탄력 받은 '양상문표' 리빌딩..기회 잡은 미생들

황석조 2016. 5. 30. 06:02
번역beta Translated by kaka i
글자크기 설정 파란원을 좌우로 움직이시면 글자크기가 변경 됩니다.

이 글자크기로 변경됩니다.

(예시) 가장 빠른 뉴스가 있고 다양한 정보, 쌍방향 소통이 숨쉬는 다음뉴스를 만나보세요. 다음뉴스는 국내외 주요이슈와 실시간 속보, 문화생활 및 다양한 분야의 뉴스를 입체적으로 전달하고 있습니다.

[매경닷컴 MK스포츠 황석조 기자] 절체절명의 위기에 빠졌던 LG. 난세에 영웅이 등장하듯 해결사들이 감춰뒀던 에너지를 폭발시켰다. 기대주들이 만들어낸 결과이기 때문에 더욱 고무적인 부분. 침체에 빠졌던 양상문표 리빌딩도 다시 탄력을 받을 전망이다.

불과 일주일 전 LG는 함박웃음을 지었다. 5월초 보여준 부진은 일시적 현상이고 개막 후 선보였던 모습이 진짜임을 증명하듯 거침없는 6연승 행진을 달렸다. 그러나 미소는 오래가지 않았다. 지난 주 초 울산 롯데전 2연패를 당한 데 이어 잠실라이벌 두산에게 내리 두 경기를 내주며 다시 주저앉을 위기에 놓이게 됐다.

경기결과와 함께 빈약한 타선, 경기 중 해결사 부재라는 약점이 도드라지며 향후 전망까지 어두워졌다. 불펜 믿을맨 이동현의 전력이탈이 크게 다가왔다. 설상가상으로 에이스 우규민도 컨디션 난조로 1군에서 제외되며 대체 선발자원까지 구해야하는 상황에 몰렸다. 더군다나 두산은 현재 리그 단연 선두. 한 주간 1승도 챙기지 못하는 그야말로 진짜 위기상황에 직면한 것이다.

안방마님 유강남(사진)을 비롯해 팀 내 젊은 기대주들이 대활약을 펼쳤다. 이들의 활약과 함께 LG는 4연패 위기를 탈출하는데 성공했다. 사진(잠실)=천정환 기자
전날 경기 시작과 동시에 LG의 걱정은 현실화되는 것처럼 보였다. 깜짝 선발 이영재가 아웃카운트 하나도 잡지 못한 채 만루위기를 남겨두고 마운드를 내려갔기 때문이다. 경기결과가 모두의 머릿속에 그려질 무렵. 흐름은 전혀 예상하지 못한 방향으로 흘러갔다. 잠잠했던 몇몇 선수들이 경기를 주도하며 이끌기 시작했다.

시작은 채은성이었다. 경기초반 선행주자가 출루한 뒤 그간 간절했던 깔끔한 후속타를 때려내며 추격의 불씨를 지폈다. 수비에서는 더 빛났다. 4회말 민병헌이 쳐낸 좌익수 왼쪽 깊은 방향 타구를 그림 같은 다이빙캐치로 잡아내며 팀 사기를 북돋았다. 또 그간 타격부진에 울었던 유강남도 4안타 6타점을 터뜨리며 공격을 이끌었으며 문선재 또한 1군 등록 후 4경기 연속 안타행진을 이어갔다. 마운드에서는 최악의 상황서 구원 등판한 최동환이 묵묵히 3⅓이닝을 버텨주며 팀 타선폭발에 장단을 맞춰줬다.

이들의 눈부신 활약 속에 LG는 당초 불리해보였던 경기를 16-8로 승리했다. 라이벌전 자존심, 연패탈출이라는 급한 불을 껐다. 승률도 다시 5할이 됐다.

한 두 경기로 판단하는 것은 섣부르지만 LG에게 1승 이상의 의미가 남은 경기내용이었다. 중압감과 부담이 컸던 경기를 젊은 기대주들의 에너지로 뚫어낸 승리이기 때문.

최동환(왼쪽)과 채은성(오른쪽), 그리고 문선재(가운데)와 유강남 등 젊은 주역들의 꾸준한 활약여부가 LG의 올 시즌 성적에 중요한 영향을 끼칠 전망이다. 사진=천정환 기자, 옥영화 기자(가운데)
지난해부터 LG의 미래를 책임질 포수로 각광받았던 유강남은 올 시즌 초반 극심한 타격부진으로 힘든 시간을 보냈다. 결국 지난달 23일 1군에서 제외됐는데 당시 양 감독은 “(유)강남이가 방망이가 맞지 않아 고민이 많다”고 이유를 설명했다. 한 달여의 시간을 보낸 뒤 지난 24일 복귀했지만 무안타에 그쳤던 유강남은 전날 가공할 위력을 뽐내며 향후를 기대하게 만들었다.

지난해 초 동시에 외야수로 변신한 채은성-문선재도 강렬한 인상을 남겼다. 물론 상황은 달랐다. 시즌 초부터 꾸준히 출장기회를 받고 있는 채은성은 팀 부진 속에서도 지난 한 주 7안타 3타점을 기록했다. 전날 활약이 더해져 외야경쟁에 우위를 점할 수 있게 됐다. 문선재는 최근 1군에 콜업 된 뒤 전 경기에서 안타를 기록 중이다. 5득점 2도루의 성적이 말해주듯 베이스러닝도 적극적으로 펼치며 타선에 활력을 불어 넣고있다.

마운드에서는 최동환이 최악에 상황에 등판해 인상적인 결과를 만들었다. 타선이 터져도 마운드가 계속 무너지면 승리는 요원하다. 최동환은 뜨겁던 두산 타선을 3⅓이닝 동안 1실점으로 잠재우는 반전을 만들며 무려 2602일 만에 승리투수가 되는 영광을 차지했다.

경기 후 유강남은 “(시즌 초) 기회가 많았는데 살리지 못해 스트레스가 많았다”고 밝혔고 최동환은 자신이 승리투수가 된 것도 몰랐다며 얼떨떨한 모습을 보였다. 경험이 적기에 모르는 것도 많고 마음처럼 풀리지 않는 일이 잦을 수밖에 없다. 이번 시즌 젊어진 팀컬러를 강조하고 있는 LG의 오름세와 내리막이 뚜렷한 이유이기도 했던 부분.

양상문 감독은 올 시즌 초부터 변화된 팀컬러와 함께 팀 리빌딩 의지를 거듭 내비쳤다. 과거 롯데 사령탑 시절 현재 대형선수로 성장한 강민호, 장원준을 키워냈던 경험을 LG에 적용하고자 시도했다. 시즌 초반에는 순항하는 듯 보였다. 하지만 경험부족과 기복있는 플레이가 잦아지며 최근 어려움을 겪었다. 그런 가운데 이들 기대주들이 위기에 빠졌던 팀을 구해내는 원동력이 됐다. 전날 얻은 자신감이 이들에게 긍정적 영향을 끼칠 도화선이 될 수 있을지 여부가 관심사다.

[hhssjj27@maekyung.com]

[ⓒ 매일경제 & mk.co.kr,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Copyright © MK스포츠.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이 기사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시나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