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상선 용선료 협상 막바지..이르면 30일 발표
이날 구체적인 수치는 발표하지 않지만, 당초 용선료 인하 목표율인 30%에는 한참 미치지 못하는 20%대 전후에서 마무리될 것으로 알려졌다. 향후 채권단과 사채권자들이 어떻게 받아들일지 귀추가 주목된다.
29일 금융당국과 해운업계 등에 따르면 현대상선이 22개 선주들과 막바지 용선료 협상을 진행 중인 가운데 협상단은 이번 주말 최종적으로 합의할 전망이다. 31일 사채권자집회를 앞두고 절차를 마무리하려고 했으나 법적 검토 등 세부 조율 작업이 남아 있어 타결 시기가 지체된 것이다.
금융업계 고위 관계자는 "인하 폭은 목표액보다 적은 20% 안팎에 그칠 것으로 예상된다"며 "30%에 달하기는 힘든 분위기"라고 전했다. 사채권자들이 이 조건을 받아들일지에 대해선 "해운사가 법정관리에 들어가게 되면 선주들보다 후순위인 사채권자들이 더 손해를 볼 것이기 때문에 예단하기 힘들다"고 덧붙였다.
KDB산업은행 등 채권단 역시 사실상 용선료 협상을 실시간으로 공유하고 함께 진행했기 때문에 목표액에 미치지 못하더라도 향후 출자전환 등 남아 있는 절차는 예정대로 진행할 예정이다.
현대상선은 매년 1조원가량을 해외 선주들에 용선료로 지불해왔다. 그러나 대부분 2008년 전후 해운업이 호황이던 시기에 빌린 배들로 현재 시세와 비교하면 상당히 높은 수준이다. 수년째 유동성 위기에 빠진 현대상선 입장에선 용선료 조정 없이는 경영 정상화가 사실상 불가능했다. 이에 산업은행 등 채권단은 현대상선의 자율협약 신청을 받아들이며 용선료 인하를 선결과제로 제시한 바 있다. 현대상선은 그간 전체 용선료의 28.4%를 깎아 매년 약 2000억원(3년6개월간 7200억원)의 비용을 줄이겠다는 목표를 세웠다. 그러나 현대상선과 마찬가지로 경영난에 빠져 있는 해외 선주들 입장에서 용선료 인하 요구를 쉽게 받아들이긴 어려웠다.
해운업계 고위 관계자는 "지금처럼 글로벌 해운시장이 포화 상태인 상황에서 선주들은 용선료를 일부 깎아달라는 현대상선의 요구를 쉽게 거절할 수도, 수용할 수도 없는 상황이었다"며 "요구를 거절하면 지금보다 훨씬 싼값에 배를 빌려줘야 하는데 설상가상으로 다른 용선주를 찾기도 버거울 것"이라고 분석했다.
그러다 보니 현대상선과 채권단은 표면상 '인하'지만 실제로는 선주들이 금전적인 손해를 보지 않는 카드를 제시했다. 인하액 중 일부는 출자전환을 하고, 나머지는 부채로 전환하는 것이다. 이에 현대상선 협상단과 해외 선주들은 조율 끝에 용선료 조정에 합의한 것이다.
현대상선에는 용선료 협상이 가장 큰 고비지만 회생을 위해선 넘어야 할 산이 앞으로도 여럿 있다. 일단 이번주에 현대상선으로선 운명을 결정한 주요 행사들이 줄줄이 잡혀 있다. 31일과 6월 1일 예정돼 있는 8043억원 규모 사채 재조정이 가장 높은 산이다. 현대상선 역시 이 집회에 총력을 기울인다는 방침이다.
이날 현대상선은 사채권자들에 사채의 50% 이상을 출자전환하고, 나머지 금액에 대해 2년 거치 3년 분할상환으로 5년 만기연장을 하는 방안을 요구한다. 원금에 대한 이자는 모두 연 1%로 분기별로 변경 지급한다. 이틀간 다섯 차례에 걸친 사채권자집회에서 이 안건을 통과시키면 남아 있는 과제인 글로벌 해운동맹 재편입과 채권단 출자전환은 무리 없이 추진될 전망이다.
사채권자집회까지 마무리되면 6월 2일 서울에서 글로벌 해운동맹 G6 정례회의가 개최된다. 명목상 3분기 운항계획 결정을 위한 모임이지만 이 자리에서 현대상선의 'THE 얼라이언스' 가입에 대한 논의가 이뤄질 전망이다.
[윤진호 기자 / 이승윤 기자 / 노승환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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