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방' 김현수, 까다로운 너클볼 기다렸고 때렸다
[매경닷컴 MK스포츠 이상철 기자] 너클볼은 생소했다. 김현수(볼티모어)는 예측하기 어려운 너클볼의 움직임에 고전했다. 그러나 김현수는 성급하지 않았다.
31일(한국시간) 보스턴의 선발투수는 스티븐 라이트였다. 29세의 나이에 빅리그에 데뷔한 늦깎이. 그의 너클볼은 올해 더욱 위력적이었다. 그는 9경기에 등판해 4승 4패 평균자책점 2.52를 기록했다.
70마일대의 너클볼은 현란했다. 타자들이 치기 까다로웠다. 이날 경기 전까지 라이트의 시즌 피안타율은 0.208에 불과했다. WHIP(이닝당 출루허용률)도 1.10으로 낮았다.
볼티모어 타선도 초반 애를 먹었다. 포수 라이언 해니건이 제대로 포구하기도 힘들 정도. 4회까지 라이트를 상대로 1안타에 그쳤다. 김현수도 1회 범타로 물러난 데다 3회 싱겁게 발길을 더그아웃으로 돌렸다. 뚝 떨어지는 너클볼에 3구 삼진.
김현수는 서두르지 않았다. 라이트는 5회 들어 급격히 흔들렸다. 놀란 레이몰드, 라이언 플래히터, 케일럽 조셉에게 3연속 안타를 맞았다. 애덤 존스의 희생타까지 더해지며 2실점, 2-0의 리드를 못 지켰다.
2사 1루서 타석에 선 김현수는 욕심을 내지 않았다. 라이트의 너클볼은 제구가 안 됐다. 김현수는 배트 한 번 휘두르지 않고 볼넷을 얻었다. 시즌 7번째 볼넷. 역전 기회를 만들었으나 후속타가 터지지 않았다.
이날 완투승을 거둔 라이트는 김현수와 4번 겨뤘다. 그리고 김현수를 상대로 19개의 공을 던졌다. 그 가운데 너클볼이 12개였다(포심 4개-커브 3개). 4번째 대결서 너클볼 비율(5구 중 1개)이 적었다.
라이트는 결정구를 너클볼로 쓰지 않았다. 이유는 있었다. 김현수는 8회 볼카운트 1B서 라이트의 77마일 너클볼을 배트에 맞췄다. 1회보다 더 예리한 타구. 2루타를 기대케 했지만 파울 라인을 살짝 벗어났다. 가슴을 쓸어내린 라이트. 이후 공 3개는 커브(2개)와 포심(1개)이었다.
김현수의 선구안이 돋보였다. 라이트의 19구 중 볼 10개를 골랐다. 5회는 볼넷이었으며 1회와 8회는 볼 3개의 카운트였다. 스트라이크존을 벗어나는 ‘나쁜 공’에 반응하지 않았다. 그렇다고 가만있진 않았다. 김현수가 배트를 휘두른 건 3번. 그 중 2번은 꽤 날카로운 스윙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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