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통장 거래 내역 제출해"..직원 계좌 턴 회사

조기호 기자 2016. 5. 29. 20:4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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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앵커>

개인의 통장 거래 내역은 수사 기관조차 영장 없이는 함부로 볼 수 없습니다. 그만큼 중요한 개인 정보이자 내밀한 사생활의 영역인데요, 하지만 국내의 한 자동차 제조사가 전국 대리점 영업사원들의 개인통장 거래 내역을 수시로 점검하고 있는 것으로 확인됐습니다.

기동취재 조기호 기자입니다.

<기자>

경기도에 있는 한 자동차 대리점입니다.

점포 안쪽 복도에서 대리점 대표가 영업사원에게 소리를 지르고 욕을 합니다.

[대리점 대표 : 넌 해고야 이 XX야. 가 인마!]

자신의 통장 내역을 제출하지 않았다는 이유에서입니다.

[남들은 통장 다 제출하는데 네가 뭔데 (안 내?)]

경기도의 또 다른 대리점.

[A대리점 영업사원 : (개인 통장 본다는 얘기 못 들으셨어요?) 안 보여주기도 뭐하고 보여주기도 뭐하고 보여주기는 진짜 싫은거죠 누구나. 다 개인적인 건데….]

만약 제출을 거부하면 불이익을 감수해야 합니다.

[B대리점 영업사원 : 제가 (통장 내역을) 안 낸 상태에서 지금 감사 결과 내려왔는데 보통 월급 수당까지는 건들지 않는 데 지난 달의 경우에는 10원짜리 하나, 월급을 못 받았습니다.]

대리점 대표가 왜 사생활에 해당하는 직원의 통장 내역을 집요하게 요구하는 걸까.

[김선영/해고 영업사원 : (본사에서) 한 대리점을 감사하게 되면 일단 무조건 대리점 직원의 통장을 모두 속된 말로 까…. 저 같은 경우는 3년 치를 뽑아오라 했거든요.]

그러니까 본사가 감사를 이유로 대리점 대표를 통해 영업사원들의 통장 내역을 사실상 강제로 받아내는 겁니다.

[그 통장에서 만약에 집사람 통장하고 생활비가 거래가 됐다, 그러면 그 연결된 통장까지 다 가져오라고 합니다. 그러니까 굉장히 수치스러운 거죠.]

본사의 이런 '계좌 털이' 감사는 전국 380여 개 대리점에서 해마다 무작위로 이뤄지고 있는 걸로 확인됐습니다.

본사는 영업사원들이 차량 판매 대금을 회사 명의 통장으로 입금해야 하는데 개인 통장으로 거래하는 경우가 많아 사고가 나는 일이 있다며 이를 바로잡기 위한 조치라고 해명했습니다.

그러나 엄연한 개인정보 보호법 위반이고, 공정거래법도 침해할 소지가 큽니다.

[이성우/변호사 : 대리점과 영업사원은 (본사와) 별도의 사업자입니다. 이 경우에 금융정보를 사실상 강제하고 이를 거절할 경우에 불이익을 준다면 공정거래법상 '거래상 지위 남용'에 해당된다고 볼 수 있습니다.]

문제가 불거지자 본사는 개인 정보 침해를 최소화할 수 있도록 조치를 마련하겠다고 밝혔습니다.

(영상편집 : 김호진, VJ : 김종갑)   

조기호 기자cjkh@sb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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