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물산 주식매수가 낮다' 법원결정, 합병시장 영향은

2016. 5. 31. 11:5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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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투업계 "적극적 법률 해석"..확정시 삼성물산 최대 370억원 부담 엘리엇 매니지먼트, 700억원대 '기회손실'
[연합뉴스 자료사진]

금투업계 "적극적 법률 해석"…확정시 삼성물산 최대 370억원 부담

엘리엇 매니지먼트, 700억원대 '기회손실'

(서울=연합뉴스) 차대운 기자 = 제일모직과의 합병에 반대한 옛 삼성물산 주주들이 보유한 주식 매수청구 가격이 대주주 이익을 보호하는 쪽으로 낮게 책정됐다는 서울고법의 결정이 앞으로 기업 간 합병에 어떤 영향을 미칠지 귀추가 주목된다.

이번 결정은 이사회의 합병 결의일을 기준일로 삼아 주식매수청구 가격을 산정하는 현행 방식의 예외를 사실상 인정한 것이어서 매우 적극적인 법률 해석이라는 반응이 금융투자업계에서 나오고 있다.

황세운 자본시장연구원 자본시장실장은 31일 "지난해 옛 삼성물산과 제일모직의 합병 절차상으로는 법률적 저촉 여지가 없어 원고가 패소할 가능성이 크다고 봤는데 의외의 결정이 나왔다"며 "합병 과정에서 손해를 볼 수 있는 소액 주주의 권익을 일정 부분 보장해 줘야 한다는 취지의 결정인 것 같다"고 논평했다.

그는 "사실 옛 삼성물산과 제일모직의 합병은 삼성물산 주주의 처지에서는 상당히 부당한 합병이라고 볼 여지가 많았다"며 "기업 지배구조가 투명하지 못한 상황에서 앞으로 비슷한 합병이 이뤄질 수 있는데 소액주주 보호 차원에서 이런 판결이 일관성 있게 나오면 좋겠다"고 말했다.

자본시장법 시행령은 특별한 사정이 없는 한 합병 이사회 결의일로부터 3개월 가중평균 주가, 1개월 가중평균 주가, 1주일 가중평균 주가를 구한 뒤 이들 세 가격을 다시 산술평균하는 방식으로 주식매수청구권 값을 계산하도록 규정하고 있다.

그러나 서울고법 민사35부(윤종구 부장판사)는 2014년 12월18일 제일모직이 상장되는 순간부터 제일모직과 삼성물산의 합병설이 시장에 파다하게 퍼진 상황이었다며 이사회 합병 결의일인 2015년 5월26일을 기준으로 한 주식매수청구권 행사 가격 산출에 합리성이 결여됐다고 판단했다.

특히 재판부는 제일모직 주가가 높게, 삼성물산 주가가 낮게 형성돼야 이건희 회장과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 등 지배 주주 일가에게 이익이 되는 상황에서 삼성물산이 건설 수주에 지나치게 소극적으로 나서는 등 주가를 의도적으로 낮췄다고 의심하는 데 합리적 이유가 있다고 지적했다.

또 합병을 앞두고 삼성물산 주식을 꾸준히 매도한 국민연금에 대해선 "이 같은 매도가 정당한 투자 판단에 근거한 것이 아닐 수 있다는 의심을 배제하기 어렵다"고 밝혔다.

물론 국민연금은 이에 대해 "전문적인 시각을 갖고 투자한 것으로 다른 의도가 개입되지 않았다"며 재판부 지적을 반박하고 있다.

금융투자업계에서는 사실 상장사가 합병에 나설 때 대주주 지분이 많은 회사의 주가가 유리하게 전개된다는 것이 상식으로 통했다. 이른바 '대주주 불패의 법칙'이다.

이런 상황에서 나온 서울고법 결정이 대법원에서 확정되면 앞으로 피합병 법인의 주식을 보유한 소액 주주들이 주식매수청구권 가격을 제대로 행사할 기회가 열릴 가능성은 커진다.

반면에 합병 법인 주요 주주의 이익은 상대적으로 줄어들 수 있어 인수·합병 시장에 미칠 파장이 클 수밖에 없다.

그러나 이번 서울고법의 결정이 대법원에서 유지될 수 있을지 회의적으로 바라보는 시각이 적지 않다.

한 자산운용사 고위 관계자는 "법원의 결정은 증거에 바탕을 둔 물증을 우선으로 내려져야 하는데 언론 보도와 증권사 리포트 등을 근거로 판단을 내린 이번 결정이 과연 대법원에서 인정받을 수 있을지 의문"이라고 말했다.

그는 "이번 일을 계기로 주식매수청구권 행사 가격이나 합병 비율 산정 방식 자체가 적정한지에 대해 고민해 볼 필요가 있다"며 "현재는 자산가치 같은 요소를 배제하고 시가를 기준으로만 따지고 있는데 주가는 시장의 탐욕 등이 반영된 것인데 시가로만 기업 가치를 따지는 방식에는 한계가 있다"고 지적했다.

한편 5만7천234원이던 보통주 매수청구가를 6만6천602원으로 올려야 한다는 서울고법 결정이 대법원에서 그대로 확정되면 삼성물산은 지분 2.11%를 보유했던 일성신약에 310억원을 더 지급해야 하는 등 신청인들에게 총 347억원을 추가로 줘야 한다.

다만 작년 삼성물산 합병에 반대하고 일성신약과 함께 주식매수청구권 조정 신청을 했던 미국계 헤지펀드 엘리엇 매니지먼트는 1심 패소 후 삼성과 합의하고 보유 물량을 모두 넘겨 이번 결정에 따른 이익을 보기 어렵게 됐다.

한 업계 관계자는 "엘리엇이 소송을 포기함으로써 항소심 결정이 확정된다면 최소 수백억원의 이익을 포기한 셈이 되는 것"이라고 말했다.

엘리엇이 작년 매수청구권을 행사한 주식 물량은 773만 주가량으로 알려졌다. 이에 따라 엘리엇은 720억원을 더 받을 기회를 놓친 셈이다.

작년 삼성물산 합병 때 주식매수청구권이 행사된 보통주는 1천171만6천주다.

따라서 일성신약 등이 대법원에서 최종 승소하고 나머지 주주들이 추가로 소송을 제기한다면 삼성물산은 엘리엇 옛 보유 지분을 제외했을 때 최대 370억원가량을 부담해야 한다는 계산이 나온다.

cha@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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