르 클레지오 "한강, 사회 현실 정면으로 응시한 작가"
노벨상 수상 佛작가, 내달 1일 '프랑스, 한국, 바람의 문화' 주제 특강
(서울=연합뉴스) 임미나 기자 = 노벨문학상을 수상한 프랑스 작가 장-마리 귀스타브 르 클레지오(76)가 소설가 한강을 "현대 사회의 현실을 정면으로 응시하고 있는 작가"라고 평했다.
그는 대산문화재단과 주한 프랑스대사관, 교보문고 초청으로 방한해 다음 달 1일 오후 7시30분 서울 교보빌딩 23층에서 인문학 특강을 한다.
대산문화재단이 30일 미리 공개한 강연 원고에 따르면 '프랑스, 한국, 바람의 문화'라는 제목의 이 강연에서 르 클레지오는 시대와 역사에 따라 한국 작가들이 '바람'(desire·욕망)을 문학작품 속에 어떻게 녹였는지 살펴봤다.
그는 특히 한강에 대해 "'바람이 분다, 가라'에서 가족 내의 소통과 관계를 해부한 내밀한 문학의 길을 열었다. 그 후 '채식주의자'와 '소년이 온다'에서 한강은 한국의 역사와 문화를 객관적 거리를 두고 재해석하고 있다"고 분석했다.
이어 "어찌 보면 이 작가들은 한국의 오래된 민족적 감정인 한(恨)이나 정(情)을 뒤로 하고, 대신 새로운 현실, 더 복잡하면서도 더 비밀스러운 세계, 현대 사회의 현실과 정면으로 응시하고 있는 것이다"라고 설명했다.
그는 '바람'이라는 단어에 대해 "불어의 'desir'가 한국어에서는 '바람'이며, 이 단어는 불어오는 '바람'과 동음이의어라는 점이 인상적이다. 욕망은 바람처럼 거칠고, 격렬하며, 불현듯 찾아온다는 것, 그리고 유용하고 영감을 준다는 것이 바로 모든 문학이 보여주려 했던 것이 아니던가"라고 정의했다.
이어 "문학은 전통적으로 사랑에 대한 바람, 무한한 존재에 대한 바람, 이상 세계에 대한 바람 등 다양한 바람을 그려왔다"며 춘향전에 나타난 여성들의 욕망을 언급했다. 또 일제 시대에는 자유와 정의에 대한 바람이 윤동주의 '별 헤는 밤' 같은 시에 드러나 있다며 시 전문을 소개하기도 했다.
황석영의 '삼포 가는 길'과 '손님'에는 한과 정의 감정이, 이청준의 '예언자'와 김애란의 '나는 편의점에 간다', '달려라 아비'에는 인간과 현실의 부정교합이 드러나 있다고 봤다.
그는 "문학은 서로 다른 문화들이, 사람들이, 생각과 상상들이 만날 수 있는 공간"이라며 "문학 작품들의 번역을 통해, 다른 언어의 습득을 통해 우리는 이 공동의 바람이자 인류의 생존을 위해 반드시 풀어야 하는 과제, 곧 서로 다른 문화와 사람, 생각과 상상이 조화롭게 어울리는 미래에 다다를 수 있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mina@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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