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미경·김시연..'텅 빈 채움'전

김신성 2016. 5. 31. 13: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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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미경 작품.
 김미경·김시연 2인전이 ‘텅 빈 채움(full-filld emptiness)’이란 주제를 내걸고 6월 9일부터 7월 6일까지 누크갤러리에서 열린다.

사물과 자연이 빚어낸 현상들을 심미안을 통해 영혼의 색채로 전이시키는 김미경의 색면 추상과 중요하지 않다고 여겨지는 것들의 중요함에 대한 사유를 담아 낸 김시연의 작품들이 관람객을 맞는다.

지극히 감성적이고 고요한 두 작가의 작품은 텅 비어 있다. 그러나 비어있는 공간, 마치 진공과도 같은 공간은 사실 무언가로 꽉 채워져 있다. 그들은 하고 싶은 이야기가 많다. 너무도 오랜 시간 자신의 내면에 꼭꼭 쌓아온 것들이 많아, 한꺼번에 끄집어 낼 수가 없다. 하나씩 덜어내 비우다 보니 남은 것이 하나도 없는 비어있는 공간에는 축적된 그들의 이야기가 가득하다.
김미경 작품.

평면의 화면 위에 영혼이 깃든 김미경의 색면 추상 앞에 서면 그 고요함에 숨이 멈춰진다. 간결함 너머로 밀려오는 작가의 이야기가 조용히 들린다. 작가는 오랜 시간 하나의 문제를 지속적으로 생각해오는 과정에서 시작된 자신의 작품은 “지극히 개인적인 단서를 통해 꾸준히 이어지는 통로들이 맞닿아 자라면서 진행된다”고 말한다. 김미경은 어린 시절 겪었던 경험과 느낌, 두려움과 기대감, 자식들이 유일한 세상이던 어머니를 생각하며 마음의 근원을 상상한다. 자신을 둘러싼 환경에 대한 몸짓의 기록들과 세상살이 대해 감지하는 섬세한 느낌, 그리고 자각들에 대해 시간이 허용하는 깨달음을 평면에 쌓아가는 과정이 자신의 작품이라고 이야기한다. 층층이 쌓아가는 색 면의 겹은 노동의 행위와 시간의 기록을 보여준다. 김미경은 사적인 것들을 표현하는 수단으로 기하학적인 형태를 구현한다. 보는 이들은 그리드형태 위에 축적되어 쌓여진 겹 사이사이에서 무한한 의미를 상상하게 된다.
김시연 작품.

책상 위에 굴러다니는 지우개의 정갈한 모서리가 둔탁해 질 때까지 김시연은 손가락을 위로 아래로 움직여 가루를 만든다. 반복적인 움직임과 시간의 의미 그리고 힘과 균형의 축적으로 하찮은 물건이 작가에게는 중요한 사물로 변화 되어 마침내 작품이 된다. 주어진 것들이나 바랜 기억, 흔적들이 사라진 빈 자리에 소복이 내려앉은 지우개 가루들은 생활에서 지나쳐 버리는 사소한 것들이다. 작가는 눈에 보이는 사물의 정의나 의미에서 벗어나 중요하지 않다고 여겨지는 것들의 중요함에 대해 사유한다. 자신의 삶 속에서 계속되는 노동은 시간의 기록을 보여주고 작가의 삶을 느끼게 한다.
김시연 작품.
김시연은 “어긋난 사물의 작은 틈 사이로 들어가 한적함의 순간, 한 순간의 쉼을 체험하는 일이 곧 작품을 만드는 과정”이라고 한다. 작가는 터질 듯한 마음을 비우고 많은 이야기로 채워진 공간에 한적함의 순간을 선사한다.

김신성 기자 sskim65@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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