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남FC 구해달라' 앙탈아닌 절규로 봐야하는 이유

스포츠한국 이재호 기자 2016. 5. 31. 06:3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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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포츠한국 이재호 기자] 지난 28일, 성남FC와 인천 유나이티드의 경기가 열렸던 성남 탄천종합운동장. 이 경기에서 가장 관심을 받은 것은 흥미롭고도 상당히 자극적인 문구였다.

“성남FC는 이제 축구 못합니까. PLZ SAVE SFC(제발 성남FC를 구해달라)”

성남FC측이 축구장에 이 같은 메시지를 내건 내용의 골자는 지난 23일 행정자치부의 지방재정개편안에 있다. 이 제도가 실시되면 성남시는 기존에 자신들이 활용하던 세수 1051억원(전체 성남시 세수의 20% 수준)을 중앙정부에 보내야한다. 세수가 줄어든 성남시는 아무래도 조금은 필요성이 덜한 문화, 복지 부분에 예산을 삭감할 수밖에 없고 결국 성남FC도 예산축소 등과 같은 피해를 입을 수밖에 없다는 논리다.

성남FC 제공

이를 두고 의견이 분분하다. 다소 정치적 메시지로 오해될 수 있는 부분도 없지 않기에 ‘축구장에서 정치적 메시지를 내면 안된다’고 말하는 이와 함께 ‘어차피 그 세수들은 다른 좋은 곳에 쓰일 것인데 성남시와 같이 소위 잘사는 곳이 자신들의 예산이 줄어든다고 부리는 앙탈’로 바라보는 여론도 있다.

그러나 성남FC의 이같은 주장은 단순히 앙탈로 보기에는 무리가 있다. 아니, 어쩌면 이제야 조금 자리를 잡고 축구를 활용한 시민이 화합되는 모범사례가 되고 있는 상황에서 나온 날벼락을 맞은 ‘절규’라고 보는 것이 맞을지도 모르겠다.

▶감쪽같이 사라진 ‘4조 7천억원’의 행방

중앙정부는 국정과제 104번을 통해 지방재정의 확충이 지방자치의 발전을 위해 필요하다는 것을 밝히고, 총 6조 9천억원이 소요된다고 판단했다.

지난 2013년 정부합동발표를 통해 정부는 2조 2천억원의 지방재정이 확충됐다고 발표했다. 남은 4조 7천억원의 경우 지방소비세 상향 조정이나 분권교부세 사업 추가 국고환원 등을 통해 메울 것이라고 했을 때는 별문제가 없었다.

하지만 갑자기 2014년 12월 발간한 ‘지방자치발전종합계획’에서는 이 4조 7천억원의 재정확충에 대한 계획이 제외됐다. 그리고 그 4조 7천억원의 돈을 성남시 등 경기도 6개 시(성남, 수원, 과천, 용인, 화성, 고양)에서 세수를 더 가져옴으로서 메우려 한다. 당장 6개 도시는 기존의 세수에서 상당부분을 중앙정부에 내놔야하는 현실에 처하게 된 것이다.

▶성남시 전체세수 중 고작 25%만 쓸 수 있다

성남시는 이미 전체 세수 중 55%는 중앙정부에 내주고 45%만 성남시민들에게 쓰고 있다. 현상황에서 이번건이 현실화되면 성남시는 기존에 남은 45%중 거의 절반에 해당하는 20%만큼인 약 1051억원의 예산이 줄어들게 된다. 즉 성남시민들에게 얻은 세수 100중 25만 온전히 성남시민들에게 쓸 수 있는 상황이 되는 것이다.

성남시 입장에서는 필수적으로 써야만 하는 예산이 있다. 예산을 그곳에 먼저 배정하다보면 결국 외면당할 수밖에 없는 것은 문화, 복지 부분이다. 성남시가 운영하는 성남FC도 타격을 받을 수밖에 없다. 연간 70억원 정도의 성남시 지원을 받는 성남FC의 예산이 줄어들 수밖에 없고 팀전력 약화로 이어질 것은 불보듯 뻔하다. 경기장에 ‘성남FC를 살려달라’는 외침이 나올 수밖에 없는 이유였다.

이재명 시장 트위터

▶중앙정부의 책임전가… 지방자치의 하향평준화로

31일까지 성남FC는 약 1/3이 진행된 K리그 클래식에서 3위를 내달리고 있다. 시민구단 중 최고이자 만약 내일 시즌이 끝나게 되면 자력으로 아시아 챔피언스리그까지 나갈 수 있는 성적이다. 또한 3위는 시민구단이 낸 역사상 최고 순위로 기록될 수도 있다.

이런 순위는 2년반전만해도 꿈도 못 꾸던 순위다. 성남일화라는 기업구단일때 2013년 성남은 14개 팀 중 하위스플릿으로 내려가며 8위를 차지했다. 하지만 2014년 성남시가 축구단을 인수해 시민구단화 시킨 이후 2014년에는 시민구단 역사상 첫 FA컵 우승, 2015년에는 상위스플릿 진입 후 5위 등극, 그리고 올해는 현재 리그 3위를 마크하고 있다.

자연스레 관중수도 기하급수적으로 늘었다. 예전에 탄천종합운동장은 경기가 있든 없든 늘 한산했지만 이제는 웬만한 기업구단들보다 관중이 많이 들어서는 수준이 됐다(2016년 평균관중 전체 4위). 성적향상과 지역 친밀도, 관중증가는 성남 축구단의 시민구단화를 아무리 나쁘게 보는 사람들도 인정할 수밖에 없는 부분이다.

하지만 이처럼 꽃길만 걸을 줄 알았던 성남FC는 중앙정부의 일방적 행보에 가시밭길로 어쩔 수 없이 유턴하게 생겼다. 중앙정부가 부담해야하는 부분을 지방자치단체에게 책임을 전가시킴으로서 지방자치의 하향평준화가 초래될 것으로 보인다는 점에서 성남FC의 암울한 미래가 예상되고 있다.

성남FC의 이례적인 경기장에서의 외침을 단순한 앙탈이 아닌 처절한 절규로 볼 수밖에 없는 이유다.

프로축구연맹 제공

스포츠한국 이재호 기자 jay12@sportshankoo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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