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하진의 애프터게임] LG 정현욱이 가장 듣기 좋은 말

김하진 기자 hjkim@kyunghyang.com 2016. 5. 30. 06: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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LG 정현욱. 김기남 기자 kknphoto@kyunghyang.com

최근 프로야구 선수들이 암에 걸렸다는 소식이 종종 들린다. 마냥 건강해 보이는 그들도 병이 찾아올 만큼의 스트레스를 받는 걸까.

이런 물음에 LG 정현욱(38)은 “의사 선생님이 그러더라구요. 그냥 운이 좋지 않았다고”라고 말했다.

‘운이 좋지 않아’서 병에 걸렸지만 한편으로 정현욱은 자신을 ‘운이 좋은’ 사람이라고 했다. “저는 운동 선수라서 체력이 되니까 이렇게 빨리 회복이 될 수 있었던 거죠.”

2014시즌 팔꿈치 뼛조각 제거 수술을 받은 정현욱은 종합검진에서 위암 판정을 받았다. 선수 생명의 기로에서 투병한 정현욱은 재활을 마친 뒤 올해부터 부활의 날개짓을 펴고 있다.

지난 3월 시범경기에 참가해 구위를 끌어올렸고 지난달 15일에는 감격스러운 1군 복귀전을 치렀다. 이후 2경기 더 구원 등판한 정현욱은 퓨처스리그에서 몸을 만들었다. LG 양상문 감독은 정현욱이 5월 쯤 완벽한 몸 상태를 갖출 것이라고 봤다. 정현욱은 지난 22일 1군에 콜업됐고 25일 울산 롯데전에서는 1이닝 무실점으로 변치 않은 구위를 자랑했다.

투병과 재활, 그리고 바뀐 식생활 등 하나같이 새롭게 맞이하는 것들이다. 예전 같으면 익숙했을 1군 마운드에서도 긴장이 됐다. 정현욱은 “쉰 기간이 있는데다가 1군과 2군의 차이가 있으니까 긴장이 됐다”고 했다.

스스로 “나이가 있어서”라고 이유를 밝힌 정현욱은 “몸의 긴장감을 유지하고 있다. 긴장감이 풀어지면 회복하는데 오래 걸린다”라고 말했다.

식생활은 정상적으로 소화하고 있다. 예전만큼 많이 먹지 못하지만 더 잘 먹고 운동도 더 열심히 하고 휴식도 많이 주려고 한다. 그러면서 정현욱은 “일단 안 아픈게 만족스럽다”며 “근력은 예전처럼 100%로는 안 되겠지만 공을 던지다보면 더 좋은 공을 던지고 싶은 마음이 커진다”라고 했다.

마운드에 오르는 한 순간, 순간이 소중하다. 병치레를 한 탓도 있지만 2군에 오래 머물면서 어린 선수들의 모습을 지켜봤기 때문이다.

정현욱은 “그동안 못 느꼈던 마음가짐을 가지고 있다”라고 했다. 2군에서 함께 훈련했던 어린 선수들은 잠실 구장을 ‘꿈의 무대’로 보고 있었다. 정현욱은 “1시에 시작하는 퓨처스 경기는 정말 힘들지 않나. 덥고 많이 지치는 시간”이라며 “그런데 어린 선수들이 ‘잠실에서 한번만 던져보고 싶다’라고 말을 하는 것을 들었다. 그랬더니 ‘내가 그동안 잘못 생각하고 있었구나’라는 생각이 들더라”고 했다.

정현욱에게 잠실구장은 아주 익숙한 곳이었다. 하지만 누군가에게는 한번만이라도 오르고 싶은 무대라고 생각하니 마음가짐이 달라졌다. 자신이 처음 야구를 시작할 때 느꼈던 간절함을 다시 떠올리게 된 계기였다.

초심을 다시 찾았다던 정현욱은 “야구 인생의 막바지”라는 말을 입에 자주 올리곤 했다. ‘마지막’을 떠올리니 야구가 더 재미있어졌다. 정현욱은 “나가서 열심히 던지는 것이 내가 할 일이라고 생각한다. 예전같으면 ‘잘해야된다’라는 생각이 강했다가 안 풀리면 빨리 지쳤다. 이제는 재미있게 열심히 던지려고 하고 있다”라고 말했다.

그렇다면 정현욱은 어떤 야구 선수로 기억되고 싶을까. 정현욱은 자신을 가장 기분좋게 하는 말이 있다고 했다. 그는 “코치님들이나 트레이너분들이 ‘현욱이는 놔둬도 돼’라고 말 하실 때마다 기분이 가장 좋다”라고 했다.

정현욱은 “나를 믿어준다는 느낌을 강하게 받을 수 있는 말 한마디이지 않겠나. 나보다 야구를 더 잘하는 사람도 많은데 그런 말을 듣는 것은 내가 인정을 받았다는 증거지 않나”라고 말했다. 앞으로도 정현욱은 ‘알아서 잘 하는 선수’로 마운드를 지키고 싶다.

<김하진 기자 hjkim@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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