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핫코너] 주말이면 술판.. 서울 '연트럴파크' 난장판

유소연 기자 2016. 5. 31. 03: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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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피커까지 들고와 고성방가.. 술병 등 쓰레기 곳곳에 산더미 "공원 생겨 좋다"던 주민들 "못 살겠다" 민원 쏟아내

지난 28일 새벽 1시 서울 지하철 2호선 홍대입구역 근처의 경의선숲길. 철로를 지하로 옮기고 지상에 조성해 놓은 숲길 중 지하철역과 가까운 약 300m 구간 곳곳에 수백명의 사람들이 삼삼오오 돗자리를 깔고 앉아 술판을 벌이고 있었다. 앰프와 스피커를 들고 와 노래를 크게 틀어놓고 따라 부르는 이들도 있었다. 본지가 소음측정기로 재보니 야간 주거지역 소음 기준(60㏈·데시벨)을 훨씬 웃도는 83㏈이 나왔다. 이어폰을 끼고 음악을 시끄럽게 들을 때(85㏈)와 비슷한 수준이다.

공원 곳곳에는 시민들이 마구 버린 쓰레기 더미가 쌓여 있었다. 먹다 남은 치킨이 분리 수거되지 않은 채 바닥에 뒹굴었고, 술병 수백 개가 쌓여 내용물이 흘러내렸다. 인근 아파트 주민 성준호(52)씨는 "처음엔 집 앞에 공원이 생겨서 좋았는데 주말만 되면 시끄러워서 잠을 잘 수 없다"며 "아침마다 쓰레기 냄새가 진동해 머리가 지끈거린다"고 했다.

지난해 6월 개장한 서울 경의선숲길 연남동구간은 홍대입구역에서 모래내 고가차도 앞 지하보도까지 1268m이다. 버려진 철길이 도심 속 공원으로 탈바꿈하자 주민들은 '미국 뉴욕의 센트럴파크 같다'며 '연트럴파크(연남동+센트럴파크)'라는 애칭을 붙였다. 하지만 불과 1년 만에 연남동 8000여 가구 주민들은 취객·쓰레기·소음으로 인한 삼중고를 호소하고 있다.

경의선숲길을 관리하는 서울시 서부공원녹지사업소에는 이번 달 초여름 더위가 시작되자 쓰레기와 소음을 호소하는 민원이 수십 건 접수됐다. 인근 아파트 2층에 사는 정희락(여·31)씨는 "이중창을 닫고 커튼을 쳐도 시끄러워서 아기가 잠을 못 잔다"며 "주민들에게 피해를 주는 고성방가꾼들을 단속해야 하는 것 아니냐"고 했다. 이 아파트 경비원 라모(62)씨는 "아파트 담 너머로 쓰레기를 던지거나, 아이들이 노는 놀이터까지 와서 술 마시는 사람도 있다"고 했다.

인근 상가의 피해도 만만치 않다. 공원 부근 오피스텔을 관리하는 우모(56)씨는 "상가 1층 화장실을 찾는 외부인이 5배 이상 증가했다"며 "개인 쓰레기를 화장실에 불법 투기하거나 휴지를 통째로 갖고 가는 비양심 시민들이 있다"고 했다.

주민들의 불만이 쏟아지자 녹지사업소 측은 야간에 경의선숲길 전 구간에 대해 순찰을 강화하기로 했다. 하지만 6.5㎞에 달하는 긴 구간에 순찰 요원은 단 4명뿐이어서 단속의 실효성이 떨어진다는 지적이다. 이날 공원에 내걸린 '쓰레기는 되가져가는 문화시민이 됩시다'라는 현수막 밑엔 보란 듯이 담배꽁초가 쌓여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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