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획] 대기업·발전소는 놔두고.. 고깃집 연기 잡아라?

전수민 기자 입력 2016. 5. 30. 18:20 수정 2016. 5. 30. 21:4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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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민만 잡는 정부 미세먼지 규제 검토

30일 오전 한때 서울의 미세먼지(PM10) 최고농도가 161㎍/㎥까지 치솟았다. 환경부 미세먼지 연평균 기준치(50㎍/㎥)의 3배를 넘어서는 수치다. 갈수록 미세먼지 농도가 짙어지면서 국민 불안감도 커져간다. 하지만 이달 중 발표하려던 정부의 미세먼지 종합대책은 갈피를 잡지 못하고 있다. 그나마 정부가 검토 중인 미세먼지 대책은 ‘서민’에게 짐을 지우는 쪽으로 치우친다는 ‘역풍’을 맞고 있다.

◇고등어와 갈비 탓?=환경부가 경유값 인상, 경유차 규제를 만지작거리면서 여론은 악화됐다. ‘고등어구이’를 비롯한 주방 요리에서 발생하는 미세먼지 심각성을 알리는 발표는 불에 기름을 끼얹었다. ‘미세먼지가 고등어 탓이냐’는 비판이 나오고 있다. 정부 규제의 표적이 된 건 수도권 미세먼지 총량 비중이 높고 위해성이 큰 경유차와 생활오염원이다. 환경부는 숯가마, 대형 직화구이 음식점 등 미세먼지를 배출하는 ‘생활오염원’ 관리 대책을 마련하기 위해 지난 3월 전문연구기관에 연구용역을 발주했다고 30일 밝혔다. 환경부 관계자는 “연구 결과를 바탕으로 의견 수렴을 거쳐 저감장치 지원이나 규제 등 효율적 관리 방안을 찾겠다”고 했다.

그러나 새로운 얘기는 아니다. 2013년 발표한 2차 수도권대기환경기본계획에 따라 올해부터 수도권 소재 300㎡(약 90평) 이상 대형 직화구이 음식점에 초미세먼지(PM2.5) 저감장치 설치비를 지원할 예정이었다. 다만 장치 하나가 1000만∼2000만원에 달해 예산 문제로 시행하지 못했다. 대신 지난해 30㎡ 이상의 탄화시설, 욕장업의 숯가마, 찜질방 등을 대기배출시설에 추가해 규제하기 시작했다. 국립환경과학원에 따르면 숯가마, 음식점 등 ‘생물성 연소’로 발생한 미세먼지는 2013년 수도권 전체 배출량의 13%(2122t)를 차지한다.

◇중국도, 업계도 까다로워=잇단 ‘서민 규제’ 아이디어에 대한 반응은 냉담하다. 서울 종로구에서 130평 규모의 화로구이 음식점을 운영하는 정모(50)씨는 “화로 모터 수에 맞춰 6개의 집진기가 필요한데 정부가 전부 지원하는 건 불가능하다”며 “어떻게 관리하고 규제하겠다는 건지 모르겠다”고 말했다.

정작 ‘큰 오염원’인 중국과 대기업에 대한 얘기가 없어서다. 국내 대기 중 미세먼지의 절반은 중국에서 날아온다. 하지만 국제적 협의가 필요해 단기간에 개선은 어렵다. 환경부 관계자는 “국내 요인이라도 전방위로 관리하려는 현실적 대안들이 오해를 받는다”고 토로했다.

여기에다 전국적으로 제조업 사업장에서 배출되는 미세먼지 비중은 2013년 기준 39%로 가장 높다. 사업장 규제를 강화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나오는 이유다. 장영기 수원대 환경공학과 교수는 “가스 상태로 배출됐다가 입자로 변하는 ‘응축성 미세먼지(CPM)’가 입자 형태로 배출되는 ‘여과성 미세먼지(FRM)’보다 위험한데 이는 경유차뿐 아니라 발전소, 사업장에서 주로 배출된다”고 지적했다.

환경부는 오염물질 총량제 대상 확대 등을 미세먼지 종합대책에 포함시키는 방안을 고민하고 있다. 하지만 “탄소배출권 등 현행 규제가 지나치다”는 산업계의 항변도 무시하기 어렵다. 김동언 서울환경연합 정책팀장은 “부처 간 이견으로 환경부도 난감하겠지만 그렇다고 미세먼지 대책을 경유차나 생활오염원 관리에만 기댈 수 없다”며 “석탄화력발전소를 줄이고 총량제를 강화하는 등 정책적 결단이 필요한 시점”이라고 지적했다.

전수민 기자 suminism@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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