막무가내 부모들.. 대치동 학원가 '픽업 주차전쟁' 극성

글·사진=김판 허경구 기자 2016. 5. 31. 04: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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학원 수업을 마치고 나온 학생과 시민들이 29일 밤 서울 대치동 학원가 인근에서 버스를 타기 위해 차도로 쏟아져 나오고 있다. 자녀를 태우려고 두 개 차로와 인도까지 점령한 차들 때문에 주말이면 대치동 학원가 일대는 거대한 주차장으로 변한다.

29일 오후 9시30분, 서울 강남구 대치동 은마아파트 입구 사거리에 차들이 몰리기 시작했다. 곳곳에서 경적이 울렸다. 30분쯤 지나자 비상등을 켠 차들이 학원 앞 도로를 가득 메웠다. 인도는 말할 것도 없고, 인도 바로 옆에 붙은 차로와 그 옆 차로까지 주차장이 됐다. 이 상태로 학생들이 수업을 마치고 다 빠져나가는 오후 10시30분까지 1시간 동안 도로와 인도는 마비됐다. 대치동 주민 이모(54)씨는 “주말이면 학부모들이 자녀를 태우려고 차를 몰고 와서 이 일대가 난장판이 된다”고 했다.

‘픽업 전쟁’의 중심부는 버스정류장이다. 학부모들은 눈에 잘 띄는 버스정류장을 ‘만남의 장소’로 삼는다. 학원을 나서는 학생이 전화를 걸면 차 안에서 기다리고 있던 학부모들은 ‘○○정류장 앞으로 오라’고 말하는 식이다.

버스정류장은 불법 주정차 단속을 하는 강남구청과 경찰이 가장 애를 먹는 곳이기도 하다. 정류장 주변이 주차장이 되면서 버스는 갈 곳을 잃었다. 버스가 정류장 근처에 겨우 다가서자 학생들은 차도로 뛰어들었다. 버스정류장 앞에서 차를 대고 기다리던 한 학부모는 “다른 사람들도 다들 그러기에 불법 주정차인지 몰랐다. 금방 나가겠다”고 말한 뒤 내렸던 창문을 급히 올렸다. 교통정리를 하던 경찰이 다가와 “차를 빼지 않으면 단속하겠다”고 경고하자 그제야 차를 움직였다.

학원 앞 인도도 위험천만하다. 학부모들 상당수는 학원이 입주한 건물 앞 인도에 차를 올려두고 기다리고 있었다. 자녀를 태운 그들은 밀려나오는 학생들 사이를 비집으면서 아슬아슬하게 차도로 내려갔다.

학생들은 불안감을 느낀다고 했다. 수업을 마치고 분주하게 지하철역으로 걷던 김모(17)군은 “이제는 ‘오늘도 있네’라는 생각이 들 정도다. 걸어 다닐 때는 차를 피하면 되는데 자전거를 타고 갈 때는 사고가 날까봐 무섭다”고 했다. 학원 관계자들은 “직접 태우러 오는 학부모들을 학원 입장에서 말리기는 어렵다”고 하소연했다.

단속은 이뤄지지 않는 것일까. 강남구청은 2014년 5월부터 수서경찰서와 합동으로 2년 동안 특별단속반을 운영하고 있다. 대치동 학원가에서 불법 주정차로 단속된 차량은 지난해에만 406대다. 다른 곳으로 차를 이동하라고 계도한 차량은 4841대나 된다. 한 해 5000여대의 차량을 단속했지만 주말 상황이 나아지지 않은 셈이다. 강남구청 관계자는 “2년째 단속을 하고 있지만 주말에는 아직도 무질서한 상황이 지속돼 난감하다”며 “‘내 자식만 태우면 된다’는 이기주의 때문에 다른 학생들이 피해를 보고 있다”고 말했다.

글·사진=김판 허경구 기자 pan@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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