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5년교정의 끝은?..평행이론'판박이살인'

2016. 5. 31. 11:4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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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소 4개월만에 또 범행 되풀이
피의자 살인사건 패턴 똑같아
교정시스템 한계 그대로
편견극복·사회복귀지원 대책시급

#1. 지난 2001년 1월, 서울 노원구 중계동의 한 노숙자수용시설에서 공공근로를 하며 어려운 생활을 이어가던 김모(46) 씨는 사람을 죽이겠다 마음 먹었다. 자신이 예전에 살았던 경북 청도군의 한 마을에 부자로 소문난 이모(64ㆍ여) 씨를 살해하고 그녀의 돈을 뺐기 위해서였다. 남편과 사별한 이 씨는 자녀들도 타지에 나가 당시 홀로 고향집을 지키며 살고 있었다. 그는 노원구 상계동에 위치한 한 전통시장에서 33.5cm 길이의 식칼을 구매해 청도로 내려갔다. 일주일 뒤 늦은 밤 이 씨의 집에 몰래 들어가 숨어 있던 김 씨는 한 시간 뒤 이 씨가 잠든 틈에 흉기로 목을 찔러 살해했다. 이어 김 씨는 장롱속에 있던 이 씨의 지갑에서 2만원을 훔쳐 달아났지만 결국 경찰에 덜미가 잡혔다.

#2. 지난 16일, 15년간의 복역 생활을 끝마치고 출소한 지 4개월이 지난 노숙자 김모(61) 씨는 서울 노원구 상계동의 한 시장 주방도구점에서 과도를 구입했다. 자신의 범행에 사용하기 위해서였다. 12일이 지난 28일 오후 10시께 김 씨는 노원구 수락산에 올라 배회하며 밤을 지샜다. 산 속에서 처음 만난 사람을 살해하겠다는 마음으로 돌아다닌 김 씨는 다음날 오전 5시20분께 등산을 하기 위해 산을 찾은 A(64ㆍ여) 씨를 발견했다. 김 씨는 등산로에서 마주친 A 씨의 목을 찔러 살해했다. 이후 주머니를 뒤졌으나 돈을 발견하지 못하고 그 자리에서 달아났다. 그리고 13시간 뒤 경찰에 자수했다.


15년의 시간을 두고 벌어진 두 사건은 놀라울 만큼 닮았다. 동일범에 의해 발생한 두 건의 살인사건은 범죄 패턴과 피해자의 특징 등에서 너무나도 유사한 ‘평행이론’을 보는 듯 했다.

‘수락산 등산객 피살 사건’의 피의자 김모(61) 씨가 15년에 걸친 복역 및 교정 생활에도 불구하고 출소 4개월만에 15년전과 판박이처럼 닮은 사건을 저지른 것으로 나타나며 재소자의 범죄 재발을 막기 위한 우리나라 교정 시스템에 대한 문제 제기도 잇따르고 있다.

31일 경찰 관계자 및 범죄 분석 전문가들은 이번 사건에 대해 교정 시스템이 지니고 있는 한계를 드러낸 것이라고 한결같이 지적하고 있다. 15년에 걸친 교정 기간에도 불구하고 출소 4개월만에 15년전과 거의 똑같은 살해를 저질렀다는 점이 이를 증명해준다는 것이다.

경찰 범죄통계에서도 2014년 기준 강력범죄의 동종 범죄 재범률은 12.1%에 이른다.

이윤호 동국대 범죄심리학과 교수는 “높은 재범률 등이 교정시스템의 한계를 가장 잘 보여주고 있다. 형벌 부과가 1차 목표인 교도소에서 복역 후 사회적응을 위한 교정 및 재사회화 기능은 부차적인 문제로 다뤄질 수 밖에 없는 구조”라며 “최근 교화기능을 강조하고 있다고는 하지만 너무 많은 사람을 한꺼번에 수용하는 현실 속에서 제대로 가르치고 교화시킬 교도관이나 전문 인력을 충분히 확보하지 못하는 문제도 생각해 봐야하는 문제”라고 했다.

교정시스템이 출소자의 사회 복귀를 목표를 삼고 있다고는 하지만 출소자에 대한 사회적 편견 해소를 위한 정책은 구체적으로 실천되지 않은채 범죄자 개인에 대한 교육에만 초점이 맞춰져 있다는 지적도 있다.

배임호 숭실대 사회복지학부 교수는 ‘출소자 재범방지를 위한 갱생보호사업의 실태와 발전방향’이란 보고서에서 “현재 우리나라의 교정 사업은 출소자가 사회로 복귀하는 데 발생하는 심리적, 정신적 장애요인과 사회, 환경적 장애 요인을 해결하는 것 보다는 일회적인 물질적 지원에만 초점이 맞춰져 있다”며 “출소자들이 교정을 받았음에도 불구하고 바뀌지 않은 차별적 현실에 분노를 느끼고 재차 범죄를 일으키는 경향도 있다”고 강조했다.

전문가들은 출소자의 사회에 대한 분노 등으로 인한 묻지마 범죄나 각종 강력 범죄를 막기 위해서는 무엇보다 ‘사회적 관계 회복(relationship restoration)’이 중요하다고 한 목소리를 냈다.

공정식 경기대 범죄심리학 교수는 “근본적으로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서는 피의자들을 사회 안으로 끌어들여 분노를 제어해야만 한다”며 “비록 그 과정이 복잡하고 힘들지 모르지만 사회에 대한 분노를 재사회화 등의 과정을 통해 극복할 수 있도록 해줘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어 배 교수는 “출소자의 욕구를 정확하게 교화사업에 연관해 그들의 자립 계획을 파악하고, 심리적ㆍ물질적 준비단계를 철저히 확인하는 과정이 도입돼야 한다”며 “사회에 복귀하는 출소자들에 대한 낙인과 배척을 두려워하지 않도록 사회 구성원들이 모두 노력해야할 뿐만 아니라 재소 시 와해될 수 있는 가족관계에 대한 관리 역시 교정 과정에서 진행해야만 재범률을 획기적으로 낮출 것”이라고 덧붙였다.

신동윤ㆍ구민정 기자/realbighead@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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