로저스 완투와 권혁의 전력질주, 팀이 된 한화

장강훈 2016. 5. 31. 07:3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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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화 이글스 김성근 감독이 29일 한화생명이글스파크에서 진행된 롯데 자이언츠와의 경기에서 9-2 완투승으로 헌신한 로저스를 끌어안고 있다. 대전 | 김도훈기자 dica@sportsseoul.com
[스포츠서울 장강훈기자] “이기고 싶었다.”

한화 선수들이 승리에 대한 열망을 현실에서 재현했다. 서로에게 미안한 마음을 갖고 고통을 나누겠다는 희생정신이 반등을 이끈 동력이었다. 한화는 지난 26일 고척 넥센전부터 29일 대전 롯데전까지 4연승을 질주했다. 중반까지 한치 앞을 알 수 없는 접전을 펼쳤는데 고비 때마다 투타 엇박자로 흐름을 내주던 모습을 지워냈다. 26일 넥센전에서는 전날 끝내기 폭투로 다잡은 승리를 내준 정우람이 혼신의 역투로 한 점차 승리를 이끌었고 27, 28일에는 송창식과 권혁이 감독의 만류에도 불구하고 마운드에 올라 연승을 지켜냈다. 그러자 29일 에스밀 로저스가 완투쇼를 펼치며 완승을 견인해 지난해 8월 이후 처음으로 4연승에 입맞춤 했다.

승리 과정을 들여다보면 선수들의 열망이 고스란히 묻어난다. 선발 투수들은 “불펜에 걸린 과부하를 덜어주고 싶다”며 불펜투수들은 “야수들이 뽑아낸 점수를 반드시 지켜주고 싶다”며 ‘혹사’를 자처했다. 시계를 지난 28일 대전 롯데전으로 돌려보자. 당시 한화는 7-4로 리드하다 8회초 불펜진이 흔들리며 두 점을 더 내줬다. 7회말부터 몸을 풀기 시작한 송창식이 8회초 마운드에 올라 최준석을 더블플레이로 솎아내며 이닝을 끝내자 더그아웃에 있던 권혁이 쏜살 같이 불펜으로 달려 나갔다. 김성근 감독은 “송창식과 권혁은 등판 예정이 없었다. 전날(27일) 투구수가 많았기 때문에 무리라고 판단했다. 본인들이 정민태 코치를 통해 ‘던지겠다’고 말을 했는데 안된다고 막았다. 거듭 던질 수 있다고 강조해 그러라고 했다”고 설명했다. 전날 최고 148㎞짜리 강속구를 꽂아 넣던 권혁은 9회초 마운드에 올라 세 타자를 삼진 두개를 곁들여 깔끔하게 돌려보내고 승리를 지켜냈다. 권혁은 “이기고 싶었다. 밸런스가 좋을 때 마운드에 오르면 많이 던져도 크게 지치지 않는다”고 담담하게 말했다.

한화 이글스 권혁이 28일 한화생명이글스파크에서 진행된 롯데 자이언츠와의 경기에서 덕아웃의 동료들을 살피고 있다. 대전 | 김도훈기자 dica@sportsseoul.com

29일에는 송창식과 권혁뿐만 아니라 정우람도 등판이 어려웠다. 27일 새벽 뺑소니 교통사고를 당한 정우람은 목에 경미한 통증을 안고 있는 상태였다. 그는 “이틀 쉬었기 때문에 공을 던지는데 지장 없다. 불펜에서 대기하면서 등판 기회를 엿볼 것”이라고 강조했다. 하지만 김 감독은 “경미하다고는 해도 교통사고를 당했다. 본인은 던질 수 있다고 했지만 쓸 수 없는 상황”이라고 강조했다. 김 감독은 “경기 시작 전부터 로저스를 무조건 완투시키겠다고 생각했다”고 말했다. 하지만 변수가 생겼다. 로저스가 7회를 마쳤을 때 이미 투구수 100개를 넘어섰다. 8회까지 116개를 던져 완투가 어려울 것으로 보였다. 하지만 로저스는 9회에도 올라왔고 127개를 던지며 완투승을 따냈다. 그는 “불펜이 많이 지친 상태였다. 140개를 던져도 투구 밸런스에 문제가 없다면 상관없다. 내가 나오는 날 만이라도 불펜진이 편하게 쉴 수 있기를 바란다. 다음에도 그 다음에도 8이닝, 9이닝 던질 수 있도록 준비하겠다”며 자신만만한 표정을 지었다.

경기 직후 더그아웃 뒤에서 만난 정우람은 땀에 흠뻑 젖은 모습이었다. 9-2로 큰 점수차 리드였지만 언제든 마운드에 오를 수 있도록 불펜에서 준비를 했던 것이다. 포수 조인성은 “감독님께서 돌아오신(20일) 이후 선수들이 톱니바퀴처럼 맞물려 돌아가기 시작했다는 인상을 받았다. 서로 미안한 마음을 갖고 더 잘해야겠다는 생각을 하면서 경기를 치르고 있다. 이런 마음들이 모여서인지 야수들뿐만 아니라 투수진에도 힘이 붙었다”고 귀띔했다. 벤치 분위기도 활기차졌고 투수들도 마운드에 오르면 위축되기보다 더 공격적으로 투구하려고 노력한다.

송창식은 “이제 이길 때도 되지 않았나. 아직 시즌이 많이 남아있기 때문에 우리가 할 수 있는 것들만 확실히 하면 반등할 수 있을 것이라고 확신한다. 선수들끼리 ‘해보자’는 얘기를 많이 주고 받는다”며 웃었다. 한화가 ‘팀’이 되고 있다.
zzang@sportsseou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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