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경훈 칼럼] 인천의 첫 승, 쓰리백의 득과 실

조회수 2016. 5. 30. 15:52 수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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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대축구의 쓰리백' 과 다른 경기 운영이었다.

인천 유나이티드가 정규리그 12경기 만에 첫 승에 성공했다. 상대는 리그 3위에 랭크 중인 성남. 그렇기에 많은 이들이 성남이 승리에 더 가까울 것으로 예측했다. 하지만 인천이 케빈의 결승골로 1-0 승리를 했다. 유일하게 승리가 없던 팀이라는 꼬리표도 떼어냈다.

첫 승은 분명히 축하받을 일이다. 제아무리 경기력이 좋다한들 승리가 없으면, 팀 전체의 자신감을 떨어뜨리고 부담감을 키운다. 팀이 점차 소극적이고 수비위주 경기를 펼치게 되는 것도 이러한 부담에 따른 것이다. 이런 악순환을 이겨내는 것은 결코 쉽지 않다. 감독의 능력과 선수들의 투지가 빛나는 순간이다. 

김도훈 인천 감독을 비롯한 선수단 전원이 이번 승리에 기뻐할 것이다. 선수들은 자신감을 찾을 발판을 마련했다. 더욱이 성남은 강팀이라는 점에서 앞으로 인천이 지난 시즌의 모습을 되찾길 기대해 볼 수 있을 것이다.

그러려면 아직 보완해야 할 것들이 남아있다. 잔류라는 이번 시즌 목표를 이루기 위해서는 냉정해져야 한다. 성남 전에서 드러난 장단점들을 잘 복기해야 한다. 이 경기의 핵심 키워드는 쓰리백(Back 3)이었다.

90년대 포백(Back 4)의 유행과 함께 구시대적인 전술로 여겨지던 쓰리백은, 최근 펩 과르디올라(맨체스터시티) 감독이 빌드 업 과정에서 높은 점유율을 유지하기 용이한 형태로 활용하며 새로운 패러다임을 제시하기도 했다.


‘현대축구의 쓰리백(Back 3)’


쓰리백은 센터백이 세 명이다. 윙백이 수비에 가담할 시 파이브백까지 변환될 수 있다는 점에서 수비안정화를 위한 좋은 요건을 갖췄다. 하지만 현대축구에서 쓰리백은 수비 보다 공격에 초점을 맞춘다. 빌드업의 시작점이 최후방까지 내려간 것과, 패싱 게임에 대항하여 역습 축구가 다시 떠오른 것과 일맥상통한다.

특히 현대축구의 쓰리백은 세 명의 중앙수비수가 넓게 위치한 후 패스를 주고받기 위한 대형으로서 기능이 부각되고 있다. 이로 인해서 상대보다 미드필더 숫자가 한 명 적더라도, 후방부터 패스 줄기를 함께 만들며 전진하기 때문에 점유율을 높이는데 문제없는 형태를 갖춘다. 즉, 쓰리백을 수비적인 전술로만 규정할 수 없다.

수비적으로만 사용된 인천의 쓰리백(Back 3) 객관적 전력이 열세인 인천은 성남 전에서 수비적인 쓰리백을 사용했다. 조금 더 전통적이고, 흔히 알려져 있는 ‘세 명의 중앙수비수 배치를 통한 수비 안정화’를 목적으로 성남 전에서 쓰리백을 꺼낸 것이다.

‘수비적’이란 범주 안에선 성공적이었다. 인천은 이윤표-조병국-요니치로 이어지는 중앙 수비라인을 중심으로, 상대가 볼 소유 시엔 좌우풀백 김용환과 권완규가 수비라인에 가담하며 파이브백 형태를 이루었다. 수비 형태도 전방부터 압박을 시도하기 보다는, 미리 수비라인을 내려선 뒤 상대의 공격을 기다리고 역습을 노리는 형식으로 진행됐다.

상대 핵심 공격수 황의조의 주특기인 수비 뒤 공간 침투도 허용하지 않았다. 성남은 주요 공격 패턴인 티아고와 김동희 등 측면 포워드의 안쪽으로 파고드는 움직임에 따른 황의조와 원투 패스 혹은 3자 패스 및 뒤 공간 침투를 하는 패턴이 제대로 보이지 않았다. 인천이 이미 라인을 깊이 내려서고 위험지역(PTA-Prime Target Area)은 세 명의 수비진이 두텁게 막아선 상태였기 때문이다.

여기까지는 좋았지만, 인천의 문제는 수비 이후 역습이 제대로 이루어지지 않았다는 것이다. 인천은 볼을 탈취 후 재 역습 과정에서 직선적인 플레이가 아니었다. 템포를 늦춘 후 다시 수비라인으로 후퇴하는 장면이 반복됐다. 볼을 건네는 선수와 받으러 움직여주는 선수의 움직임이 모두 부족했다.

특히 양쪽 윙백의 날카로운 오버래핑이 펼쳐지지 않은 것과, 중앙 미드필더인 김태수와 윤상호의 탈 압박 및 전방을 향한 볼 배급이 아쉬운 대목이었다. 김태수는 수비적으로 상대 흐름을 끊는데 뛰어나다. 윤상호는 개인 드리블 돌파가 좋은 스타일이다. 효과적인 역습이 필요한 인천 입장에선 패싱 능력이 좋거나, 왕성한 활동량이 장점인 선수가 필요해보였다. 다소 아쉬운 중원조합으로 볼 수 있다.


약속된 움직임이 필요하다


두 명의 중앙미드필더의 볼 소유권 미흡은 두 가지 문제점을 일으켰다.

첫 번째는 좋은 역습 찬스에서도 전진하지 못 하는 장면들이 반복됐다. 수비라인에서 볼을 끊어내면 윤상호(후반 20분 이후 김도혁)에게 볼이 전달된 이후, 함께 전진하며 패스를 주고받아야 할 ‘3자의 움직임’이 보이지 않았다.

본래 윙포워드인 벨코스키는 이미 케빈과 투톱에 가깝게 움직이는 상황. 윙백의 공격 가담이 느려서 측면은 막히고, 중앙 미드필더들의 활동량이 적어서 상대 라인 사이로 볼 배급은 차단된다. 이는 멀리 두 명의 중앙 공격수만 바라보는 상황을 만들었다. 이런 단순한 롱볼은, 수비조직력이 매우 잘 갖춰진 성남 입장에선 어렵지 않게 막아낼 수 있었다.

이런 상황이라면 침착하게 볼 배급이 가능한 미드필더나, 개인 드리블 및 침투와 돌파 능력을 갖춘 포워드가 필요했다. 비슷한 예로, 쓰리백과 투톱을 사용하는 유벤투스는 아래로 내려가 연계플레이를 해주는 장신 공격수 마리오 만주키치 또는 알바로 모라타와 빠르게 공을 몰고 전진할 수 있는 단신 공격수 카를로스 테베즈 또는 파울로 디발라를 함께 기용했다.

하지만 인천은 이러한 약점을 메울 전술적 수정이나 선수교체는 없었다. 역습 대신 수비라인으로 볼을 돌리며 템포를 늦추거나, 케빈의 헤딩을 노리는 확률 낮은 롱패스를 반복했다.

두 번째로 발견된 문제점은 미드필더가 포워드에게 볼 배급을 성공한 이후다. 케빈과 벨코스키(후반 25분 이후 송제헌)가 투톱처럼 움직이며 역습으로 전진할 때, 이 두 명의 공격수를 제외한 다른 선수들은 역습의 속도에 맞춰서 공격에 가담하는 모습을 보이지 못 했다. 결국 공격라인과 미드필더-수비라인이 벌어지는 결과를 만들었다. 볼을 빼앗기면 역습에 크게 노출되는 셈이었다.

결과적으로 두 명의 포워드만으론 위협적이지 않던 역습들이었고, 인천의 라인 간격은 벌어졌으며 공격진의 역습이 차단되면 재 역습 위험에 노출됐다는 점은 명확했다.

여기서 해결책을 찾아보자. 단번에 전술에 어울리는 선수를 보강할 수는 없는 게 현실이다. 결국 성남 전에 발휘된 ‘정신력’에 덧붙여 인천 선수층의 장점을 살려야 한다. 더해서 역습 시 효율성을 높여야 한다. 전진하다가 무모한 패스를 시도하거나 다시 후방으로 볼을 돌리는 것이 아닌, 인천이 소화 가능한 약속된 움직임과 패턴으로 움직여야 한다.

현재는 좌우 윙어가 크로스 플레이로 케빈의 머리를 노리는 게 전부처럼 보여진다. 울산의 김호곤 감독님 시절을 떠올려 보자. 장신 공격수 김신욱과 쉐도우 공격수 하피냐는 전방에만 머무르지 않았다. 하지만 큰 틀에서 보면 현재 인천처럼 측면에서의 크로스 공격이 돋보인 팀이었다.

인천은 큰 형태를 바꾸지 않는 선에서 봤을 때, 활동량이 넓은 케빈이 아래로 처져 타겟이 되어주고 침투를 잘하는 벨코스키가 수비진과 가깝게 머물며 뒷공간을 노리는 게 이상적인 공격같다. 그러면 케빈이 상대 수비수를 끌고 내려와 공을 받을 때, 가까이서 세컨볼을 잡아 침투하는 벨코스키를 향해 찔러주거나 공간으로 침투할 수 있는 선수(윤상호)와 수비폭을 잡아주는 측면 자원 및 안쪽으로 파고들어 벨코스키를 향한 패스가 연결되지 못한 걸 노릴 수 있는 선수의 움직임이 필요하다.

선수들의 중거리 슈팅 능력을 향상시키는 훈련을 강화하는 것도 좋은 방법이 될 것 같다. 그동안 인천은 '케빈 의존증'이라는 문제점을 떠안았다. 하지만 이 말은 인천에도 상대팀에도 케빈은 확실한 공격카드라는 말이 된다. 케빈을 막기위해 수비수 1명만으론 어려움이 있으니 공간이 발생할 수밖에 없다. 슈팅기회가 많지 않은 인천으로선 중거리 슈팅을 통해 2차 루즈볼을 노리거나 3차 세트피스 공격을 활용하는 것도 나쁘지 않은 방법이다.

이러한 부분들이 수정된다면, 지난해 보여준 후반기 대반격이 다시 이루어질 지는 아무도 모를 일이다.


분석 = 전주대 박경훈 교수, 전주대 축구학과 경기분석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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