억대 조종훈련비, 항공사·조종사 누가 내야 할까

오상헌 기자 2016. 5. 31. 13: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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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한항공·이스타 교육훈련비 소송만 8건..대법원판례 "조종사 계약기간前 이직시 상환의무 유효"

[머니투데이 오상헌 기자] [대한항공·이스타 교육훈련비 소송만 8건...대법원판례 "조종사 계약기간前 이직시 상환의무 유효"]

항공기 조종교육 훈련비를 둘러싸고 조종사들과 항공사의 법정 다툼이 잇따르고 있다. 조종사들은 항공사가 과도한 훈련비를 임의로 산정해 개인에게 부담을 전가하고 있다는 입장이다. 반면 항공사들은 조종사 자격을 따기 위한 훈련비는 자비 부담이 '글로벌 스탠다드'라고 맞선다. 거액을 들여 양성한 조종사가 계약을 어겨 이직해버리면 회사가 손실을 온전히 떠안아야 하므로 '안전장치'가 필요하다는 것이다.

◇대한항공·이스타 조종훈련비 소송만 8건= 31일 항공업계에 따르면, 대한항공과 이스타항공은 퇴직 조종사들이 제기한 조종 교육훈련비 관련 소송으로 홍역을 치르고 있다. 관련 소송만 8건에 이른다. 이스타항공에 2013년 10월에 입사했다 퇴직한 9명의 조종사는 최근 '교육훈련비 부당이득금 반환' 소송을 냈다. 이 소송은 지난 27일 전주지법에서 첫 변론이 시작됐다.

이스타항공 퇴직 조종사들은 입사 후 교육훈련비와 비행시간(1000시간) 확보 비용 명목으로 8000만원을 3회 분할 선납했다. 이들은 그러나 계약기간 2년을 채우지 않고 중도 퇴직했다. 조종사들은 선납 훈련비 중 5000만원은 회사의 부당이득이라며 돌려달라고 요구한다. 선납 훈련비가 과도하고 내역도 불투명하다는 주장이다.

이스타항공은 수습조종사들이 부기장이 되는 데 필요한 비행훈련 기회를 제공하는 조건으로 선납금을 받았는데 조종사들이 계약기간을 채우지 않고 퇴직했으므로 문제될 게 없다는 입장이다. 다른 항공사와 달리 사업용 면장만 있으면 입사가 가능했고 이직이 가능한 비행시간만 확보하고 퇴사했으므로 훈련비 반환 의무가 없다는 것이다.

조종훈련원을 운영했던 업계 고위 관계자는 "외부기관 훈련 과정을 통해 항공사 입사나 이직에 필요한 제트기 비행시간을 확보하려면 통상 10시간에 2000여만이 소요될 정도로 고비용을 개인이 감당해야 한다"며 "당시 이스타항공 조종사 채용 경쟁률이 5대1이 넘었던 것은 비용과 시간을 크게 줄여 부기장이 될 수 있다는 장점때문이었던 것으로 안다"고 말했다.

◇조종사 자격획득 본인부담, 기종전환 '분담' 구조= 항공사 조종사(부기장)가 되려면 운항 자격증인 사업용 조종사 자격증(CPL) 등 면장이 필요하다. 각 항공사들이 채용때 요구하는 비행시간(250~1000시간) 조건도 갖춰야 한다. 입사 후에도 기종 전환 교육 등을 별도로 받아야 한다.

조종사 지원 자격(면장+비행시간)을 갖추고 부기장이 되기까지의 비용은 훈련생(수습부기장) 스스로 부담한다. 미국과 유럽 등 항공 선진국들도 마찬가지다. 대한항공과 아시아나항공의 통합 APP(Airline Pilot Program) 과정엔 평균 2억원가량의 비용이 들어간다.

입사 후 기종 전환 교육비도 만만찮다. 수천만원에서 억대를 넘어간다. 훈련비용은 항공사가 대납하되 의무근속기간을 설정하는 경우가 많다. 대한항공은 의무근무기간이 6년, 제주항공 5년, 에어부산 4년이다. 기간을 모두 채우면 회사가 온전히 비용을 대지만 중간에 이직한 조종사는 반환해야 한다. 일종의 안전장치 개념으로 계약 파기에 따른 '페널티'다.

항공업계 고위 관계자는 "조종사는 능력에 따라 이직 기회가 많고 고연봉이 가능한 전문 직종"이라며 "항공사의 교육훈련을 통해 습득한 조종기술은 조종사 개인에게 귀속되므로 비용 본인 부담원칙이 '글로벌 스탠다드'"라고 말했다.

◇대법원 "교육훈련비 회사 전액부담 의무없어"= 최대 국적 항공사인 대한항공도 지난해 4월부터 조종사 교육훈련비와 관련해 퇴직 조종사들과 7건의 개별 소송을 진행 중이다. 소송 가액이 총 14억원에 이른다. 6건은 퇴직 조종사들이 교육훈련비를 돌려달라고 소송을 냈고 1건은 퇴사한 조종사들에게 훈련비를 상환하라고 사측이 낸 소송이다. 현재 서울남부지법에서 1심이 진행되고 있다.

대한항공은 과거 조종훈련생을 선발해 비행교육훈련계약을 맺고 2년 동안 자체 훈련을 거친 조종사를 정식 채용했다. 이 과정에서 초중등훈련비(1억원)는 훈련생 스스로 부담하게 했다. 고등교육훈련비(1억7000만원)의 경우 월급에서 일정 비율로 공제하고 10년간 근속하면 나머지 상환의무는 면제해 줬다. 대신 10년 근속기간을 못 채우고 퇴사하면 교육비를 일부 돌려받았다.

2004~2005년 입사했다 근속 10년 전에 퇴사한 조종사들은 8500만~9300만원을 반납했다. 이 돈을 다시 돌려달라고 지난해 소송을 낸 것이다. 훈련비와 상환금액이 임의로 산정됐고 교육비를 조종사에게 모두 부담토록 하는 것은 '노예계약'이라는 게 조종사들의 항변이다.

대한항공은 국내외 항공업계 관례와 대법원 판례(1992년)를 근거로 면장이 없는 조종훈련생에 대한 교육비는 조종사가 부담하는 게 맞다는 입장이다. 일반적인 교육비와 달리 조종 훈련비용은 금액이 크고 교육의 혜택이 해당 조종사에 귀속되므로 회사가 전적으로 부담할 이유가 없다는 것이다.

대법원도 유사 사건에서 항공사의 손을 들어줬다. "훈련을 이수한 직원이 의무재직기간 동안 근무하지 않을 때 회사가 우선 부담한 교육비의 전부나 일부를 상환하도록 하고 의무재직기간 동안 근무하는 경우에는 면제토록 한 계약과 회사 규정은 유효하다"는 판시했다.

오상헌 기자 bborirang@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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