차 대수에 평균주행량과 평균배출량 등을 곱해 추정된다. 미세먼지(PM-10)는 자동차 중 경유차만 일정 배출량을 입력하고 휘발유, LPG, CNG는 아예 입력값을 0으로 넣는 식이다.
미세먼지 중 도로이동오염원은 모두 경유차에서 비롯된다는 전제하에 계산된 이 산식에 의하면 2012년 기준 비산먼지와 생물성 연소를 제외한 전국 미세먼지(PM-10)의 10%, 수도권 미세먼지의 40%를 경유차가 배출하는 것으로 집계된다.
환경부 관계자는 "비산먼지를 포함할 경우 전체 미세먼지 배출량 중 경유차나 화력발전소의 배출 비중이 그다지 높지 않다는 일부 지적이 있지만 이는 사실과 다르다"고 지적했다. 그는 또 "경유차에서 질소산화물이 많이 나오는데 질소산화물이 다시 미세먼지를 만들기 때문에 실제 경유차의 미세먼지 기여도는 집계된 통계치보다 더 높게 나온다"며 "화력발전소에서 나오는 아황산가스(SO2)도 이 같은 상황을 고려해야 한다"고 말했다.
2013년 기준 수도권 초미세먼지 중 경유차에서 나오는 배출 비중은 24%(3769t), 질소산화물(NOx) 중 경유차에서 나오는 비중은 44%(14만3474t)인데, 질소산화물에서 초미세먼지가 생성된다는 점을 모델링에 적용하면 경유차의 초미세먼지 배출 비중이 30% 가까이 높아질 수 있다는 것이 환경부의 분석이다.
황산화물을 많이 배출하는 발전소에도 마찬가지 논리가 적용된다. 하지만 결국 수치가 고무줄처럼 오락가락한다는 점에서 관계 부처들이 이를 수용하기는 쉽지 않아 보인다.
[이승윤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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