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인 첫 하버드 졸업 연설 "지식나눔이 세상 바꿔"

신경진 2016. 5. 31. 00:4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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허장 박사'독거미'주제로 연단에"중학생 때 독거미에 팔 물리자어머니가 불 붙여 치료했던 기억과학 나누면 다른 치료법 가능"
중국 후난성의 가난한 농촌 출신인 허장은 졸업식에서 생화학 박사학위를 받았다. 그가 한 연설은 하버드대 졸업생 2000명 중 치열한 경쟁을 거쳐 단 3명에게만 주어지는 영광스러운 기회다. [유튜브 캡처]

“세상을 바꾸는 것은 새롭고 엄청난 발견이 아닙니다. 제 어머니처럼 지식을 필요로 하는 이와 나눌 수 있는 참신한 방법을 찾는 것처럼 단순합니다.”

지난 26일(현지시간) 미국 하버드대 제365회 졸업식에서 생화학 박사학위를 받은 중국인 유학생 허장(何江·28)은 “보다 나은 전달자(communicator)가 세상을 바꿀 수 있다”며 지식 나눔을 강조했다.

중국인 최초로 하버드대의 졸업식 연설대에 오른 그는 후난(湖南)성의 가난한 농촌 출신이다. 하버드대 졸업 연설은 졸업생 2000명 중 단 3명에게만 주어지는 영광스러운 자리다.

그의 연설 제목은 ‘독거미 이야기’였다. 중학교 시절 독거미에게 팔을 물리자 그의 어머니는 독주에 적신 붕대로 팔을 감고 입에 젓가락을 물린 채 불을 붙였다. 그는 “비명은 젓가락에 묻혔고 타 들어 가는 팔을 바라볼 수밖에 없었다”고 회상했다. 대학 진학 뒤에야 고열이 단백질의 일종인 거미 독이 퍼지는 걸 막는다는 사실을 알게 됐지만 더 나은 치료법도 있다는 것에 안타까움도 컸다고 했다.

조류독감(AI)은 과학자로서 사명을 깨우쳐줬다. 그는 고향에서 조류독감이 번지자 악귀를 쫓는 주문을 외운다는 소식을 들었다. “당시 가축을 구분해 격리하면 된다고 고향에 알려 피해를 줄일 수 있었다”며 “새내기 과학자였던 나에게 ‘깨달음의 순간’이었다”고 밝혔다.

허장은 “하버드는 우리에게 큰꿈을 꾸고 감히 세상을 바꾸라고 가르쳤고, 졸업생은 자신을 기다리는 모험의 거대한 종착지를 기대하고 있겠지만, 나는 고향 마을의 농부를 생각한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세계 인구의 12%가 하루 2달러로 연명하며, 영양실조로 해마다 어린이 300만 명이 사망하고 있다. 가난과 질병, 자원의 부족이 과학 정보의 흐름을 막고 있다”고 주장했다.

그는 “어느 때보다 사회가 혁신을 강조하지만 지식의 나눔도 똑같이 강조해야 한다”며 “우리가 이미 알고 있는 과학을 나눌 수만 있어도 중국 시골에서 독거미에 물린 아이들이 더 이상 팔을 태우지 않아도 될 것”이라며 연설을 마무리했다.

허장의 연설은 공정한 경쟁을 통해 쟁취한 것이라 더욱 뜻 깊다고 중국 매체는 보도했다. 이에 따르면 지난 연말 지도 교수가 허장에게 졸업 연설에 도전해 보라고 권했다. 그는 3월 초 교내 웅변 서클에 가입해 원고 작성법부터 지도 받았다. 100여 명의 경쟁자 가운데 1차 예선 참가자 10명에 선발됐다. 이어 4월 19일 예선을 통과해 최종 후보로 선발됐다.

관영 차이나데일리와의 인터뷰에서 허장은 “더 많은 중국의 목소리가 서양에 전해지기를 바란다. 우리가 이룩한 것은 아직도 충분하지 않다”고 말했다. 그는 졸업 후 매사추세츠공대(MIT)로 자리를 옮겨 ‘박사후 연구’를 계속할 예정이다.

한편 이번 졸업식에 초대 연사로 나온 스티븐 스필버그 감독은 “악당으로 가득한 세상에서 하버드 졸업생은 영화 속의 영웅이 돼야 한다”고 말했다.

베이징=신경진 특파원 shin.kyungji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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