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식, 쪼개면 오른다? 5개 중 3개는 하락

안준용 기자 입력 2016. 5. 31. 03: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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거래량 증가·주가 상승 기대.. 5월에만 15개 종목 액면분할 올해 60%는 오히려 주가 하락 기업 가치와 관련 없는 만큼 '옥석 가리기'에 신중할 필요

최근 주식시장에 이른바 '주식 쪼개기' 바람이 뜨겁다. 이달 20일 넥센은 액면가 5000원짜리 주식을 500원으로 쪼갰고, 25일 아이오케이는 500원짜리 주식을 100원으로 쪼개 다시 상장했다. 바로 '액면분할'이다.

올 들어 액면분할에 나서는 기업들이 대폭 늘어나고 있다. 30일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올 2월 16일 한온시스템을 시작으로 현재까지 20개 기업이 액면분할을 완료했다. 유가증권시장에서는 크라운제과·롯데제과 등 9종목, 코스닥에서는 엠에스씨·행남자기 등 11종목이 주식의 액면가를 나눠서 다시 상장했다. 올 들어 다섯 달 만에 작년 한 해 전체 액면분할 상장사(25개사)의 5분의 4에 달하는 기업이 주식 쪼개기에 나선 것이다. 이달에만 15개 종목이 액면분할을 했다. 작년 4월 국내 최고가주였던 아모레퍼시픽이 액면분할 이후 거래량이 늘고 주가가 오른 데 따른 영향으로 다른 상장사들의 액면분할 욕구도 커졌다는 분석이다.

액면분할 주가 상승 효과 '반짝'

통상적으로 시장에서 주식 쪼개기는 주가에 긍정적인 요소로 본다. 5000원짜리 주식 1주가 500원짜리 주식 10주가 되면 투자자들의 거래 자체가 쉬워져 거래량이 늘기 때문이다. 주식을 나눈다고 해서 기업의 본질적인 가치가 올라갈 일은 없고 시가총액도 그대로이지만, 더 많은 주주들이 소액 매매에 나설 수 있어 주가도 오를 가능성이 높다는 얘기다.

하지만 이 공식이 늘 들어맞는 것은 아니다. 올 들어 액면분할 후 재상장한 20개 종목 가운데 12개 종목(60%)은 액면분할 전에 비해 30일 현재 주가가 내렸다. 주로 재상장 당일 주가가 튀어올랐다가 빠르게 제자리로 돌아가는 '단기급등 후 조정'이 일어나는 형태가 많다. 이달 17일 액면분할 직후 상한가를 기록했던 크라운제과는 가파른 하락세를 이어가 2주일도 채 안 된 30일 액면분할 전 대비 주가가 -4.6%를 기록했다. 크라운제과에 이어 하루 뒤인 18일 액면분할 직후 상한가를 쳤던 광림도 상승분을 대부분 반납했다. 변경 상장 당일에 장중 상한가를 기록했던 롯데제과와 동부도 마찬가지로 액면분할 이후 주가 변동률이 마이너스(-)다. 주식을 쪼갠 뒤 거래량이 늘면 기업의 시가총액은 증가할 가능성이 높지만, 액면분할 자체가 기업 가치와는 관련이 없는 만큼 주가에 직접적인 호재는 아니라는 얘기다.

"하반기도 액면분할 바람 계속될 것"

그럼에도 올 하반기에도 액면분할 열풍은 이어질 전망이다. 애경유화, 에스아이티글로벌, 세우테크, 태양씨앤엘, 대림제지 등은 이미 주식 분할을 결의하고 올 3분기 중 변경 상장을 예고한 상태다. 또 롯데칠성을 비롯해 오뚜기·LG생활건강 등 다른 초고가주들도 액면분할에 나설 가능성이 있다. 한국거래소도 주당 가격이 높은 고가주에 대한 개인 투자자들의 접근성을 높여 거래량을 늘리기 위해 액면분할을 적극 장려하고 있다.

하지만 전문가들은 액면분할 종목이 늘어날수록 '옥석 가리기'에 신중해야 한다고 조언한다. 특히 올 들어 증시 변동성이 높아진 만큼 액면분할 효과만 과신해 단타 매매에 나설 경우 큰 손실을 볼 수 있기 때문이다. 지기호 LIG투자증권 리서치센터장은 "국내 증시에 별다른 호재가 안 보이면서 개인 투자자들이 액면분할 이벤트에 몰리는 경향도 있다"며 "가격이 높아 거래량이 부족했던 종목은 액면분할이 주가 상승으로 이어질 가능성도 있지만, 기본적으로 액면분할이 주가에 미치는 효과는 미미하다"고 말했다.

한편 액면분할주 투자에 나선다면 시가총액 규모에 비해 거래 대금이 적었던 종목을 관심 있게 지켜볼 필요가 있다. 한 주당 주가가 싸졌을 때 거래량이 늘면서 주가가 동시에 오를 가능성이 높기 때문이다.

☞액면분할 자본금 액수는 그대로 두고 기존 주식의 액면가를 일정 비율로 나눠 주식의 총수를 늘리는 것. 예컨대 액면가를 기존 5000원에서 500원으로, 500원에서 100원으로 쪼개는 경우를 말한다. 기업들은 주로 주식 한 주당 가격이 너무 높아 거래가 잘 이뤄지지 않거나 신주 발행이 어려울 때 액면분할에 나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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