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제윤·최수현·홍기택 정치권 눈치보며 폭탄돌리기

박용범,정석우,김명환 2016. 5. 29. 19:06
번역beta Translated by kaka i
글자크기 설정 파란원을 좌우로 움직이시면 글자크기가 변경 됩니다.

이 글자크기로 변경됩니다.

(예시) 가장 빠른 뉴스가 있고 다양한 정보, 쌍방향 소통이 숨쉬는 다음뉴스를 만나보세요. 다음뉴스는 국내외 주요이슈와 실시간 속보, 문화생활 및 다양한 분야의 뉴스를 입체적으로 전달하고 있습니다.

김무성·김성찬 의원, 금융권에 지원 압박..회생 가능성 작았지만 금융수장들 소극적

◆ 인물로 보는 STX조선 패망사 / Ⅲ. 3년간의 不作爲 (2013~2015년) ◆

2013년 초 상황이 급박하게 돌아가자 강덕수 STX그룹 회장은 산업은행 등이 포함된 'STX경영지원단'과 만난 자리에서 "채권단, 금융당국과 상호 신뢰를 바탕으로 신속하게 정상화 방안을 수립해 구조조정의 새로운 모범사례를 만들어 나가겠다"고 강조했다.

그러나 피땀 흘려 일군 사업에 대한 애착 때문에 종양에 걸린 부위를 제거하는 데는 소극적이었다. 결국 그해 4월 1일 STX조선해양은 채권단 공동관리(자율협약)를 신청하게 된다. 3일 뒤인 4월 4일 정부는 홍기택 중앙대 교수를 산업금융지주 회장으로 내정했다고 발표했다.

같은 해 7월 산업은행은 자율협약 개시를 결정한다. 당시 이 결정에 관여한 인물은 홍기택 회장과 김용환 수출입은행장 등 채권은행장과 신제윤 금융위원장, 최수현 금융감독원장 등 금융당국 수장들이었다. 일부에서는 이들이 정치권과 권력 상층부에서 'STX 폭탄'을 터트리지 않기를 바란다는 점을 믿고 본인들의 책임을 최소화하기 위해 소극적인 대증요법을 쓰기에 급급했다고 평가한다. 3년간 폭탄 돌리기를 한 셈이다.

자율협약 본격 개시 이전에도 신규 자금 지원이 되풀이됐다. 채권단은 STX조선해양에 6000억원을 지원한 데 이어 STX중공업·STX엔진에 1900억원을 추가 지원하기로 결의했다. 6월에는 STX조선해양에 대해 2500억원 추가 지원이 이어졌다.

당시 산업은행 실무진은 신규 자금 지원을 통한 STX조선해양의 회생 가능성이 낮다고 봤지만 의사결정 라인은 이를 받아들이지 않았다. STX그룹에 여신이 많았던 채권은행 핵심 관계자는 "홍기택 회장은 조선업 구조조정이 최대 현안이었지만 무슨 이유에서였는지 결정을 미뤘다"고 말했다.

최수현 금융감독원장은 주요 기업 구조조정 과정에서 지나치게 정치권 눈치를 봤다는 평가를 받는다. 김용환 당시 수출입은행장은 성동조선해양의 주채권은행이자 STX조선에 대규모 대출을 해준 채권은행 행장으로서 지원사격에 가세했다. STX그룹 전반의 은행권 여신(익스포저) 규모가 11조원에 달했을 정도로 위험성이 커졌던 시절의 얘기다.

정치권의 입김은 STX 사태를 더욱 혼란에 빠뜨렸다.

2013년 재보궐선거를 통해 국회에 입성한 김무성 새누리당 의원은 그해 6월 STX조선 대책 마련을 위해 국회에서 간담회를 열었다. 김 의원의 지역구인 부산 영도에 조선소와 수리조선소들이 모여 있다는 이유에서였다. 명칭도 경영정상화를 위한 간담회였다.

당시 신제윤 금융위원장과 홍기택 회장, 김재홍 산업통상자원부 1차관 등 금융·산업계 주요 책임자들이 간담회에 참석했다. 이 자리에서 김 의원은 "흔히 우리나라 금융권은 '비 오는데 우산 뺐는다'는 지적을 많이 받아 왔다"며 "은행들이 너무 건전성에만 집착하다 보니 STX와 협력업체들의 자산가치를 하락시켰다"고 지적했다.

STX 조선소가 있는 경남 창원시 진해구의 김성찬 새누리당 의원도 당시 간담회에서 금융권을 향해 STX에 대한 지원을 강조했다. 그는 "어차피 살릴 거라면서 빨리 돈을 갚도록 해야지, 나중에 숨통이 다 떨어지고 나서 (지원하면) '사후약방문' 격"이라고 말했다.

당시 창원지역 국회의원이었던 안홍준 새누리당 의원(마산회원구)도 "(협력업체들이) 뇌사 상태에 빠지기 전에 빨리 정부에서 적극적으로 움직여야 한다"고 지원사격을 펼쳤다. 현재 당 원내수석부대표를 맡고 있는 김도읍 의원도 유사한 취지의 발언으로 STX에 대한 지원을 촉구했다. 지역 여론만 의식하고 문제가 되는 부분을 외면하려다 충격만 더욱 크게 만든 셈이다. 경남 창원시 진해구를 지역구로 둔 김성찬 의원 역시 2013년 5월 3일과 8일 각각 홍기택 산업은행 회장과 최수현 금융감독원장을 찾아가 STX조선해양 정상화 지원을 촉구했다.

[박용범 기자 / 정석우 기자 / 김명환 기자]

[ⓒ 매일경제 & mk.co.kr,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Copyright © 매일경제 & mk.co.kr. 무단 전재, 재배포 및 AI학습 이용 금지

이 기사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시나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