뭘 잘못했는지 모르는 <뮤직뱅크>, 핵심은 '갑질'이다

우동균 입력 2016. 5. 31. 13:4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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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장] 순위 뒤바뀐 AOA와 트와이스.. 추락하는 음악 순위 프로그램의 신뢰도

[오마이뉴스 글:우동균, 편집:곽우신]

 <뮤직뱅크> 논란의 본질은 '실수'가 아니다.
ⓒ KBS2
<뮤직뱅크>가 지난 27일 방송에서 AOA와 트와이스의 1등이 뒤바뀌었다는 사실을 인정했다. <뮤직뱅크> 제작진은 30일 사과문과 함께 차트 변동을 공지했지만, 팬들은 음악 순위 프로그램의 신뢰도 자체에 대한 의문을 제기하며 논란이 거세지고 있다.

한때는 KBS가 음악 순위 프로그램의 기준을 제시하던 시절도 있었다. 1990년대만 하더라도, 손범수 아나운서가 진행하던 <가요톱텐>에서 골든컵을 타는 게 가수들의 영예였다. 당시 골든컵은 5주 연속 1위를 한 가수들에게만 수여되는 상이었다. 공정하고 정확한 순위 시스템이라는 인식을 심어준 <가요톱텐>은 꽤 오랫동안 가장 '보고 싶은' 순위 프로그램이었다.

그러나 이제는 시대가 변했다. 음반의 시대가 가고 음원의 시대가 왔으며, 가수들의 인기 역시 모든 사람이 공감하고 공유하는 문화라기보다는 어느 한 계층에 집중된 경향이 짙다. 예를 들어 아이돌은 10대부터 20대 초반이 소비층의 주류인 문화가 됐다. 음반의 시대가 가니, 음악은 오래 두고 듣기보다는 한 번에 치고 올라가는 음원 위주로 만들어지기 시작했고 그렇기에 아이돌 가수들이 유리한 고지를 점했다. 이에 따라 순위프로그램도 변화했다. 다양한 가수들보다는 아이돌 중심의 '그들만의 리그'로 순위 프로그램으로 변모하고 만 것이다.

시청률 1%대의 음악 순위 프로그램

최근 방송 삼사의 순위 프로그램의 성적은 처참할 정도다. <인기가요> <쇼 음악중심> <뮤직뱅크> 어느 하나 2%를 넘기는 것이 없다. 대부분의 시청자들이 음악방송에 흥미를 느끼지 못하고 있다는 것에 대한 반증이다. 그러나 시청자들이 음악 자체에 흥미가 없어졌는가 하면 그것은 아니다. 오히려 음악은 예능의 소재로 다뤄지며 여전히 주목받는 콘텐츠다. <복면가왕>을 비롯해 <판타스틱 듀오> <듀엣 가요제> <신의 목소리> <슈가맨> <히든싱어> <너의 목소리가 보여> 등, 음악을 소재로 한 프로그램들은 여전히 현재 진행 중이다.

이런 상황에서 방송 삼사 음악 순위 프로그램들이 유독 힘을 발휘하지 못하는 이유는 그들의 안일함에 있다. 더는 순위 프로그램은 인기의 척도를 가늠하는 프로그램이 아니다. 단순히 가수들을 나열하고 순위로 줄 세우기 하는 느낌이 더 강하다. 해당 가수의 팬들이라면 순위에 관심이 있겠지만, 일반인의 이목까지 끌 정도로 긴장감을 제공하지는 못한다. 그 순위에 큰 의미를 찾을 수 없기 때문이다.

 1위가 뒤바뀌는 초유의 사태가 벌어진 지난 27일 <뮤직뱅크> 화면 갈무리. 해당 회차는 현재 다시보기가 막혀 있다.
ⓒ KBS2
<뮤직뱅크>에서 AOA와 트와이스의 1위가 뒤바뀐 어처구니없는 사건은 가요 프로그램 순위제의 문제점을 그대로 보여준다. 순위를 정함에 있어서 음반 판매량에 따른 음반 점수가 이상하다는 팬들의 지적에 <뮤직뱅크> 측은 잘못을 인정하기에 이르렀다. '입력 오류'라는 해명이 있었지만, 섣불리 이해하기 힘들다. 방송이 생방송이라고는 해도, 음반 점수는 미리 산출되는 요소이다. 1위를 선정하는 핵심적인 부분에서 이런 오류를 냈다는 걸 쉽게 받아들이기 어렵다.

팬들 사이에서 시작된 논란이 없었다면, <뮤직뱅크> 측이 아무런 해명도 하지 않고 스리슬쩍 넘어갔을지도 모른다. 이런 오류는 순위 프로그램의 진정성이 사라지고 오히려 조롱거리가 되는 현 세태를 고스란히 보여준다. 프로그램에서 실수를 인정하고 순위를 실제로 번복한 것은 이번이 처음이지만, 팬들 사이에서 크고 작은 순위 논란은 꾸준히 있었다. 음악방송 측의 '갑질 논란'이 불거진 것 또한 이상한 일이 아니다. 도저히 이해하기 힘든 실수에 소속사와 방송사 측 간의 유착 관계가 있는 것이 아니냐는 의심이 퍼져나가고 있다.

이것은 일회성 해프닝이 아니다

음악 방송 출연을 빌미로 '갑질'을 하던 방송사의 행태가 밝혀진 게 이미 오래 전 일이다. 1%대의 시청률이라고는 하나 홍보할 수 있는 기회가 음악 방송뿐인 신인들의 처지를 이용, 같은 소속사의 톱스타 섭외나 출연을 강요하는 일은 암암리에 여전히 진행되고 있다. '그들만의 리그'라고 할지라도 팬들 사이에서는 자신이 사랑하는 가수의 무대를 볼 수 있는 거의 유일한 기회이다. 때문에 팬서비스 차원에서도 음악 방송만큼은 포기할 수 없는 게 소속사의 입장이다.

음악 프로그램의 순위를 의미 없게 만든 것은 과연 누구인가. 음악 방송에 관심이 없어진 시청자들인가, 아니면 음원 순위 중심으로 개편된 가요계인가. 그들의 책임도 무시할 수 없지만 사실상 그것은 그 누구도 아닌 방송사 제작진 자신들의 책임이 가장 크다. 어떤 상황에서도 흔들리지 않는 시스템과 견고한 공정성을 바탕으로 한 공신력 있는 순위제가 있다면 팬들의 불신도 이처럼 커질 리 없다. 음악방송을 무기로 자신들의 위력을 과시하고자 한 제작진의 불찰과 오류쯤 아무렇지 않게 생각하는 안일함이 이런 사태를 만들었다.

미국의 빌보드 차트나 그래미 시상식 같은 공신력 있는 순위제나 시상식이 존재할 수 없는 것이 아니라, 그들이 굳이 그런 공신력 있는 순위제나 시상식을 만들고 싶어 하지 않는 것이 아닐까. 대충 제작하는 음악프로그램의 퀄리티에 시청자의 관심이 돌아선 것은 당연하다.

<뮤직뱅크>의 신미진 PD는 OSEN과의 인터뷰에서 "상처받았을 트와이스와 AOA에 대한 위로가 먼저"라고 말을 꺼냈다. 그러나 이 말이 과연 그들 제작진의 입에서 나와야 할 말일까. 그들의 입에서 나와야 하는 말은 순위제에 대한 대중의 불신을 극복하고 더욱 확실한 신뢰성을 얻으려는 방법에 대한 논의가 우선이 되어야 하지 않을까. 가수에게 상처를 준 것도 그들이고 프로그램을 이 지경까지 끌고 온 것도 그들이다. 자신들이 초래한 상황임에도, 이 일을 단순한 '해프닝'처럼 몰고 가려는 태도에 황당해 하는 사람이 아마 팬들만은 아닐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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덧붙이는 글 | 이 기사는 우동균 시민기자의 개인 블로그에도 실렸습니다. 오마이뉴스는 직접 작성한 글에 한해 중복 게재를 허용하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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