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흘새 난민 700명 삼킨 '죽음의 바다' 지중해
지난해를 고비로 꺾이는 듯했던 서유럽을 향한 난민의 이동이 다시 시작됐다. 한숨 돌렸던 유럽 각국이 난민 유입 공포에 다시 직면할 가능성이 높아졌다.
미국 뉴욕타임스(NYT)는 29일(현지시간) 유엔난민기구(UNHCR) 발표를 인용, 지난 22∼24일 지중해를 건너려던 세 척의 난민선이 전복되면서 최소 700명이 익사했을 것으로 추정된다고 보도했다. 그러면서 지난주는 최근 지중해 역사에서 최악의 한 주로 기록될 것이라고 덧붙였다. 유엔아동기금은 지난주 익사자의 상당수가 부모 없이 항해에 나선 청소년으로 보인다고 밝혔다.
지난해까지 시리아, 이라크 등 중동 난민은 터키, 그리스를 거쳐 서유럽으로 향하는 ‘발칸루트’를 주로 이용했다. 하지만 지난 3월 유럽연합(EU)·터키 난민송환협정이 체결되면서 북아프리카 리비아에서 지중해를 건너 이탈리아로 향하는 경로가 주요 통로로 부상했다.
날씨가 풀리고 바다가 평온해지면서 리비아의 인신매매업자들이 열악한 배에 난민을 수백명씩 태워 지중해로 보내고 있다고 NYT는 전했다. 이로 인해 지난해에는 그리스로 향하는 에게해에서 많은 희생자가 나왔다면 이제는 지중해가 ‘죽음의 바다’가 되고 있다. 지난해에는 난민 약 100만명이 발칸루트를 통해 유럽으로 간 것으로 추정된다.
국제이주기구(IOM)에 따르면 올 들어 주로 리비아에서 출발한 난민 4만1000명이 구조됐다. 하지만 이 수치는 훨씬 가파르게 증가할 공산이 크다. 지난 26일 하루에만 4000명이 구조된 것이 전조다. 페데리코 포시 UNHCR 대변인은 “지난주는 사망자가 극심하게 많은 한 주였다”면서 “앞으로 여성과 어린이 사망자가 더 늘어날 수 있다”고 우려했다.
특히 아프리카뿐 아니라 시리아와 이라크에서도 난민이 이탈리아로 가는 위험한 여정을 위해 리비아로 몰려올지도 모른다는 우려가 나온다.
배병우 선임기자 bwbae@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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