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현수를 택한, 당신의 결정은 옳았습니다

김형준 2016. 5. 31. 14: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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볼티모어 오리올스 댄 듀켓 단장에게 전하는 편지
김현수(왼쪽)가 지난해 12월 23일(현지시간) 볼티모어와의 계약을 공식한 뒤 유니폼을 입고 댄 듀켓 부사장 겸 단장과 악수를 나누고 있다. 볼티모어 페이스북

※ 이 글은 초반 출전기회조차 얻지 못하고 전전긍긍 하다가 최근 실력으로 미국 프로야구의 편견을 극복하고 있는 김현수 선수의 활약을 보며 소속팀인 볼티모어 오리올스 댄 듀켓 단장에게 보내는 편지 형식으로 쓴 기사입니다.

“김현수는 한국에서 미국으로 온 선수 중 가장 뛰어난 타율을 보유했으며 우리는 그가 이곳에서도 좋은 타자가 될 것이라고 믿고 있다.”

댄 듀켓 단장님, 김현수 영입을 발표했던 지난해 12월 말 당신이 볼티모어 지역 언론에 전했던 이 말을 기억하시는지요.

“훌륭한 출루율을 가졌으며 삼진보다 볼넷이 더 많은 선수였다.”

“좌익수로 꾸준히 뛰며 능력을 발휘해 줄 것으로 믿는다.”

당시 당신을 비롯한 다수의 볼티모어 언론들은 김현수가 팀의 주요 자원이 될 것이라는 데 이견이 없었습니다. 그랬으니 마이너리그행 거부권 조항까지 허락했겠죠.

그러나 시범경기가 채 끝나지도 않았던 올 봄, 당신은 쇼월터 감독과 함께 김현수에 마이너리그행을 집요하게 설득했습니다. 김현수는 시범경기 타율 0.178에 그치며 기대 이하의 활약을, 경쟁자 조이 리카르드는 맹타를 휘둘렀던 점을 떠올려 보면 그 마음 충분히 이해합니다.

다만 마이너리그행 거부권이라는 계약상의 정당한 권리를 가진 김현수에 대해 한국 유턴·25인 로스터 제외설 등을 언론에 흘리며 여론전을 펼쳤던 건 유감입니다. 메이저리그에 비빌 곳 하나 없는 김현수의 약점을 노려 압력을 가했다고밖에 볼 수 없었습니다.

그럼에도 김현수는 메이저리그에 남겠다는 입장을 고수했습니다. 그리곤 개막 때 홈 팬들의 집단 야유를 받아가며 입장을 했죠. 한국 야구팬들은 자신에게 주어진 정당한 권리를 행사하고도 야유를 받는 김현수를 보며 당신과 쇼월터 감독을 원망하기도 했습니다.

하지만 당신과 쇼월터 감독의 예상과 달리 김현수는 정규시즌 들어 가뭄에 콩 나듯 얻은 기회마다 확실한 활약들을 펼쳐가고 있습니다. 개막 후 두 달이 지났지만 김현수의 타율은 표본이 늘어나도 3할 5푼 이상을 유지 중이고, 리카드의 타율은 점점 낮아지고 있죠. 앞으로도 김현수의 성적은 좋을 것이라 생각합니다. 한국에선 타격에 관한 한 “방망이를 거꾸로 잡아도 3할은 넘긴다”“5할도 못 치는 안타기계”라는 반전 개그를 늘 듣는 선수였으니까요.

지금 김현수의 활약은 시즌 개막 전 김현수에 부당한 압력을 넣었던 당신의 행동을 부끄럽게 만드는 결과일지도 모릅니다.

하지만 이것 하나만큼은 분명합니다.

그라운드에서 자신의 진가를 보여주고 있는 김현수는 또 하나의 무언가를 함께 증명하고 있습니다. 바로 당신의 안목입니다.

당신도 알고 있을 겁니다. 김현수는 한국에서도 프로팀 지명을 받지 못해 신고 선수로 어렵게 기회를 잡아 프로에 입단한 선수입니다. 바닥에서 출발한 그는 기회가 왔을 때 진가를 발휘하며 팀의 주전, 아니 한국의 간판 외야수로 성장했습니다.

한국일보 자료사진

데뷔 초반 역경을 이겨내고 성장한 이 과정은 모든 선수가 가지고 있는 자산이 아닙니다. 어쩌면 바로 지금, 볼티모어에서 불안한 입지를 넓혀가고 있는 원동력일지도 모릅니다.

다시 한 번 말하지만, 당신의 선택은 옳았습니다.

“김현수는 한국에서 미국으로 온 선수 중 가장 뛰어난 타율을 보유했으며 우리는 그가 이곳에서도 좋은 타자가 될 것이라고 믿고 있다.”

자신의 믿음을 쉽게 뒤집지 마십시오.

진심으로, 볼티모어의 건승을 기대합니다.

PS.마이너리그 거부권을 준 것 또한 분명 좋은 선택이었습니다.

김형준 기자 mediaboy@hankookilbo.com

볼티모어 오리올스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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