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심층리포트] "70~80년대 지은 다세대주택 붕괴 위험"
<앵커 멘트>
어젯밤(29일) 서울 영등포의 한 다세대주택이 기울어져, 주민들이 긴급 대피하는 소동이 벌어졌습니다.
이 주택은 지은 지 45년이 넘은 노후 건물이었는데요, 서울에는 이처럼 칠 팔십년대, 인구 폭증기에 급하게 지어진 오래된 다세대 주택이 적지 않습니다.
옥유정 기자가 심층 취재했습니다.
<리포트>
어젯밤(29일) 서울 시내 주택가에 있는 다세대 주택 한 채가 갑자기 기울기 시작했습니다.
<녹취> "완전히 기울어졌어.(어떻게 이렇게 기울어졌냐.)"
이 다세대주택에 살고 있던 거주자 5명과 인근 주택의 주민 24명이 긴급 대피했습니다.
침실 한쪽 벽면이 바깥이 보일 정도로 완전히 기울어졌습니다.
아수라장이 된 건물 내부가 당시 긴박했던 상황을 보여주고 있습니다.
이 다세대주택은 1971년에 지어진 45년 된 건물입니다.
<녹취> 서울 영등포구청 관계자(음성변조) : "원인은 노후로 나왔습니다. 노후로. 벽체 따로 놀고, 슬라브(지붕) 따로 놀고 그랬어요."
길 건너편에 있는 또 다른 다세대주택입니다.
건물 겉면에 균열이 생기고 창문도 뒤틀려있습니다.
<인터뷰> 최옥봉(서울시 영등포구) : "이렇게 무너지리라고는 생각을 못 했죠. 저희도. 당연히 걱정되죠. 저희 집도 오래돼서 걱정 많이 되죠."
가파른 경사로를 따라 외벽에 금이 간 건물들이 눈에 띕니다.
1970년대 도시재개발사업으로 집중적으로 건설된 이후 안전진단 없이 사용되고 있습니다.
<인터뷰> 김영민(건축구조기술사) : "이쪽 부근에 있는 지반이 위치하는 곳과 저 경사지에 위치하는 곳의 지반 종류가 다르다 보면, 또 건물이 한쪽으로 편심(쏠림 현상)이 가고 있기 때문에 (균열이 생깁니다.)"
1980년대에 지어진 이 주택들은 담벼락 아래로 큰 균열이 생겼습니다.
손으로 흔들자 담벼락이 흔들립니다.
2층짜리 건물 전체가 아예 옆집으로 기울어진 곳도 있습니다.
<인터뷰> 박순례(경기도 성남시) : "장마질 때는 좀 불안하더라고, 헌 집이니까 우리 집으로 이렇게 넘어올까 봐."
지자체가 실시하는 노후 건축물 안전 점검 대상에 단독주택이나 다세대 주택은 빠져 있습니다.
<인터뷰> 이호찬(건축구조기술사) : "외부의 담장이라든지 혹은 내부에 이런 균열의 패턴이 보이게 된다면 이상 징후로 봐야 하고, 문이 잘 개폐가 안 된다 이런 징후가 바로 건물이 이상을 보인다고 보시면 됩니다."
서울 시내 주거용 건물 44만 동 가운데 절반 이상은 지은 지 30년 이상 된 건물입니다.
KBS 뉴스 옥유정입니다.
옥유정기자 (okay@kb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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