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정위-타부처, SKT M&A-은행 금리담합 놓고 '충돌'

최훈길 2016. 5. 29. 15: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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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KT-CJ헬로비전 심사기한 초과 아냐" 미래부 반박"은행 CD금리 담합 정황" 금융위·금감원과 이견NCND 고수한 공정위, 작심 발언 잇따라"경제검찰 제 목소리" Vs "국익 고려해 타협해야"

[세종=이데일리 최훈길 기자] 공정거래원회와 다른 부처들이 공정위의 사건·현안 처리를 놓고 충돌하는 모양새다. SK텔레콤과 CJ헬로비전의 인수합병 심사, 시중은행들의 양도성예금증서(CD) 금리 담합 혐의 사건이 대표적인 사례다. 공정위가 원칙론을 고수하며 경쟁당국 본업에 충실한 역할을 수행하고 있다는 지적과 함께 업계 현실을 고려하지 않거나 외부 눈치를 본다는 상반된 평가가 나온다.

정재찬 공정거래위원장은 지난 26일 오후 충남 태안의 한 리조트에서 올해 신년간담회 이후 첫 출입기자단 간담회를 열고 최근 현안 관련 입장을 상세하게 밝혔다. 그동안 처리 중인 사건에 대해 ‘NCND(Neither Confirm Nor Deny·긍정도 부정도 안 한다는 뜻)’라며 시인도 부인도 하지 않았던 공정위 전례를 고려하면 사실상 ‘작심’ 발언을 한 셈이다.

◇공정위 “2년여 걸린 적도” Vs 미래부 “조기 결론내야”

가장 먼저 제기된 현안 질문은 SK텔레콤(017670)과 CJ헬로비전(037560)의 인수합병 사안이었다. 최양희 미래창조과학부 장관이 앞서 열린 기자단 오찬에서 “공정거래위원장한테 ‘절차 진행이 느리지 않냐’는 얘기를 한 적이 있다”며 “시간이 지연되고 있다. 조기에 결론 나서 우리에게 통보됐으면 좋겠다”고 말했기 때문이다.

하지만 정 위원장은 “이번 건은 방송과 통신이 융합된 첫 사례”라며 “3월 말에 방통위에서 발간한 통신시장, 방송시장 경쟁상황 평가보고서의 내용이 방대해 검토하는데 상당히 시간이 걸린다”고 반박했다. 이어 “과거에 유선방송 사업자간 기업결합 사례를 보면 1년 이상 걸린 경우도 몇 차례 있었고 일부 건은 최장 2년 반 걸린 경우도 있었다”고 덧붙였다.

공정위에 따르면 역대 최장기 심사 사례는 CMB의 지역 케이블 인수 건으로 2년 6개월이 걸렸다. 현대HCN의 지역 케이블 방송사 인수, CJ케이블넷의 지역 케이블방송사 인수 등도 1년 이상 소요됐다. 정 위원장은 “법률적으로 미래부가 공정위 의견을 참고해 결론을 내는 것이지 공정위 결정에 구속받는 것은 아니다”고 책임론에 선을 긋기도 했다.

정 위원장이 에둘러 표현했지만 공정위 내부적으로는 미래부나 업계에 부글부글 끓는 분위기다. 미래부나 업계가 공정위의 조직 특수성, 사건처리 절차 등을 몰랐거나 무시했다는 이유에서다. 공정위 관계자는 “같은 행정부 조직 내에 있지만 공정위는 1심 판결 기능을 가진 특수성이 있다”며 “조사 업무를 맡는 사무처와 판결을 맡는 위원회가 분리돼 있어 위원장 마음대로 심사 기간을 정할 수 없다”고 말했다.

(자료=각 부처 기관장, 담당자 발언 종합)
◇공정위 “CD금리담합건 내달 상정” Vs 금융위 “담합 안해”

은행업계의 CD 금리 담합 혐의 사건도 공정위와 타 부처 간 이견이 예상된다. 정 위원장은 CD 금리 담합 혐의와 관련해 “6월 말까지는 위원회 상정이 되지 않을까 본다”며 제재 가능성을 시사했다.

공정위 고위관계자는 “6개 은행들이 시중에서 돈을 끌어오는 과정에서 CD 금리를 높게 유지하는 등 담합한 정황이 있다”며 “은행채 등 다른 조달 금리는 떨어졌는데, 이들 은행은 CD금리를 높은 수준에서 동일하게 적용했다”고 지적했다. 6개 은행은 국민·신한·KEB하나·우리·NH농협·SC제일은행이다.

이는 담합 가능성을 낮게 본 금융위원회, 금융감독원과 다른 입장이다. 앞서 2012년 공정위 조사가 시작된 당시 김석동 금융위원장은 국회에 출석해 “담합을 했다고 생각하지 않는다”고 의혹을 일축했다. 권혁세 당시 금감원장도 “단정적으로 접근해선 안 된다”며 “결론도 나기 전에 금융사를 파렴치범처럼 몰고 가는 것은 국내 금융시장에 대한 신뢰를 추락시키는 것”이라고 반발했다. 공정위의 이번 제재 결과에 따라 파장이 금융당국으로까지 번질 수 있는 셈이다.

공정위의 이 같은 행보에 대해 평가는 엇갈린다. 홍성걸 국민대 행정학과 교수는 “‘경제 검찰’과 진흥 부처 간 이견이 늘 발생할 수 있는 구조이지만 지금은 국가 이익을 고려해 타협이 필요한 시기”라며 “시장 불확실성을 해소하고 산업 활성화 측면에서 합병을 빨리 검토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반면 김남근 변호사(참여연대 경제금융센터 실행위원)는 “독점·담합 폐해를 견제해야 할 공정위가 미래부 등을 상대로 나름 제 기능을 하고 있다고 본다”면서 “독과점 폐해, 소비자 피해가 뻔한데 업계 눈치를 더이상 보지 말고 폐해를 지적하는 과감한 결정을 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최훈길 (choigiga@e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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