젊은이들이 좋아해? 하하하 성공했네

2016. 5. 29. 19: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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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겨레] 인터뷰 l ‘디어 마이 프렌즈’ 시니어벤저스

짠돌이에 툭하면 잔소리하는 꼰대
구박당해도 참고 사는 우리네 어머니
평균 75살 8명의 로맨틱 코미디
20~40대 중심 인기몰이 한창
작가 노희경 “젊은세대와 소통 의도”

주현 “천편일률 젊은 사랑과 달라”
박원숙 “내 청춘은 혼돈…지금이 좋아”
윤여정 “니들도 늙어보라 그래”
김영옥 “우리들 이야기에 공감”
신구 “나도 꼰대같은 면 있지”

왼쪽부터 주현, 박원숙, 윤여정, 김혜자, 고두심, 김영옥, 신구, 나문희. 아래는 이들의 젊을 적 사진. 사진 티브이엔 제공

“네? 촬영장에서 선생님들을요?” 수화기 너머 관계자가 당혹스러워한다. “촬영도 바쁘고 선생님들도 바쁘시고….” 구구절절 설명에도 삼고초려하다 멈춘 건 이 한마디 때문이다. “다들 촬영장에 계시는 걸 정말 행복해하세요.” 맞다, 고두심도 그랬다. “이렇게 행복한 촬영장은 없었다”고. 불청객의 등장으로 ‘그들만의 시간’을 방해 말자. 그래서 인터뷰는 서면으로 진행했다.

오히려 전화위복이 됐다. 답변을 보내온 방식에 각자의 개성이 녹아 있다. 주현은 A4 용지에 한 자 한 자 친필로 적었고, 김영옥 등은 제작진의 휴대전화로 녹음해 전달했다. 녹음 전후 잡담에도 저마다의 개성이 묻어난다. “제대로 잘 전달해!”(윤여정) “이제 됐지? 껄껄껄.”(신구) 김영옥, 신구, 주현, 윤여정, 고두심, 김혜자, 나문희, 박원숙. 함께 모인 것만으로도 화제가 된 드라마 <디어 마이 프렌즈>(티브이엔)의 이른바 ‘시니어벤저스’(시니어+어벤저스) 군단을 인터뷰했다.

친애하는 친구들이! “그래? 젊은 사람들이 좋아해?” 드라마 속 캐릭터가 인기가 있다는 얘기에 윤여정은 특유의 카랑카랑한 목소리로 반문한다. “그럼 성공했네. 하하하하.” <디어 마이 프렌즈>는 “우리는 살아 있다”고 외치는 어른들의 이야기다. 초등학교 동문으로 구성된 평균 나이 75살의 주인공 8명의 저마다 삶이 펼쳐진다. 노희경 작가는 “어른들을 ‘꼰대’라고 부르는 젊은 세대들과 소통하게 하고 싶었다”는데 이는 통했다. 평균 시청률 4%(4회까지·닐슨코리아 집계), 그 가운데 20~40대 시청률이 절반이 넘는다. 어른들의 이야기를 젊은 사람들이 왜 좋아하는 걸까? “첫째는 많은 배우들이 한꺼번에 등장하는 데 대한 호기심! 대개 드라마 하면 선남선녀들이 젊은 사람들의 사랑, 배신, 보복(을 그리고), 오직 젊은 사람들만 인생을 사는 것 같은 천편일률적인 내용에 조금 식상한 건 아닐까?”(주현)

<디어 마이 프렌즈>는 어른들을 내세웠지만, 유쾌한 로맨틱코미디 같아 거부감이 없다. 그동안 ‘착하고 못된’ 누구의 부모로 분류되던 어른들에게 다채로운 캐릭터를 심었다. 주현은 늘 곁에서 나를 지켜줄 것 같은 로맨티시스트로 ‘할배파탈’(할아버지+옴파탈)로 떠오르고, 윤여정과 박원숙, 고두심은 ‘걸크러시’의 멋진 언니로 특히 여자들한테 환호받는다. “걸크러시? 난 그게 무슨 뜻인지도 몰라. 그런 줄도 몰랐고. 내 나이에 어떻게 비칠지 상관하며 연기하지는 않잖니! 난 그저 캐릭터가 노희경 작가를 닮았다고 생각했을 뿐이야.”(윤여정) 그렇다고 어른들의 멋진 부분만 부각하지 않는다. 짠돌이에 툭하면 부인한테 소리나 지르는 ‘꼰대’도 있고, 그런 남편한테 구박당해도 참고 사는 우리네 어머니도 있다. “짠돌이 신구 선생 배역을 놓고 지나친 것 아닌가 하는데, 그런 인물이 진짜 있어. 우리 주변에. 아주 리얼해. 이 드라마를 하면서 가족이 나오는 부분은 나도 공감하면서 보게 돼.”(김영옥) “여자들한테는 석균은 딱 질색일 거야. 하하. 이 작품에서 석균은 밉게 보일수록 나는 괜찮아. 욕하면서 보면 석균 역에 근접한 거야.”(신구)

친애하는 우리에게! <디어 마이 프렌즈>는 어른들의 이야기가 미니시리즈로 만들어졌다는 감동과 함께, 변방으로 밀려난 배우들을 다시 중심에 세운 의미가 크다. 모두 누군가의 엄마, 아빠로 오랜 세월을 연기했다. 특히 신구는 26살 때인 1962년 연극 <소>에서 극성맞은 아버지 역으로 처음 무대에 선 이후 아버지 역을 많이 했다. “그런 것만 맡기니까. 지금도 생긴 게 이런데, 드라마나 작품에 남자 주인공이 되려면 미남 미녀여야 하는데 나는 그런 축에 못 끼니까.”(신구)

어른들이 중심이 된 다채로운 배역에 이들도 신났다. 극 중에서 젊은 친구들과 친하게 지내는 윤여정은 백팩도 메는 등 드라마에서 처음으로 “스스로 코디를 했다”고 한다. “오충남이 젊은 사람처럼 옷 입으려고 하고 학원도 다니고 그러잖아. 그래서 백팩도 메고 신경을 좀 썼지. 이번에 처음으로 스타일리스트를 안 쓰고 내가 내 옷을 입으면서 내가 만들었어.” 주현은 “나름대로 다이어트를 했지만, 뱃살은 빠지지 않고 눈 밑 주름만 늘어나더라”며 “배가 적당히 나오고 머리가 조금 벗겨진 로맨티시스트 역을 제대로 해보겠다”고 했다. 실제 이들은 어떤 어른일까? “나는 그런 면이 좀 있지. 똑같다기보다 집에 불 켜져 있으면, 쓸데없이 켜져 있다 싶으면 내가 끄고 자는 거지. 하하.”(신구) “난 도전을 싫어해. 순리대로 살기로 한 지가 오래돼서. 다만, 다음에는 이것과 비슷한 역은 안 하고 다른 역을 하면 도전이 되는 거지. 계획 세워 도전해야지? 내가 번지점프하니! 이거 끝내고 쉬려고 하고 있어. 노인 때는 쉬어야지 돼!”(윤여정)

친애하는 청춘에게! 드라마처럼 이들은 촬영장에서 매일 동창회를 연다. 젊었을 때 서너 차례 만났던 이들은 나이가 들어 다시 호흡을 맞추고 있다. 주현과 나문희는 <세상에서 가장 아름다운 이별>에서 부부로, 주현과 박원숙은 <수줍은 연인>에서 연인으로 나왔다. 함께 촬영하다 보니 옛 생각도 새록새록 난다. 윤여정은 “각자 다른 드라마에서 엄마 역을 하느라 만나지 못했었는데 이렇게 한 작품에서 보니까 ‘우리가 얼마나 많은 세월을 다 같이 살았나’ 하는 생각에 울컥하더라. 같이 있어서 좋고 몇십년 만에 다 같이 만나니까 한편으론 우습다”고 했다. “고두심은 어릴 때는 하도 말이 없어서 입에 곰팡이 피나 했어. 나랑도 오랜만에 같이 해보는데 ‘아 잘하고 있었구나’ 새삼스레 알게 된다.”(박원숙)

“내 청춘은 혼돈의 시간이었다. 지금이 정말 좋다”(박원숙)지만, 나이듦에 대한 아쉬움은 없을까. “나이 든다고 느낄 새도 없이 80줄이 됐어.”(김영옥) “늙어간다는 것은 나도 모르게 물감이 번져서 세월이 지나니까 다른 색깔로 되어 있는 거지. 뭐 아쉽다 이런 생각은 없어. 그때그때 맞춰서 최선을 다해 살아가니까. 지금도 또 그렇게 살면 되지 않나.”(신구) “마음은 늘 청춘인데 어쩌다 거울 앞을 스치다 보면 그 안에 웬 늙은이가 서 있어. ‘아 나도 많이 늙었구나’ 가는 세월 그 누구가 막을 수가 있나요?”(주현) 극 중 고현정의 대사처럼 그 나이가 되면 청춘들도 이 맘을 알게 될까. “니들도 늙어보라 그래!”(윤여정)

“우리들의 이야기다 보니 순간순간 공감이 간다”(김영옥)는 이들은 드라마를 하면서 배우는 것도 많다고 했다. “젊은 시절에는 어른들의 기억력, 잔소리, 약 먹는 것을 이해할 수 없었는데, 나이가 드니 이해가 되더라. 반대로 어른이 되니 젊은이들의 행동 중에 예의와 정이 없는 것은 이해되지 않더라.”(박원숙) 드라마를 하면서, 젊은이들이 노인들을 바라보는 생각을 알게 되고, 나는 어떤 어른인가 되돌아보게 된다고 했다. 드라마의 메시지처럼, 바로 이들처럼 꼰대와 젊은이는 친구가 될 수 있을까. 물론 “사람 나름이겠지”(주현)만, 적어도 이들과 우리는 공감의 근거를 만들고 있는 것 아닐까.

남지은 기자 myviollet@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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