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도림역에서 손편지 나눠주는 이 남자의 꿈

남유진 2016. 5. 31. 13:4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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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뷰] <빅이슈> 판매원 김호원씨

[오마이뉴스남유진 기자]

상대에게 자신의 진심을 전달할 때 가장 효과적인 수단은 무엇일까? 나름의 방법이 있겠지만 아마 시대 불문하고 손편지가 좋지 않을까 싶다. 신도림역 1번 출구에서 <빅이슈>를 판매하는 김호원씨(가명)는 <빅이슈> 구매자들에게 감사한 마음을 담아 직접 적은 손편지를 나눠주고 있다. 지난 2일 그를 빅이슈 코리아 사무실에서 만났다.

 신도림역 1번 출구 빅이슈 판매원이 직접 작성한 손편지.
ⓒ 신도림역 1번 출구 빅판
- <빅이슈> 구매자에게 손편지를 드리게 된 이유가 뭔가요?
"독자들이 저한테서 책을 산다는 것은 이 책이 보고 싶어 사는 사람도 있겠지만, 저를 도와주려고 하는 사람도 있는 거잖아요. 보답을 하고 싶었어요. 그 생각을 하다 보니까 손편지를 쓰게 된 거예요. 계절에 맞는 시를 찾아 적고 감사한 마음을 표현해요."

- 손편지의 힘을 경험해 본 적 있나요?
"공장에서 일을 하다 몸을 많이 다쳤어요. 당시 상황이 너무 힘들었는데, 띠동갑 누님이 저한테 손편지를 주면서 그 안에 돈 5만 원을 넣어놨더라고요. '아무리 세상이 어렵더라도 용기 잃지 말고 살아라' 이런 이야기였는데, 그 편지를 읽는 순간 울컥 하고 감사하더라고요."

- 일을 하면서 기억에 남는 일이 있나요?
"여러 사람을 접했고 기억에 남을 만큼 많은 일도 있었습니다. 최근에 가장 기억에 남는 일이 있었지요. 너무 순식간에 일어난 일이라 저도 어안이 벙벙할 정도였습니다. 판매하는 곳 기둥 쪽에서 누군가 나타나더니 빅이슈 한 권을 사고는 커피 한 캔과 편지 한 통을 주고는 수줍게 사라지는 게 아니겠어요.

편지 내용인즉 '이전에는 빅이슈를 의무감으로 샀지만 얼마 전 몇몇 빅판 분들의 인터뷰를 보고 힘든 시간을 겪었을 빅판(빅이슈 판매원)들이 다시 일어나 존경스럽다'는 말이었어요. 이젠 다른 사람에게 용기를 주어 존경스럽고 자신도 용기를 갖고 살아겠다는 다짐이었습니다.

이어 제가 적은 손편지의 시가 자신의 힘든 대학생활에 따뜻한 위로가 되었으며, 빅판들의 새로운 목표를 응원하겠다는 내용이었습니다. 수줍게 편지를 건네준 그 학생의 모습은 기억에 가물거리지만, 그 마음은 기억에서 사라지지 않습니다."

- 현재 몸이 많이 불편하다고 들었습니다.
"가족과 경제적인 사정으로 오랜 기간을 떨어져 살면서 실질적으로 노숙은 안 했지만 컨테이너를 기숙사로 내준 공장에서 열심히 일을 했습니다. 열악한 환경, 낮은 급여, 제게 당장 시급한 건 많은 돈이었지만 턱없는 월급에 그나마 도움이 될 수 있는 것은 잔업과 특근뿐이었습니다. 돈이 된다면 일을 해야 했고 피곤하거나 아프다는 것은 제게 어찌 보면 배부른 자의 행복한 푸념이라 여겼습니다.

그러다 보니 자연히 피로가 누적되고 예기치 않은 두 번의 사고로 많은 수술 끝에 발가락 5개를 모두 절단하는 상황까지 이르게 됐습니다. 지금도 발이 시리고 발바닥이 제대로 착지가 되지 않아 몸의 균형이 한쪽으로 쏠리는지 옆구리에 통증이 계속적으로 나타나고 있습니다. 일하는 게 너무 힘들 때도 있지만, 저를 기억해서 다시 찾아와 주시는 분들도 계시더라고요. 그럴 때마다 힘이 나요."

"손편지에 감사의 마음을 담습니다"

- 손편지 원본과 복사본의 차이는 무엇인가요?
"진품명품 같은 데 보면 진품하고 가짜가 있는데, 어떻게 보면 복사를 했다는 건 일종의 혼이 안 들어간 대량생산이잖아요, 많이 찍어낸 거니까…. 약간 그것에 대해 미안한 마음에 드는데 하루에 20~30장 쓰려면 너무 힘들거든요. 그래서 요즘엔 직접 쓴 손편지를 복사해서 나눠주고 있네요."

- 선생님이 바라는 따뜻한 세상은 무엇인가요?
"<빅이슈> 판매하면서 느낀 게 뭐냐면 세상엔 나보다 어려운 사람이 너무나 많구나. 나는 저 사람들보다도 더 행복하구나 한 거였어요. 그래서 제가 정말 여력이 된다면 도움이 필요한 사람들을 돕고 싶어요."

- 원래 글쓰는 걸 좋아하신 것 같습니다.
"저는 누군가 쪽지에라도 편지, 격려의 글 이런 걸 적어서 저에게 주면 버리지 않거든요. 솔직히 말해서 청첩장 같은 것도 버리지 않아요. 왜냐면 그 사람, 일생의 경사스러운 날이라 버릴 수가 없어요. 날짜 지나면 별 의미 없다고 생각할 수도 있는데 전 그게 아니더라고요. 구매자들이 손글씨를 봄으로 인해 옛날도 떠올리고, 따뜻함고 느낄 수 있었으면 좋겠어요."

- 앞으로의 계획은 어떻게 되나요?
"가족들이랑 헤어져 산 지 거의 13년 정도 됐어요. 23살 아들, 26살 딸이 있는데 둘 다 너무 착해요. 아들은 올 8월 말인가 9월 초에 전역한다고 하더라고요. 돈이 너무 많이 들어가서 실질적으로 불가능하긴 한데 아들이랑 같이 푸드트럭을 해보고 싶어요. 아들은 싫어할 수도 있는데 아들에게 세상을 보여주고 싶어요. 그렇게 하고 싶어요."

* 이번 인터뷰는 지난 5월호 손편지 제작소 조아름 대표가 말한 분을 찾아 인터뷰한 것입니다. 인터뷰이가 원치 않아 얼굴은 공개하지 않고 이름은 가명으로 대체했습니다(관련 기사 : "회사에서 손편지로 싸우기도 해요, 왜냐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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덧붙이는 글 | 이 기사는 월간 <세상사는 아름다운 이야기(http://snsmedia.wix.com/snsmedia)> 6월호에 먼저 실렸습니다. 오마이뉴스는 중복게재를 허용하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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