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업은행, 밑빠진 독에 4500억 추가지원
◆ 인물로 보는 STX조선 패망사 / Ⅳ. 허둥지둥 6개월 (2016년~) ◆
조선업 불황이 장기화되고 있던 지난해 말에도 홍기택 산업은행 회장의 실기는 계속됐다. 산업은행은 지난해 12월 11일 채권단 실무회의를 열고 STX조선해양을 중소형 조선사로 특화하겠다는 방침을 밝히면서 4500억원을 지원하기로 했다. 경남 창원시 진해조선소는 선대를 기존 5개에서 2개로 축소하고 5만∼7만t급 탱커선과 해상 LNG 주유터미널에 특화하겠다는 얘기였다.
STX조선해양은 이미 지난해 심각한 위기의 징후가 나타났다. 일부 채권은행들은 "더 이상 회생 가능성이 없다"며 법정관리 필요성을 제기했지만 당시는 4·13 총선을 앞에 둔 상황이었다. 당시 논의에서 STX조선해양이 갖고 있는 고성조선소는 2017년 초부터 국내 대형 조선사의 대형 블록 공장으로 기능을 바꾸겠다는 방침도 나왔다.
산업은행 실무진은 물론이고 조선업계와 금융당국 역시 추가자금 지원이 무의미하다는 의견을 냈지만 STX조선해양 최대주주의 수장인 홍 회장은 "이미 집행하기로 한 금액을 집행하는 것일 뿐"이라며 법정관리를 주저했다. 올해 4월 총선을 앞두고 진해(김성찬 새누리당 의원), 거제(김한표 새누리당 의원), 통영(이군현 새누리당 의원) 등 주요 조선소 지역구 의원들의 지원사격도 가세했다.
익명을 요구한 산업은행 관계자는 "당시 홍기택 전 회장은 AIIB 부총재 내정에 관심이 집중되던 시기라 정치권과 불협화음을 보이는 등 최대한 스크래치를 줄이려고 하던 시기"라며 "이미 산업은행 내부에서도 리더십을 상실했던 상태"라고 지적했다. 결국 채권단은 지난해 12월 4500억원을 추가로 투입하기로 결정했다.
우리은행·KEB하나은행·신한은행은 반대매수청구권을 행사하며 채권단에서 탈퇴했다. 당시 정부가 대주주인 우리은행까지 이렇게 나선 것은 극히 이례적이었다는 평가를 받았다. 정부와 산업은행은 총선 직전에 대형 폭탄을 터트리지 못했다. 그러나 4·13 총선이 끝나기가 무섭게 정부는 구조조정을 핵심 화두로 내세웠고 한 달여 만에 STX조선해양을 법정관리로 보내는 안을 결정지었다.
조선업 전반의 수주 가뭄은 쉽게 해소되지 않고 계속됐다. 금융당국 관계자는 "STX조선해양 자율협약 개시 당시 또 다른 채권단인 NH농협금융지주 회장이었던 현 임종룡 금융위원장, 2014년 대우조선해양 신규 자금 지원 당시 진웅섭 정책금융공사 사장이 모두 현직 금융당국 수장이라 홍기택 회장 입장에서는 조선업 전반에 대한 지원 책임이 자신에게만 쏠리진 않았을 것이라고 생각했던 것 같다"고 전했다.
이에 대해 홍 회장 측은 "STX조선 자금 지원은 청와대 서별관회의에서 결정된 것으로 산업은행 회장 개인의 과실로 몰아가는 것은 부당하다"고 반박했다. 그는 "STX팬오션도 서별관회의에서는 세 차례에 걸쳐 산업은행이 떠안으라는 요청을 받았으나 거부했기 때문에 2조5000억원가량의 손실을 막아냈다"고 덧붙였다.
최근까지도 이어진 정치권의 구조조정 개입은 사태를 더 악화시켰다는 평가다. 지난 4월 11일, 총선을 이틀 앞에 둔 상황에서 울산을 찾은 김무성 전 새누리당 대표는 "해고·구조조정보다는 조선업이 국제경쟁력을 갖출 수 있도록 조선해양산업발전특별법을 만드는 것이 더 바람직하다"고 말했다.
[박용범 기자 / 정석우 기자 / 김명환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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