설기현 "14년전 오늘, 떨려서 바지도 뒤바꿔 입어"

CBS 김현정의 뉴스쇼 2016. 5. 31. 14: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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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방송 : CBS 라디오 <김현정의 뉴스쇼> FM 98.1 (07:30~09:00)
■ 진행 : 김현정 앵커
■ 대담 : 설기현 (성균관대 축구 감독)

(노래-'오 필승 코리아') 여러분 온 국민이 광화문 광장에 빨간 티를 입고 모여들었던 그때, 2002년이 기억나십니까? 14년 전 오늘은 2002 한일월드컵의 개막식이 있던 날입니다. 흉흉한 뉴스만 들려오는 요즘 그때 그 흥분을 다시 한 번 떠올려보고 싶습니다. 화제의 인터뷰, 12명의 태극전사 중의 한 분, 16강 이탈리아전의 히어로죠. 설기현 선수. 지금은 성균관대 감독이세요. 설기현 감독 연결을 해 보겠습니다. 감독님, 안녕하세요?

◆ 설기현> 네, 안녕하십니까?

◇ 김현정> 이제 2년차 감독이시죠?

◆ 설기현> 네. 이제 1년 조금 지났습니다.

◇ 김현정> 감독이라는 호칭이 이제는 좀 익숙해지셨습니까?

◆ 설기현> 이제는 좀 익숙해진 것 같습니다.

◇ 김현정> 14년 전 오늘 지금도 기억이 생생하십니까, 어떠십니까?

◆ 설기현> 기억이 생생하진 않고요. (웃음) 가끔 생각이 나기는 합니다.

(사진=자료사진)

◇ 김현정> (웃음) 히딩크 감독은 월드컵 시작하기 전부터 ‘우리가 세계를 깜짝 놀라게 하겠다.’ 이런 얘기를 공공연하게 했었거든요. 히딩크 감독은 도대체 뭘 믿고 그렇게 자신감이 넘쳤던 걸까요?

◆ 설기현> 저희도 히딩크 감독님이 너무나 장담을 하셔서 사실 월드컵을 앞두고 걱정을 많이 했었어요. 그래서 이제 감독님이 마지막이시니까 그냥 되든 안 되든 큰소리 쳐보시는거 아닌가, 우리 선수들끼리 뒤에서 이렇게 얘기하곤 했는데.

◇ 김현정> 정말요? (웃음)

◆ 설기현> 네. 그런데 첫 경기 폴란드 같은 경우, 그 팀하고 우리가 2:0으로 이기면서, ‘어, 정말 우리가 능력이 있는 건가?’라고 확신을 좀 갖게 됐던 것 같아요.

◇ 김현정> 첫 경기 폴란드전부터. 개인적으로 제일 잊지 못할 경기를 꼽으라면 어떤 경기일까요?

◆ 설기현> 이탈리아전이죠.

◇ 김현정> 역시, 16강 이탈리아전. 그때 2:1로 지고 있었는데 후반 43분에 동점골을 설기현 선수가 터뜨렸어요.

◇ 김현정> 네.

◇ 김현정> 예상을 하고 찬 겁니까?

◆ 설기현> 그때 지진 않을 것 같은데 시간은 얼마 안 남고 좀 초조하기는 했었지만, 하면서 상대편 선수들도 굉장히 막 신경질적인 부분이 막 나오는 거 보면서 ‘아, 저 선수들도 굉장히 힘들고 굉장히 어려워하고 있구나.’ 하는 걸 느꼈고 또 우리도 간간히 찬스가 있었기 때문에 뭔가 한방이 부족했던 것뿐이지 우리가 자신감을 갖고 더 강하게 밀어붙이자 했기 때문에 그런 결과를 이끌어낸 것 같습니다.

지난 2012년 서울 상암월드컵경기장에서 열린 '2002 월드컵 대표팀 초청 K리그 올스타전'. 2002년도 국가대표 축구팀이 기념 촬영을 하고 있다. (사진=자료사진)

◇ 김현정> 경기 때마다 또 잊을 수 없는 게 응원석에 카드섹션이 있었잖아요. 문구도 하나하나가 다 예술이었어요. 경기장 들어서면 그 카드색션 문구가 선수들 눈에 딱 들어오나요?

◆ 설기현> 좋기보다는 긴장이 많이 되는 것 같아요. 저는 너무나 긴장을 해서요. 연습복하고 경기복이 있는데요. 연습복, 경기복 하의가 똑같은데 번호만 있고 없고의 차이인데, 너무 긴장해서 그걸 연습복을 입고 나간 거예요. (웃음)

◇ 김현정> 정말요? (웃음)

◆ 설기현> 네. 그런데 경기 끝나고 보니까 번호가 없는 거예요, 밑에. 그 정도로 많이 긴장이 돼더라고요, 떨리고.

◇ 김현정> 설기현 선수는 포커페이스잖아요. 감정의 요동도 없는 것 같고 굉장히 우직한 그런 설기현 선수도 떨었단 말이에요? 오들오들?

◆ 설기현> 네. 너무 긴장했습니다.

◇ 김현정> 월드컵이라는 게 그렇군요. 선수들이 느끼는 중압감이라는 게. 성별불문, 지역불문, 나이불문 모든 걸 뛰어넘어서 그렇게 우리나라가 자발적으로 하나가 된 때가 또 있나 싶은데요. 월드컵이 끝나고 나서 인기가 어느 정도였는지 기억나는 일화가 있으세요?

◆ 설기현> 그 당시에 제가 어린 나이에 장가를 일찍 가서, 처갓집이 부산에 있었는데 갔었는데요. 밤에 처갓집 집 앞에 있었는데 캄캄한데 그걸 어떻게 알아보시고 갑자기 (웃음) 주위에 아무도 없었는데 많은 분들이 갑자기 다 막 뛰어오시는 거예요. 그래서 너무 놀라서 도망갔던 기억이 있어요.

◇ 김현정> 캄캄한데도 알아보고, 설기현 선수를? (웃음)

◆ 설기현> 네. 너무 신기했어요.

◇ 김현정> 우리 설기현 선수나 당시 태극전사들은 평생의 힘이 될 것 같아요, 그때 생각하면?

◆ 설기현> 많이 힘이 되는 것 같습니다. 지금도 제가 감독을 하고 있지만 그때 감동이라든가 기억을 잊지 못하기 때문에, 경기에서 그런 결과가 나올 수 있도록 더 노력하게 되는 것 같습니다.

◇ 김현정> 지금 우리 설기현 감독은 감독으로서 지도자를 길을 걷고 있고요. 그 당시의 주역들 뭐하시나 살펴보면 지도자 길을 걷는 분들도 있고 아예 연예인 못지않게 예능 방송 하는 분들도 있고요. 아예 방송하시는 분들 보면 어떠세요?

◆ 설기현> 뭐... 원래 성격대로 잘하고 있는 것 같아요.

◇ 김현정> (웃음) 원래 성격대로? 안정환 선수, 이천수 선수 이런 선수들?

◆ 설기현> 원래 그 선수들이 당시에도 말도 되게 재미있게 잘했고 그런 것들을 좀 좋아했던 것 같아요. 지금 하는 거 보면 당시 선수들의 성격이 그대로 나오는 것 같습니다.

2015년 10월 13일에 있었던 은퇴식 모습. (사진=자료사진)

◇ 김현정> 2002 한일월드컵 4강 신화의 주역입니다. 설기현 선수, 지금은 성균관대 감독이 된 설기현 감독 만나고 있습니다. 그나저나 지도자의 길에 들어선 지 이제 불과 2년차인데 돌풍을 일으키고 계세요?

◆ 설기현> 돌풍까지는 아니고요. (웃음) 일단은 우리 선수들이 열심히 너무나 잘해 주고 있어서요. 지난 FA컵 때 프로팀을 이기긴 했죠. 지금 선수들이 잘해 주고 있는 것 같습니다.

◇ 김현정> 히딩크 감독에게 뭔가 배운 부분, 벤치마킹한 부분 이런 것도 있을까요?

◆ 설기현> 네. 히딩크 감독님께서 그분만의 특징이 있었거든요. 강하게 하는 선수들한테는 강하게 하고, 또 좋게 해 주시는 상황도 있었는데 (선수들마다) 각자에 맞게 컨트롤을 잘해 주셨던 것 같아요.

◇ 김현정> 그런 지도자의 리더십은 배우고 있고, 지도자 생활은 앞으로 쭉 하시는 거죠?

◆ 설기현> 네.

◇ 김현정> 언젠가는 대표팀의 지도자, 히딩크 감독 같은 자리도 꿈 꾸시죠?

◆ 설기현> 아직 거기까지는 꿈을 안 꾸고 있고요. (웃음) 너무나 어려운 자리이기 때문에 일단은 저는 많은 걸 또 지도자로서 배워야 된다고 생각을 해요. 그런 것들이 잘 된다면 그 다음 목표를 생각하겠지만 지금은 열심히 배우고 있는 중입니다.

◇ 김현정> 제가 짧은 인터뷰 오랜만에 설기현 감독하고 하는데, 그대로세요. (웃음) 하여튼 설기현 감독님, 2002년에 잊지 못할 추억을 감사드리고요. 앞으로 감독 설기현으로 멋진 모습 기대하겠습니다.

◆ 설기현> 네, 감사합니다.

◇ 김현정> 오늘 고맙습니다. 2002년 4강 월드컵 신화의 주인공, 성균관대 축구팀의 설기현 감독이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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