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상 속 화학물질 얼마나 아십니까?

이슬기 2016. 5. 29. 23: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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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롤로그>

<녹취> "청소하고 깨끗한 건 좋은데. 있으면 '상쾌하다' 이런 생각보다는 내 폐가 병들어 가고 있구나."

<녹취> "이제는 '우리가 알아서 해야 되겠다'라는 생각을 갖게 됐죠. 뒤에 라벨 같은 걸 다 보고.."

<녹취> "우리나라는 독성정보가 없으면 써도 되는 것으로.."

<오프닝>

많은 희생자를 낳은 가습기 살균제 사태를 지켜보면서 생활 속 화학물질에 대한 경각심이 커졌고, 화학물질을 통제하기 위한 법률이 만들어지기도 했습니다.

하지만, 전문가들은 우리 사회가 제2, 제3의 가습기 살균제 사태를 예방할 수 있는 화학물질 관리 역량을 갖고 있는지 의문을 제기하고 있습니다.

일상 속 우리의 건강을 위협하는 화학물질은 무엇이 있는지, 이런 유해 물질들이 왜 지금도 걸러지지 않고 있는지 취재했습니다.

<리포트>

두 자녀를 키우는 주부 이경숙씨는 가습기 살균제 사태 이후 고민이 늘었습니다.

가족 위생을 위해 사용해 온 각종 생활 화학제품들을 계속 써도 괜찮은지 두려움이 앞서기 때문입니다.

<인터뷰> 이경숙(주부) : "청소하고 깨끗한 건 좋은데. 있으면 '상쾌하다' 이런 생각보다는 '내 폐가 병들어 가고 있구나' 라는 생각이 문득문득 들 때가 있어요. 전혀 안 쓸 수는 없으니까 저는 굉장히 최소한으로 사용하려고 하고 있고요."

이 씨가 평소 자주 쓰는 생활화학제품에는 어떤 성분이 들어있을까요?

먼저, 냄새를 없애기 위해 화장실이나 이불 등에 뿌리는 탈취제.

이 제품은 '제4급 암모늄클로라이드(DDAC)' 성분을 포함하고 있습니다.

아직 안전이 검증되지 않은 물질입니다.

<녹취> 김판기(교수/용인대 산업환경보건학과 독성화학) : "4급 암모늄클로라이드(DDAC) 독성에 대한 것들은 사례가 상당히 많이 있어요.4급 암모늄클로라이드를 가지고 실험실에서 세척용으로 썼다고 그래요. 그랬는데 거기서 마우스. 조그만 생쥐죠. 생쥐들이 계속 번식이 안되거나 즉 새끼를 놓고 하는 것들이 안되거나 모체가 사망을 한다거나. 태아 수가 줄어든다거나 태아가 사망한다거나.."

환경부는 '암모늄클로라이드'가 미국에서도 승인받은 물질이라고 밝혔지만 흡입 독성 실험자료는 없습니다.

이 모기 살충스프레이의 주성분은 '퍼메트린'입니다.

'퍼메트린'은 내분비계장애 추정물질이자 발암 가능성이 인정돼 유럽연합에서 2008년부터 사용을 금지하고 있습니다.

우리 환경부도 유독물로 지정했습니다.

그러나 식약처에서는 제한된 농도 이하로는 사용할 수 있다고 승인했습니다.

<녹취> 김판기(교수/용인대 산업환경보건학과 독성화학) : "폐쇄공간 즉 닫혀져 있는 그런 방안에서 피레트린계(퍼메트린)이 들어있는 살충제를 잔뜩 뿌려놓고 오랫동안 있는다든지 그렇게 되면 이게 증상이 나타납니다. 구역질, 두통, 침을 막 흘린다든지 무기력증 이런 것들이 있어요. '갓난아기한테는 좀 위험할 수 있다'라는 것이 있고 수유 중에 사용은 권장하지 않고 있습니다."

지난해 한국환경보건학회지에 실린 서울대와 고려대 연구진의 '생활화학용품에 함유된 유해물질 조사' 결과 입니다.

연구진은 200여 업체에 대한 설문조사를 통해 세정제와 소독제 등에 163개 화학물질이 사용됐다는 결과를 얻었습니다.

그런데, 이 163개 화학물질 가운데 38개는 유럽연합에서는 위험물질로 분류돼 있다고 밝혔습니다.

그렇다면, 한국에서 팔리는 세정제와 소독제에 들어있는 화학물질 5개 가운데 하나는 유럽연합에서는 위험물질로 분류된 셈입니다.

<녹취> 현제순(화학물질감시네트워크 사무국장) : "만약에 A물질을 아직 검사를 안했어요. 모르는 물질, 독성정보를 모르면 외국은 '독성정보가 없다'라고하면 '위험하다'라고 생각하고 쓰지를 않아요. 검사가 될 때까지. 그게 이제 관점이에요. 화학물질 관리를 바라보는.. 그런데 우리나라는 독성정보가 없으면 써도 되는 것으로 환경부가 입장을 발표하고 그런단 말이에요."

국립환경과학원의 발주로 민간업체가 탈취, 방향제와 살충제, 세정제의 성분을 분석, 조사한 또 다른 연구 보고서입니다.

세정제와 탈취제, 방향제 96개 제품의 화학 성분 63종 가운데 5종이 EU가 사용 금지한 화학물질이었습니다.

특히, 일부 탈취제와 방향제에 쓰인 '2-메틸-4-이소티아졸린-3-온'과 '클레록실레놀'은 흡입할 경우 인체에 유해할 수 있다고 전문가들은 지적합니다.

<녹취> 임종한(교수/인하대 의학전문대학원 사회의학) : "('2-메틸-4-이소티아졸린-3-온'은) 흡입 독성을 지닙니다. PHMG, PGH와 동일하게 흡입 독성을 통해서 역시 폐 손상을 유발하는 것으로 알려져 있고요. 비염이나 후두염이나 기관지 천식을 유발할 가능성이 있는 것으로.. (클로록실레놀은) 방향제나 이런 것에 사용되어서 흡입하는 형태로, 분무제에 사용되면 위험할 수 있죠."

생활제품 속 화학물질은 어떻게 관리될까.

먼저 화장품과 의약품, 의약외품은 식품의약품안전처가 관리책임을 맡고 있습니다.

사전에 허가를 받아야 하고 주성분을 제품 겉면에 정확히 표기해야 하는 등 상대적으로 엄격한 기준이 적용됩니다.

그 외 화학물질이 포함된 공산품에 대해서는 산자부가, 세정제, 방향제, 방충제 등 위해 우려 제품 15종은 환경부가 관리합니다.

환경부가 관리하는 위해 우려 제품들은 지난해 4월 이전까지만 해도 이른바, 자율 안전확인 대상으로 관리돼 왔습니다.

판매자가 최소한의 안전기준을 지켰다고 자율적으로 신고만 하면 제품을 판매할 수 있다는 얘깁니다.

<인터뷰> 이덕환(서강대 화학과 교수) : "기능에 따른 관리가 필요한 건데 우리는 기능은 제쳐두고 품목에 따른 관리를 하고 있어요. 우리는 정부의 전문성이 부족하기 때문에 기업들이 정부를 자꾸 유혹을 하는 거죠. 자꾸 옆길로 끌고 가는 겁니다. 그러면 우리 정부는 거기에 계속해서 끌려다녔던거죠."

화학물질 등록과 평가를 다루는 이른바, '화평법' 이 시행되고서야 이들 15종류의 생활화학제품은 '위해 우려 제품'으로 지정됐습니다.

자율 안전확인 대상에서 빠진 거지만 업체가 새로운 유해 화학물질을 사용한다거나 유해물질을 사용하고도 신고를 제대로 하지 않더라도 걸러낼 방법은 없다고 전문가들은 지적합니다.

<인터뷰> 이종현(질병관리본부 폐손상조사위원) : "15종 위해우려제품은 사전허가제도 방식으로 관리하는 대상제품이 아니라 다른 방식이에요. 자율안전 인증과 비슷한 것이죠. 그중에서 특정한 물질들이나 특정하게 특별관리가 필요한 제품일 경우에는 사전허가방식을 추가로 또 고안해서 관리할 필요가 있다. 그게 가습기 살균제 사건의 교훈이라고 보는거죠."

환경부가 실시한 최근 조사 결과는 이 같은 우려가 현실이 될 수 있음을 보여줍니다.

3백31개 제품에 대해 화학성분을 조사해 봤더니 기준에 없는 새로운 금지 화학물질을 사용하거나 함량 기준을 초과한 제품 7개가 적발된 겁니다.

적발된 업체 가운데 한 곳을 찾아가 봤습니다.

에어로졸과 스프레이를 전문으로 만드는 이 업체 관계자는 적발된 화학물질을 사용하지 않았다고 말했습니다.

<녹취> 업체 관계자(음성변조) : "1억 만 분의 184그램이 한번 분사에 나오는 거에요. 직접적으로 마신다 해도 그게 독성이냐.."

문제의 물질이 검출된 이유에 대해서는 자신도 원료를 공급받아서 만든 것이라 확실히 알 수 없다고 했습니다.

<녹취> 업체 관계자(음성변조) : "우리는 OEM(주문자상표부착)회사잖아요. 그쪽에서 (화학물질을) 배합을 해서 넘어오는 것이 거의 8,90%. 그분들(원료상)에 의해서 몇퍼센트 몇퍼센트..그렇게 놓고 이거는 공산품이고, 의약외품도, 의약품도 아니기 때문에 업체에서 배합해서 드럼으로 넘어온다든가.."

전문가들은 EU나 미국과 우리나라의 화학물질 사용 허가 방식에 근본적인 차이가 있다고 지적합니다.

미국, EU에서는 허가된 화학물질만 사용할 수 있는 방식인 반면, 한국은 금지된 화학물질 외에는 모두 사용할 수 있는 방식을 채택하고 있습니다.

<인터뷰> 현제순(화학물질감시네트워크 사무국장) : "유럽의 'REACH'제도는 제품이 생산되기 전에 시장에 출시하기 전에 '유해성평가'를 통해서 안전한 제품만 나오게 되어있단 말이에요. 그게 'REACH'제도의 기본인데, 사전인증제도.'No data, No market(인증 없으면 판매도 없다.'고 하는 건데 그 취지로 화평법을 만들었는데 우리 화평법에는 그게 싹 빠져있는 거예요."

<녹취> 김종민(사무관/환경부 화학물질정책과) : "(공산품안전법은) 연장선상에 있긴 한데요. 근본적으로 다른 점은 공산품으로 관리될 때는 위해성 평가라는 부분이 미비했습니다. 이번에 위해 우려 제품으로 관리하면서 안전기준이 강화되었습니다. 살생물질에 들어간 제품을 전체적으로 명단을 만들어서 (EU같은) 체계를 저희도 만들어 가려고 하는 겁니다."

전문가들은 현재 4만 개가 넘는 화학물질이 사용되고 있고 매년 수천 종의 화학물질이 새로 만들어지는 상황에서 우리의 방식은 한계가 있을 수밖에 없다고 말합니다.

<인터뷰> 현제순(화학물질감시네트워크 사무국장) : "우리나라가 지금까지 올해까지는 510종, (등록을) 계획하고 있는건 2000종이예요. 2000종을 등록해서 데이터를 갖고 있겠다, 관리를 하겠다 이거죠. 그런데 우리나라에서 쓰는 물질이 4만종이 넘어요. 어림도 없잖아요."

지난해 제정된 '화평법'에서 연간 1톤 미만의 화학물질은 독성시험자료 제출을 생략하고 식별정보, 용도 등의 정보만 제출하도록 한 것도 문제로 지적됩니다.

세균이나 해충 등 생물체를 죽이기 위한 화학물질, 이른바, 살생물제의 경우, 제품에 매우 적은 양이 들어가기 때문에 연간 1톤이 안되는 양으로도 대량의 화학제품을 충분하게 생산할 수 있다는 겁니다.

<녹취> 생활화학제품 제조업체 관계자(음성변조) : "원료를 들여오면 톤으로 들어오는게 아니고.. 한 말, 한 말이면 여러 번 쓸 수 있는 양이 나와요. 왜냐하면 (제품 하나에) 0.6그램인데.. 캔 하나에 일점 몇그램 밖에 안들어가는 거예요."

실제로 일부 가습기 살균제에 쓰인 PHMG의 연간 사용량은 300킬로그램에 불과했습니다.

그렇다고 해서 화학물질에 대한 무조건적인 공포에 빠질 필요는 없다고 전문가들은 조언합니다.

우리가 즐겨 마시는 커피의 카페인 역시 화학물질 가운데 하나지만 적절한 용량과 용법을 지키면 섭취해도 문제가 없는 것처럼 말입니다.

문제는 화학물질이 담긴 생활 화학제품을 사용하는 적절한 방식을 모르고 있는 경우가 많다는 겁니다.

한 음식점의 화장실.

한 평 정도의 좁은 공간에 설치된 자동분사기에서 방향제가 30분마다 뿌려집니다.

하루종일 방향제가 살포되지만 환기는 거의 이뤄지지 않습니다.

전문가들은 이처럼 밀폐된 공간에서 방향제와 탈취제를 반복적으로 사용하는 것은 몸에 해롭다고 지적합니다.

방향제와 탈취제에는 방향 성분과는 별도로 부패를 막기 위한 '보존제'가 들어 있는데 이 보존제에 살생물질이 포함돼 있습니다.

좁은 공간에서 세척제 등의 화학물질에 집중적으로 노출되는 청소노동자들 역시 마스크 착용 등 보호조치가 필요합니다.

<인터뷰> 이종현(질병관리본부 폐손상조사위원) : "소독제나 세척제가지고 밀폐된 공간에서 그런 일을 반복적으로 주기적으로 하시는 분들이 충분한 개인보호장비를 갖고 장시간 일을 할수가 없으니까 그냥 노출되는 거에요 반복적으로. 그런 직업군에서 천식환자율이 높다는 보고가 있습니다."

원칙적으로 사람의 몸에 사용하는 것이 아닌 생활화학제품은 직접 흡입하지 않는 것이 좋습니다.

<인터뷰> 이덕환(서강대 화학과 교수) : "방향제의 사용원칙은 어쩔 수 없는 경우에 살짝 뿌려두고 가능하면 빠른 시간내에 환기를 하고 소비자들도 방향제나 탈취제에 노출돼서 방향제나 탈취제 성분을 호흡을 통해서 지나치게 많은 양을 지나치게 오랜 시간 동안 흡입하는 것은 가능하면 피하는 노력이 필요한 겁니다."

전문가들은 업체들이 정확한 사용방법과 주의사항을 소비자가 이해하기 쉽게 알려야 하고 특히 신체에 사용해도 아무 문제가 없는 것처럼 표현할 때는 매우 신중해야 한다고 지적합니다.

<녹취> 김판기(교수/용인대 산업환경보건학과 독성화학) : "예를 들어 옷에다 뿌려서 속옷으로 입는다든지 그럴경우 접촉이 가능한 부분들이 있어요. 날아가는 부분이 호흡기에 노출될 가능성이 있다는 거죠."

소비자들이 제품에 포함된 화학물질에 대해 구체적이고 정확한 정보를 받을 수 있도록 하는 것도 중요합니다.

현재는 의약품과 화장품 등을 제외하고는 제품에 사용된 모든 화학성분을 구체적으로 공개할 의무가 없습니다.

취재진이 시중에 유통되는 스티커제거제와 제균스프레이 45종을 대상으로 어떤 화학 물질이 쓰였는지 제조업체에 문의를 해봤습니다.

하지만 제품 45개 가운데 절반정도인 23개의 제품에 대해서만 성분을 확인할 수 있었습니다.

<녹취> 이인호(소비자) : "(성분을) 꼼꼼히 보려고 그러죠. 나쁜 성분이 들어갔으면 안 사려고요. 작은 글씨는 안보여요. 그러니까 뭐가 들어간 것인지 성분이 어떻게 된 것인지 잘 안보이잖아요."

환경부는 지난 24일 살생물질이 포함된 생활화학제품에 대해 어떤 성분이 들어가 있는지 전수조사를 벌이겠다고 밝혔습니다.

다시는 가습기 살균제와 같은 피해가 되풀이되지 않도록, 일상 속 화학물질 관리체계의 재정비가 시급합니다.

이슬기기자 (wakeup@kb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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