뒤셀도르프에서 확인할 수 있었던 옳은 길

박공원 2016. 5. 31. 16:3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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뒤셀도르프에서 확인할 수 있었던 옳은 길



(베스트 일레븐)

▲ 박공원의 축구 현장

K리그 CEO 아카데미 독일 연수 중 포르투나 뒤셀도르프는 상당히 인상 깊게 남은 팀이다. 국내 축구팬들에게 다소 낯선 이름일 수 있다. 당연하다. 뒤셀도르프는 독일의 대표적 대도시 중 하나지만, 축구적 면에서는 그리 큰 이름은 아니다. 2015-2016시즌을 2부리그서 소화했으며, 1990년대에는 4부리그까지 주저앉았다. 2000년대에는 클럽이 문을 닫을 위기에도 처했던 만큼 어려웠던 팀이다.

게다가 근처에는 바이에른 뮌헨을 비롯해 UEFA(유럽축구연맹) 챔피언스리그를 넘볼 만한 전통의 강호들까지 가득해 기마저 펴지 못한다. 이런 뒤셀도르프가 최근 건전성을 찾고 있는데, 그 토대가 바로 유소년 정책이다.

사실 뒤셀도르프는 유소년팀 구축도 상당히 어려운 환경에 놓여 있다. 언급했듯 주변에 분데스리가 내 강호가 많아, 어린 선수를 스카우트하는 데 대단히 힘든 경쟁이 불가피하다. 이런 상황에서, 뒤셀도르프는 역발상을 통해 돌파구를 마련했다. 신체적으로 발전이 더뎌도 기술과 스피드 등 잠재성을 갖춘 선수, 빅 클럽 유소년팀에 들어갔다가 기회를 얻지 못해 제대로 성장하지 못한 선수를 스카우트 타깃으로 삼았다. 유소년 시절에는 두각을 나타내지 못하더라도 제대로 된 코칭 프로그램이 뒤따르면 얼마든지 성장할 수 있는 대기만성형 선수들에게 주목했다.

물론 조금 발달이 늦은 선수들이기 때문에, 보다 체계적 코칭 프로그램이 뒤따른다. 철저히 실전 위주의 훈련을 통해 선수들이 경기력을 쌓을 수 있게끔 한다. 다른 팀들은 U-17팀에서 U-18팀으로 선수들을 승격시키는 게 보통인데, 뒤셀도르프는 U-18팀을 만들어 이 팀이 많은 경기 경험을 쌓을 수 있도록 했다. 또한 축구뿐만 아니라 볼을 가지고 하는 여러 스포츠를 경험해 보다 볼에 친숙해질 수 있도록 했다.

그리고 인내로써 선수들이 성장하는 걸 기다린다. 당장 능력이 발휘되지 않는다고 성급하게 다루지 않는다. 전술적 면이든 기량적 면이든 유연하면서도 천천히 성장할 수 있도록 유도한다. 다소 늦게 성장하는 선수들을 데리고 육성하는 만큼 이런 인내심은 좋은 선수를 길러 내는 데 있어 반드시 필요하다.

이런 뒤셀도르프의 유소년 육성 전략을 접하면서, 과거 몸담았던 경남 FC가 떠올랐다. 당시 경남은 윤빛가람·이용래·김주영·정다훤 등을 육성해 배출함으로써 K리그에서 시민 구단 돌풍의 중심이 됐다. 경남은 일부러 어린 시절 촉망받다가 기대만큼 성장하지 못한 선수들 혹은 큰 구단에서 기회를 얻지 못해 성장이 정체된 선수들을 영입 타깃으로 삼았다.

이유가 있다. 프로 수준에 이른 선수들은 아무리 가르쳐도 개인 기술을 늘리기 힘들다. 기껏 해야 보다 강한 체력을 가지는 정도다. 하지만 본래 좋은 잠재성을 가졌거나 성장 가능성이 있음에도 기회를 갖지 못했던 선수들은 기본적으로 타 선수와 차별화된 개인 기량을 갖추고 있다. 당장 꽃피우지는 못하더라도 이들의 성장을 도울 수 있는 코칭 프로그램이 있다면 반드시 성공한다고 봤다.

이는 뒤셀도르프가 지금 가지고 있는 육성 전략과 맥을 같이 한다. 그래선지 당시 취했던 육성 전략이 틀리지 않았다는 점에 왠지 모르게 뿌듯했다. 주변이 빅 클럽으로 둘러싸인 시민 구단 등 중소 규모 클럽들이 이런 뒤셀도르프의 전략을 따른다면 상당히 큰 효과를 발휘하지 않을까 싶다. 스카우트부터 힘겨운 경쟁에 놓인 팀들이 돌파구를 마련하는 데, 이처럼 좋은 아이디어는 없다고 보기 때문이다.

글=박공원 칼럼니스트(안산 무궁화 FC 단장 겸 부산 외국어대학교 겸임 교수)
사진=ⒸgettyImages/이매진스(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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