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셀프대망론' 반기문의 5박6일.."치고 빠지기에 정치권은 술렁"

우경희, 박소연, 고석용 기자 2016. 5. 30. 16:4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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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he300]與 "반 조기등판, 구심점 될수도".."수시로 입장바꿔..벌써 피로감"

[머니투데이 우경희, 박소연, 고석용 기자] [[the300]與 "반 조기등판, 구심점 될수도"…"수시로 입장바꿔..벌써 피로감"]

30일 경북 경주시 화백컨벤션센터에서 열린 제66차 UN NGO포럼에 개막식에 참석한 반기문 UN총장 부부와 황교안 국무총리가 개막식에서 박수를 치고 있다.(경북도청제공)2016.5.30/뉴스1 <저작권자 © 뉴스1코리아,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반기문 유엔 사무총장이 5박6일의 방한일정을 마치고 30일 오후 7시30분 출국한다. 본인이 직접 전격적으로 대권 행보를 시사하고 김종필 전 총리(JP)까지 만나며 '충청대망론'에 불을 지폈다. 대선분위기가 예상보다 빠르게 정가를 뒤덮을 수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반 총장이 이날 경주에서 개막한 유엔 NGO(비정부기구) 콘퍼런스 기자회견을 마치고 같은날 저녁 뉴욕행 비행기에 오른다. 25일 관훈클럽 간담회서 사실상 대권 의지를 밝힌지 5박6일 만이다. 그는 "방한기간 행보에 대해 과대해석하지 말아달라"는 말을 남겼지만 정치권은 그의 대권행보를 이미 공식화하고 있다.

반 총장의 방한을 계기로 정가의 대선 시계가 예상보다 빨리 돌아갈 전망이다. 이미 야권도 반 총장의 일거수 일투족에 민감하게 반응하고 있다.

새누리당 내에서는 반 총장의 조기 등판에 대해 일단 우호적인 분위기가 주류다. 한 중진은 "계파갈등이라는게 어지간한 방법으로 해소될 수 있겠느냐"며 "대선이라는 큰 용광로에서 어마어마한 열을 가해 한꺼번에 녹여버리는 수밖에 없는데 그러려면 구심점이 될만한 대권후보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반 총장 개인으로도 좋은 타이밍을 잡았다는 평이다. 다른 당 중진은 "반 총장이 제때 대망론을 제대로 띄웠다"며 "이제 국내서 알아서 대선 판이 돌아갈테니 연말에 귀국해 뚜껑을 열어보고 밥이 다 됐으면 먹고, 탔으면 안 먹으면 그만"이라고 말했다.

반기문 유엔 사무총장이 29일 오후 안동 하회마을 서애 류성룡 선생의 고택인 충효당(忠孝堂·보물414호)에서 김관용 경북도지사와 기념식수를 하고 있다. 2016.05.29/뉴스1 <저작권자 © 뉴스1코리아,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여론도 일단 우호적이다. 리얼미터 조사에 따르면 반 총장의 출마보도가 나온 후 대통령에 대한 긍정평가(+1.6%p)와 새누리당에 대한 지지도(+1.7%p)가 동반 상승했다. 특히 중도보수를 아우르는 안철수 국민의당 대표의 지지율(-1.8%p)이 반 총장의 본격 대권행보가 시작된 25일부터 떨어졌다는 점이 의미심장하다. '안→반'의 지지율 이동이 실제 이뤄질 수 있다는 해석이 가능하다.

반면 반 총장이 너무 일찍 등판했다는 시각도 있다. 아직 사무총장 임기가 남은데다 대선까지 시간이 많이 남은 만큼 좀더 기다렸어야 한다는 거다. 한 초선의원은 "긴 기간이 남아있는 만큼 검증 과정에서 상황이 어찌 달라질지 알 수 없다"고 말했다.

화제를 뿌리고 가는 반 총장이지만 이번 방한기간 내 반복된 특유의 치고빠지는 화법은 벌써 피로감을 준다. 반 총장은 방한 일정 내내 대권 의지를 밝혔다가 "언론이 과잉해석했다"는 식으로 입장을 바꾸기를 반복했다. 특유의 '반반(半半)'내지는 '기름장어'식 화법이라는 평이 나온다.

반 총장은 방한 첫 날인 25일 관훈클럽에서 전격적으로 대권출마 의지를 시사했다. 하지만 이튿날인 26일 관련보도가 대대적으로 이뤄지자 입장을 바꿨다. 제주포럼 외교부 관계자 조찬에서 나경원 외통위원장 등 참석자들에게 "대권출마는 과잉해석된 것"이라는 취지의 발언을 한 것이다.

그러더니 28일에는 다시 의욕 넘치는 대권주자로 변모했다. 전격적으로 JP를 예방했다. 두 사람은 30여분 간 독대하며 JP의 표현을 빌자면 "비밀얘기"를 나눴다. 충북 음성 출신으로 '충청대망론'의 중심에 선 반 총장이다. JP 예방은 사실상 대권행보로 읽힌다.

29일에는 안동 하회마을을 찾아 현지 국회의원, 지자체장과 함께 '제왕목'이라 불리는 주목을 식수하고 도청을 방문했다. 누가봐도 대권주자의 정치행보다. 하지만 30일 오후 기자회견에서 다시 입장을 바꿔 "관훈클럽 간담회 내용을 확대해석하거나 추측하지 말아달라"고 말했다. 한 정치권 관계자는 “대권 도전을 시사했다가 번복했다가 하는 모습이 고건 전 총리를 연상시킨다”고 말했다.

한편 반 총장의 대권행보가 공식화된 가운데 정계는 반 총장의 이번 방한에 대해 "외무공무원 출신인 반 총장이 혼자 구상했다고는 믿기 어려울 정도로 짜임새 있는 정치연출"이었다고 평한다. 정치권에 대한 이해도가 아주 높은 조언자 집단이 존재하며, 이들의 기획력이 반영된 작품이라는 거다.

제주포럼 전날 원로 언론인 모임인 관훈클럽이 제주에서 소집된 것부터가 공교롭다. 이후 반 총장의 행보도 제주포럼 기조연설(공식초청), 하회마을 등 TK지역 방문(세계문화유산 순방) 등 공식의 꼬리표를 달았지만 의미심장한 것들 뿐이다. "확대해석을 말아달라"고는 했지만 "대선에 출마하지 않겠다"고는 단 한 번도 하지 않았다.

반기문 유엔 사무총장이 29일 오후 유네스코 세계문화유산으로 등재된 경북 안동 하회마을을 방문해 시민들에게 인사 하고 있다.이날 반 총장은 하회마을 충효당과 양진당 등 하회 별탈놀이를 관람한 뒤 곧바로 다음날 열리는 유엔 NGO 콘퍼런스'에 참석하기 위해 경주로 이동 했다.2016.5.29/뉴스1 <저작권자 © 뉴스1코리아,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우경희, 박소연, 고석용 기자 cheerup@m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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