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팅, 車 정기검사서 4년만에 없애.. 불법 방치한 정부

문현웅 기자 2016. 5. 31. 03: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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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전 해치는 '선팅'] [5·끝] 한국에서만 왜?.. 대책 "불필요한 규제" 1999년 제외.. 항목서 빠진 뒤 '깜깜이車' 급증 94% 위반.. 단속보다 홍보부터 新車 구매 단계부터 금지해야

미국·유럽 같은 교통 선진국에서 금지돼 있는 짙은 선팅이 유독 우리나라에서만 일반화돼 있는 것은 정부 책임이 크다. 1990년대까지는 우리나라에서도 2년마다 의무적으로 실시하는 자동차 정기검사 때 규정을 위반한 선팅 차량을 통과시켜 주지 않았다. 1995년 도로교통법에 선팅 규제가 도입됐기 때문이다.

하지만 건설교통부(현 국토교통부)는 1999년 자동차 검사 항목에서 선팅을 뺐다. 불필요한 규제라는 이유였다. 26년차 경찰인 안우조 서울 논현1파출소 팀장은 "1990년대엔 짙은 선팅을 한 차량이 100대 중 1~2대에 불과했지만, 선팅이 검사 항목에서 제외된 후 짙은 선팅 차량이 폭증했다"고 말했다.

전문가들은 "안전을 위협하는 선팅에 대한 대책 마련이 시급하지만 단속과 처벌이 능사는 아니다"라고 지적한다. 차량 94%가 규정을 위반한 상태(조선일보 조사 결과)에서 섣부른 단속은 온 국민을 범법자로 만들 수 있다는 것이다. 전문가들이 제시하는 대안은 다음과 같다.

①단속보다 홍보가 먼저

국민이 짙은 선팅의 위험성을 충분히 이해할 수 있도록 홍보를 강화해야 한다는 의견이 많았다. 김진형 도로교통공단 교수는 "운전자 대부분은 짙은 선팅 때문에 불편을 겪은 경험이 있기 때문에, 규정에 어긋나는 선팅이 불편을 넘어 위험하기까지 하다는 사실을 깨닫게 되면 앞장서 선팅을 제거하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실제로 본지가 지난달 8~10일 자동차 소유자 200명을 대상으로 한 설문조사에서 응답자 중 72%가 "법 규정을 위반하는 선팅 필름을 제거할 의향이 있다"고 답했다.

②유예기간 갖고 신차(新車)부터 적용해야

짙은 선팅은 대부분 신차 구매 단계부터 이루어진다. 운전자가 원하지 않아도 판매사원이 '서비스'라며 공짜로 해주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장택영 삼성교통안전문화연구소 수석연구원은 "이미 운행 중인 차량에 대해 선팅 규제를 적용하면 반발이 클 수밖에 없다"면서 "새로 출시되는 차량부터 규정을 위반하는 선팅을 금지한 뒤, 장기적으로 이를 모든 차량으로 확대하는 것이 효과적"이라고 말했다.

③자동차 정기검사 때 짙은 선팅 점검

짙은 선팅을 줄이기 위해서는 단속에 의존하기보다 자동차 정기검사를 활용하라고 전문가들은 조언한다. 짙은 선팅을 경찰이 적발해 과태료(2만원)를 부과하는 처벌 일변도의 규제는 운전자들의 반발을 초래할 수 있다. 1999년 이전처럼 짙은 선팅을 한 차량에 대해서는 2년마다 자동차 정기검사(신차는 4년) 때 불합격시키는 방식을 통해 운전자들이 자발적으로 참여하도록 유도해야 한다는 것이다.

④불법 선팅 필름 생산과 유통 막아야

자동차는 안전과 직결되기 때문에 차 유리나 부동액처럼 거의 모든 용품이 안전검사를 받는다. 반면 선팅 필름에 대해선 아무런 규제가 없다. 김종훈 한국자동차품질연합 대표는 "선팅 필름을 안전검사 대상 공산품으로 지정해 생산·판매 단계에서부터 규정에 어긋나는 제품이 유통될 여지를 막아야 한다"고 말했다. TV나 인터넷 등을 통한 불법 선팅 광고도 규제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다. 현재 선팅 광고들은 정부의 선팅 규제 기준이나 짙은 선팅을 했을 때 발생할 수 있는 위험에 대해서는 설명하지 않는다. 설재훈 한국교통연구원 선임연구위원은 "지금은 짙은 선팅 때문에 사고가 발생해도 운전자만 책임을 질 뿐, 제조업체나 시공업체의 책임을 묻기 어렵다"면서 "투자의 손실 위험을 제대로 알리지 않는 금융상품 불완전 판매를 규제하는 것처럼 선팅 광고에 대한 규제 기준도 마련해야 한다"고 말했다.

조선일보·TV조선·조선닷컴 공동기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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